제목 | [신약]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13: 마르코의 이야기 구성 - 삽입 구조 | |||
---|---|---|---|---|
이전글 | [신약] 사도행전 읽기10: 사도들의 복음 선포(사도 2,14-41) | |||
다음글 | 다음 글이 없습니다.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04-03 | 조회수1,877 | 추천수0 | |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 (13) 마르코의 이야기 구성 – 삽입 구조
- 하혈하는 여인을 고치시는 그리스도,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 1528-1588)
오늘은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의 특징 중 하나인 삽입 구조를 알아보겠습니다.
삽입(Intercalation, 혹은 샌드위치) 구조란 한 이야기 안에 다른 이야기를 끼워 넣어 특별한 문학적 효과를 내는 기법을 말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예수님이 야이로의 딸을 살리시고 하혈하는 부인을 고치신 이야기(5,21-43)입니다. 야이로라는 회당장이 예수님을 찾아와 자신의 딸을 고쳐 달라 간청하였습니다. 곧바로 예수님은 아이를 만나기 위해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예수님이 도착하기 전에 소녀가 이미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주위 사람들은 예수님이 죽어버린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야이로의 집에 도착하여 마치 자는 아이를 깨우듯 죽은 야이로의 딸을 다시 살리십니다.
예수님이 야이로의 딸을 살리신 이야기 중간에 하혈하던 부인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지병을 앓던 부인은 예수님의 옷을 만짐으로써 병이 낫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인에게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선언하십니다. 병이 낫게 된 것은 예수님의 옷을 만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분에 대한 크나큰 신뢰에서 비롯한 것임을 분명하게 하신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하나의 이야기에 다른 이야기가 중간에 삽입되어 전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역사적으로 두 사건이 실제 그 순서로 일어났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그 두 이야기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두 이야기에는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핵심 단어들이 있습니다. ‘병이 낫다’ / ‘구원하다’(성경 원어로 같은 단어 σῴζω - 5,23.28.34), ‘믿음’(5,34.36), ‘두려워하다’(5,33.36), 숫자 12(5,25.42)입니다. 두 이야기의 논리적 연결도 분명합니다. 하혈하던 여인의 개입으로 예수님의 발걸음이 지체되었으며 그러는 동안 아이가 죽게 된 것입니다. 야이로는 예수님이 어서 빨리 딸을 찾아가 병을 치유해주시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하혈하던 여인과 이야기 나눌 때 야이로의 근심은 더욱 커져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예수님에 대한 신뢰가 더욱 커지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은 야이로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5,36)라고 당부하십니다. 이렇게 보면 두 이야기는 믿음이라는 핵심 주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를 접하는 수신자는 하혈하던 여인에게서 참된 믿음의 본보기를 발견하며, 예수님이 야이로에게 당부했던 믿음도 치유된 여인의 모습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마르코 복음서에는 이렇게 삽입 구조로 전개된 이야기들이 적지 않습니다(3,20-35; 4,1-20; 6,7-30; 11,12-21 등). 앞으로 마르코 복음서를 읽어가며 이러한 문학 기법이 이야기를 접하는 수신자들에게 어떤 특별한 효과를 내는지 살펴보겠습니다.
[2023년 4월 2일(가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광주주보 숲정이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