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15: 복음의 시작(마르 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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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04-16 | 조회수1,497 | 추천수0 | |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 (15) 복음의 시작(1,1)
- 세례자 성 요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 作
독자들이 책을 접할 때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은 책 제목입니다. 그래서 작가들은 책의 내용만큼이나 책의 제목을 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입니다. 제목은 책의 첫 느낌이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책에 대한 흥미를 유발합니다.
신약 성경 두 번째 책에도 제목이 있습니다. ‘마르코 복음서’, 정식 명칭으로는 ‘마르코에 의한 복음서’입니다. 이 명칭은 복음서가 집필된 당시부터 제목은 아니었습니다. 교회가 그리스도교의 경전을 확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자를 밝히며 그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마르코 복음서’라는 명칭이 붙여졌습니다.
마르코 복음서의 원래 제목은 1,1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 이 구절은 동사(가령, “입니다”) 사용 없이 두루뭉술하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복음’이 예수님이 선포한 복음인지(1,14-15) 아니면 초대교회가 선포한 복음(16,15), 곧 예수님의 말씀과 행위에 대한 기쁜 소식을 말하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또한 무엇이 복음의 ‘시작’인지도 애매모호합니다. 바로 이어지는 세례자 요한의 활동을 가리키는 것인지 아니면 마르코 복음서 전체를 말하고 있는지 불분명합니다. 이 구절은 저자가 복음서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책은 예수님이 선포한 하느님 나라에 관한 기쁜 소식을 담고 있으며, 그 기쁜 소식은 그리스도이자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님으로 시작되고 교회의 복음 선포로 이어지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책의 제목은 이야기를 접하는 수신자를 위한 정보입니다. 이야기 속 인물들(가령, 예수님의 첫 네 제자들)은 아직 예수님을 만나지 않았으며, 그분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반면에 수신자는 예수님이 이스라엘 백성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그리스도’이자, 하느님과 특별한 관계 안에 있는 인물(‘하느님의 아들’) 임을 알고 이야기를 접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는 성경 속 예수님을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그분을 제대로 알아보고 고백하는지, 나아가 예수님께 믿음을 고백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과의 차이에 관심을 두게 될 것입니다. 이로써 성경 이야기를 접하는 이는 예수님을 알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러한 의미로 ‘복음의 시작’이라는 표현은 의미심장합니다. 수신자들은 예수님에 관한 복음을 믿으며 그 복음을 세상에 전파하던 이들입니다. 그들에게 마르코 복음서는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시작’인 것입니다. 복음서 이야기를 접하는 신앙인들은 그리스도이자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님에게 자신들의 믿음의 뿌리를 발견하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2023년 4월 16일(가해)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광주주보 숲정이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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