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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목자와 양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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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5-01 조회수1,561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목자와 양 떼

 

 

광야가 넓게 자리해 있는 이스라엘에는 양 떼를 방목하는 베두인 목자가 많습니다. 성경에 목자의 비유가 자주 나와서인지 빈 들에서 풀을 뜯는 양들을 보면 야릇한 동질감을 느낍니다. 양은 시력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겁이 많고 소심해 무리 지어 있기를 좋아합니다. 소심한 성격을 반영이라도 하듯 꼬리가 아래쪽으로 처져 있어 매우 순종적으로 보입니다.

 

베두인 목자들은 양의 약점을 보완하려고 보통 염소를 섞어 키웁니다. 성경에 나오는 “양 떼”(에제 34,17 등)도 보통 양과 염소를 함께 통칭하는 단어입니다. 시력이 좋고 호기심이 많은 염소는 마치 돌격 대장처럼 앞서가며 풀이 많은 곳을 잘 찾아냅니다. 그러면 양들이 염소를 따라다니며 풀을 뜯어 살이 오르게 됩니다. 염소는 활달한 성격처럼 꼬리가 쫑긋 올라가 있어 양과 쉽게 구분됩니다. 우리나라 동물원에서도 양은 서로 오글오글 모여 있는데, 염소는 엉덩이에 뿔 난 송아지처럼 우리 지붕에까지 올라가곤 하지요. 이런 특징 때문에 마태 25,32-33에서도 꼬리가 아래로 내려가 순종적으로 보이는 양을 의인의 상징으로, 꼬리가 위로 솟아 교만해 보이는 염소를 악인의 상징으로 삼은 듯합니다.

 

그런데 양은 청력이 좋습니다. 자기 목자가 부르면, 그 목소리를 알아듣고 따라갑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요한 10,27) 하신 예수님의 말씀 그대로입니다. 샘 가에서 여러 무리가 섞여 쉬어 갈 때도 자기 목자의 소리가 들리면 양은 거기서 빠져나와 목자를 따라갑니다. 그래서 즈카 13,7에는 “목자를 쳐서 양 떼가 흩어지게” 한다는 표현도 나옵니다.

 

그렇다고 목자가 다 선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대 유다 법전인 『미쉬나』(기원후 200년)에는 ‘삯꾼’ 목자에게서 양털이나 젖을 구입하지 말라는 금령이 나옵니다. 주인의 허락 없이 양 떼를 착취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 목자와 양 떼가 외진 곳에 따로 떨어진 경우에는 생존 차원에서 예외였습니다. 요한 10,12-13에서도 삯꾼 목자는 보수에만 관심이 있어, 위험이 닥치면 양을 버리고 도망간다고 꼬집습니다. 구약성경에서는 불성실한 이스라엘 지도자들을 ‘악한 목자’에 비유하며 꾸짖었습니다(예레 23,1-8; 에제 34,1-10 등). 그들이 하느님의 백성을 대신 맡았으면서도 ‘주인’의 허락 없이 양의 등골을 빼고 잡아먹는 ‘삯꾼’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회복의 시대가 되면, ‘타락한 이스라엘 지도자들 대신 당신께서 직접 목자가 되시고’(이사 40,11; 에제 34,11-16 등) ‘당신의 대리인으로 이상적인 다윗의 후손을 세우시겠다’(에제 34,23-24; 37,24)고 약속하셨습니다. 이런 구약의 비유와 약속이 요한 10장으로 이어져 예수님께서 착한 목자로 등장하신 것입니다. 그것도 양들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목자로 말입니다(요한 10,14-15).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3년 4월 30일(가해)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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