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바룩서 | |||
---|---|---|---|---|
이전글 | [구약] 성경에 빠지다21: 유배 이전 예언자들 | |||
다음글 | [성경용어] 성자, 즉, 하느님의 아드님(天主子)의 정체성/의미 등에 대하여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05-03 | 조회수1,910 | 추천수0 | |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바룩서
6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바룩서는 내용적으로 살펴보면 성경 목록 바로 앞에 위치한 예레미야서, 애가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레미야와 애가 그리고 바룩 모두 바빌론의 예루살렘 정렴과 유배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룩서 서문인 1장에서 바룩서의 저자라고 말하고 있는 바룩이 예레미야서에서 예레미야의 비서 또는 서기관 역할을 했던 사람이었기에(예레 36,1-8 참조) 자연스럽게 우리는 이들을 하나로 생각해서 바라보게 됩니다. 하지만 바룩서의 실제 저자는 예레미야서에서 말하고 있는 바룩이 아닙니다. 바룩서 1장 서문에서 전해주고 있는 정보들이 예레미야서에서 말하고 있는 것과 시기상으로 일치하지 않으며, 6장의 예레미야의 편지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개의 단락 역시 글의 구성이나 방식등이 서로 상이합니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바룩서는 최종 편집자가 바룩이라는 예레미야의 서기관이었던 인물을 차명 저자로 내세운 작품임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1장 1-14절은 바룩서의 도입부로서 역사적 서문에 해당합니다. 이 부분은 바룩서가 어떠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작성되었으며 어떤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을 점령하여 불태운지 오 년째 되던 해, 그달 초이렛날”(1,2), 즉 BC 582년에 바룩서는 작성되었으며 당시 바룩과 모든 백성들은 단식하고 기도하면서 저마다 돈을 모아서 예루살렘의 남은 백성들에게 보냅니다. 그리고 성전에서 빼앗긴 성전 기물들을 돌려받아 유다 땅으로 돌려보냅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남은 백성들에게 이 돈으로 번제물과 속죄 제물을 마련해서 하느님의 제단에 바치면서 유배를 온 자신들이 바빌론 치하에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청합니다.
이어지는 1장 15절부터 3장 8절까지는 참회의 기도가 이어집니다. 여기서 바룩은 먼저 지난 날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하느님의 자비를 간청합니다. 바룩은 이집트 탈출 그리고 약속의 땅으로 돌아와 판관의 시대와 왕정 시대를 거치면서 하느님께서 모세의 율법과 예언자들을 통한 가르침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일깨우셨지만, 그들은 이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하느님을 거스르고 다른 신들을 섬기면서 하느님 보시기에 옳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 결과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해서 말씀하셨던 경고가 현실이 된 것이라고 바룩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의롭고 공정하신 하느님이시기에 그런 점에서 자신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은 분명히 자신들의 잘못 때문에 빚어진 일입니다. 그래서 바룩은 “전능하신 주님, 이스라엘의 하느님! 고통 받는 목숨과 지친 영혼이 당신을 향하여 부르짖습니다. 주님, 들어 주소서. 저희가 당신께 죄를 지었으니 자비를 베푸소서.”(3,1-2)라고 말하면서 계속해서 하느님의 자비에 간청하고 매달립니다.
3장 9절부터 4장 4절까지는 지혜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바룩은 이스라엘을 향해 생명의 계명에 귀를 기울이라고 권고한 뒤, 지혜의 샘을 저버렸기 때문에 예루살렘이 파괴되었고 유배에 놓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혜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으로 하느님만을 믿고 하느님께서 주신 계명을 지킬 때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런 점에서 바룩서는 하느님을 경외하는 것이 모든 지혜의 근원이라는 전형적인 지혜문학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슬기는 하느님의 명령과 길이 남을 율법을 기록한 책이라고 말함으로써 지혜가 곧 토라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러한 토라의 길을 따라 걷는 사람은 영원히 살지만 토라의 길을 저버린 사람은 죽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4장 5절부터 5장 9절까지는 예루살렘을 위한 권고와 위로가 주어집니다. 바룩은 다시 한 번 유배라는 비참한 상황에 놓인 것은 이스라엘이 스스로 하느님을 저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그리고 의인화한 예루살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예루살렘은 남의 땅에서 종살이를 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보고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을 도울 힘이 없는 비참한 처지를 탄식합니다. 하지만 예루살렘은 포기하지 않고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하면서 부르짖으라고, 하느님께서 도와주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먼저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백성을 독려하는 대목이 전해진 다음 뒤이어 예루살렘을 향한 위로도 주어집니다. 바룩은 “용기를 내어라, 예루살렘아! 너에게 이름을 지어 주신 분께서 너를 위로하시리라.”(4,30)라고 말하면서 하느님께서 예루살렘을 위로하실 것이며, 예루살렘을 침략한 사람들을 심판하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떠나보낸 아들들이 온다고 이야기함으로써 유배 중인 이스라엘 백성들이 포로 생활을 마치고 귀환할 것임을 알려줍니다. 그러면 예루살렘은 슬픔과 재앙의 옷을 벗어버리고 다시금 하느님의 영광으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 6장은 예레미야의 편지입니다. 예레미야는 바빌론 유배를 떠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님, 경배드릴 분은 당신뿐이십니다.”(6,4)라고 말하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우상숭배에 빠지지 말고 하느님만을 섬기라고 권고합니다. 당장은 이방 민족들이 섬기는 신이 더 힘센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것들은 실체가 없는 것들이며 하느님만이 참 하느님이시며 유일하신 하느님이시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거듭 말하면서 유배 중인 이스라엘 백성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바룩서는 바빌론 유배와 관련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두에서 살펴봤듯이 서문의 정보가 연대기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것들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바룩서의 제작 시기를 유배 이후의 헬레니즘 시대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마지막 예레미야의 편지도 유배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나와 있지만 우상숭배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 편지도 헬레니즘 시대, 그 중에서도 외래 문화와 종교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며 맞서 싸웠던 마카베오 항쟁 시대에 작성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바룩서는 헬레니즘의 종교와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과거 하느님을 저버리고 우상숭배에 빠졌던 선조들이 하느님을 거스르는 죄를 지었으며, 그 결과 나라를 잃고 성전이 파괴되었으며 유배를 가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을 상기시킴으로써 하느님을 향한 신앙이 흔들리지 않도록 독려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