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베텔과 천상의 계단 | |||
---|---|---|---|---|
이전글 | [신약]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18: 광야에서 유혹을 받은 예수님(마르 1,12-13) | |||
다음글 | [구약] 성경에 빠지다22: 바빌론 유배 |1| | |||
작성자주호식
![]() ![]() |
작성일2023-05-08 | 조회수1,704 | 추천수0 | |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베텔과 천상의 계단
그러다 ‘루즈’라는 성읍에서 하룻밤 쉴 때 천사들이 오르내리는 천상의 계단을 보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그곳에 서 계시며(13-15절) 야곱이 어디로 가든 그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잠에서 깬 야곱은 그곳이 하늘의 문이었음을 깨닫고, 베개로 삼았던 돌을 가져다 기념 기둥을 세웁니다. 그 돌 베개가 꿈에서 본 환시의 증거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읍의 이름을 베텔이라고 바꾸어 칭합니다(17-18절). 베텔은 히브리어로 [베잇 엘] 곧 ‘하느님의 집’을 뜻합니다. 하늘이 문처럼 열려 천사들의 무리가 나타난 진귀한 장면을 지명 안에 함축하려 한 듯합니다.
그런 다음, 야곱은 자신이 세운 돌기둥에 기름을 부음으로써, 그곳을 성별 聖別하는 동시에(탈출 40,9) 자신이 하는 서원의 증표로 삼았습니다(창세 32,13). 그가 한 서원은, 주님께서 약속대로 자신을 보호해 무사히 귀향하게 해주신다면, 주님께서는 그의 하느님이 되실 것이며, 기념 기둥 자리에는 제단을 쌓고 십일조를 바칠 거라는 약속이었습니다(창세 28,20-23).
야곱이 꿈에서 본 천사들 무리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옛 유다 문헌에서는, 층계를 오르내린 천사들을 두 부류로 구분하였습니다. 지상으로 내려오는 이들은 야곱이 가나안을 떠날 때 동행해 줄 천사들이고, 층계를 올라가는 이들은 야곱이 가나안에 있을 때 보호해주던 천사들이라는 것입니다(『창세기 라바』 68,12). 다시 말해, 그들은 야곱의 수호천사들이었던 셈입니다. 지금은 야곱이 가나안에서 하란으로 가는 길이니 이제껏 보호해주던 천사들이 하늘로 돌아가고, 가나안 밖에서 동행해줄 천사들이 내려오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주님께서 천상의 계단에 서 계실 때 ‘어디서든 야곱을 지켜주겠다.’(창세 28,15) 하신 약속을 떠올려주는 동시에, 시편의 내용도 생각나게 합니다: “너에게는 불행이 닥치지 않고 재앙도 네 천막에는 다가오지 않으리라. 그분께서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어 네 모든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시리라. 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시편 91,10-12).
이 환시에 힘입은 야곱은 이후 훨씬 성숙해진 모습으로 성장하여 가나안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20년 타향살이를 한 끝에, 자신이 지은 죄를 뉘우치고 형 에사우에게 용서를 구하였으며(창세 33,1-11) 베텔에서 한 서원도 지킵니다. 베텔에 제단을 쌓고 식솔들에게 낯선 신을 모두 버리게 한 것입니다(35,2.4.7).
현재 베텔에는 정체 모를 돌 건물의 일부만 남아 있지만, 그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은 그 옛날의 수호천사들과, 지금은 우리와 함께하고 있을 천사들의 천상 계단을 상상하게 해줍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3년 5월 7일(가해) 부활 제5주일(생명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