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엘리야의 승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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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05-23 | 조회수1,323 | 추천수0 | |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엘리야의 승천
이스라엘의 남쪽 지방에 펼쳐진 광야에서는 싸리나무를 드문드문 볼 수 있습니다. 엘리야를 생각나게 하는 나무입니다. 그는 카르멜산에서 바알 예언자들과 대결하여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참된 주님이심을 온 백성에게 증명하였습니다(1열왕 18장). 하지만 이 사건 때문에 바알의 추종자였던 북왕국의 왕비 이제벨에게 살해 위협을 받아 도망길에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남왕국 영토인 브에르 세바에서도 남쪽으로 하룻길을 더 걸어간 광야에 이르러 싸리나무 밑에 겨우 몸을 누입니다(19,2-5). 싸리나무는 일명 빗자루 나무입니다. 작고 메마른 관목이라 큰 그늘을 만들어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왕실과의 대립을 이겨내지 못한 엘리야는 자신을 내리누르듯 작열하는 광야의 태양을 피해 그렇게 작은 그늘이라도 찾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놓고 죽고 싶다고 하느님께 탄원합니다(4절).
사실 이제벨의 손에 죽으나 하느님께서 목숨을 거두어 가시나 죽는다는 점에서는 매한가지입니다. 하지만 엘리야는 자신의 운명을 절대자에게 맡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싸리나무 아래서 깊은 잠에 든 그를 누군가 깨워 음식을 먹게 합니다. 바로 주님께서 보내신 천사였는데, 그를 반드시 천상의 천사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엘리야를 먹이시려고 광야를 지나던 한 과객에게 그를 발견하도록 이끄신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엘리야는 음식을 먹고 다시 사십 일을 걸어 호렙산으로 갑니다. 모세가 하느님을 처음 만났고(탈출 3,1-6) 이스라엘 백성이 주님과 계약을 맺은 산입니다(신명 5,2). 엘리야는 그 산을 찾아가 예언직을 내려놓으려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찾아온 엘리야에게 당신의 존재를 다시 확인해 주십니다. 처음에는 바람 그리고 지진과 불이 차례로 일었지만, 거기에는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 뒤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는데, 바로 그곳에 주님께서 계셨습니다.
주님께서는 호렙산에서 엘리야의 푸념을 들으셨습니다. 그리고 그를 다독이신 뒤 다시 예언자로 파견하며 후계자로 엘리사를 점지해 주셨습니다(16절). 또한 님시의 손자 예후를 북왕국의 임금으로 세우는 임무도 맡기셨습니다. 이는 잘못된 신앙을 퍼뜨린 북왕국의 왕실이 예후를 통해 응징 당하리라는 예언이었습니다. 엘리야는 주님의 말씀대로 엘리사를 후계자로 세우고(19-21절), 자신은 불 마차와 함께 승천하여(2열왕 2,1-18) 에녹(창세 5,24)과 성모님과 함께 죽음을 넘어 하느님 곁에 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엘리야에게 들려주신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는 아주 세밀해서 거의 침묵에 가까운 음(音)을 가리킵니다. 이는 우리에게 묵상의 힘을 가르쳐줍니다. 침묵 가운데 주님께서 주시는 깨달음에 삶의 무게를 이겨내는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과거 엘리야가 들었고 지금 우리가 묵상 가운데 듣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님 음성의 의미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3년 5월 21일(가해)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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