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사도행전 읽기18: 스테파노의 설교와 순교(사도 7,1-6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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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05-27 | 조회수4,390 | 추천수0 | |
[사도들의 기쁨과 삶을 담은 사도행전 읽기 18] 스테파노의 설교와 순교(사도 7,1-60)
인간을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은 바로 죽음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죽음이란 존재하는 모든 것을 다 ‘무(無)’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순교자들에게 죽음은 하나의 관문이며, 하느님의 신비를 드러내는 복음 선포의 장입니다. 스테파노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고의회에서 심문을 받았지만, 그는 두려움에 휩싸이기보다 용기를 내어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성경 말씀과 함께 증언합니다. 그런데 이 증언은 고발의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즉 자신을 고발한 유다인들이야말로 하느님에게 대적하는 대적자이며 가해자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보낸 예언자들에게 순종하지 않고 이들을 박해했으며, 참된 할례와 성전 대신 사람 손으로 만든 것들을 숭배함으로써 성령을 거역하는 죄를 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테파노의 설교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모세 이야기를 통해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을 바라보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이스라엘 백성들의 진정한 죄를 드러냅니다. 그 죄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세 안에서 구원 역사를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모세와 율법을 거역하고 우상숭배를 한 죄입니다. 이러한 스테파노의 질책은 하느님을 거스르는 자가 진정 누구인지 드러나도록 만듭니다. 그들은 이 죄로 하느님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데 스테파노가 제시하고 있는 하느님의 심판은 우리가 생각하는 심판과 다릅니다. 스테파노가 전하는 하느님의 심판은 ‘그들이 하늘의 군대를 섬기게 내버려’(7,42) 두시는 것입니다. 즉 단죄 형식의 심판이 아닌 스스로 파멸로 이르게 하는 심판입니다. 철부지들이 어리석은 행동을 통해 파멸의 길로 가듯, 진리이신 하느님을 거부한 인간은 자기 자신을 파멸로 이끌어 심판을 받게 됩니다. 또한 스테파노는 성전에 대한 설교(7,44-50)에서 ‘지극히 높으신 분은 지은 것들 안에는 사시지’(7,48) 않는 것을 강조하는 가운데, 예루살렘 성전을 너무 신격화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이와 같은 설교는 유다 지도자들을 자극하게 되었고, 그들은 ‘스테파노가 하느님을 모독하였다.’고 분개하면서 율법에 나온 가르침대로(레위 24,11-16) 스테파노를 돌로 쳐 죽입니다. 그런데 순교하는 스테파노의 모습은 십자가 위 예수님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습니다. 죽음 앞에서 자신들의 영을 주님께 맡기는 모습이라든지,(사도 7,59; 루카 23,46) 자신을 죽이는 이들을 위해 바치는 용서의 기도(사도 7,60; 루카 23,34)가 특히 그렇습니다. 스테파노의 모습은 그리스도인들의 참된 삶이 바로 그리스도를 닮는 데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영성은 ‘착한 일을 얼마나 했나.’라는 업적에 초점이 있지 않습니다. ‘주님이신 그분과 나는 얼마나 닮았나.’가 더욱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이 담긴 복음서를 먼저 읽어야 합니다. 주님이신 예수님을 닮기 위해서 말입니다.
[2023년 5월 28일(가해) 성령 강림 대축일(청소년 주일) 서울주보 5면, 김덕재 안드레아 신부(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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