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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23: 회당에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심(마르 1,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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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12 조회수837 추천수0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 (23) 회당에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심(1,21-28)

 

 

더러운 영을 쫓아내시는 예수님, 빌렘판 데르 호우웬(Willem van der Gouwen, c.1640-1720)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그들은”) 카파르나움으로 가십니다. 카파르나움은 갈릴래아 북쪽 해안에 위치한 마을로 공생활 초기, 예수님의 주 활동 지역이었습니다. 안식일이 되자 예수님께서는 그곳 회당을 방문합니다. 이 일화에는 제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예수님을 지켜보던 “사람들” 속에 제자들이 있음은 분명합니다.

 

예수님이 처음으로 한 활동은 가르침이었습니다. 가르침의 내용 또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수신자는 이미 예수님이 갈릴래아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셨다(1,14-15)는 이야기를 이미 들었기에 하느님 나라에 관한 것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4,1-34 참조). 그러나 이 에피소드는 예수님의 가르침보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몹시 놀랐다”)에 초점을 두고 펼쳐집니다.

 

주위 사람들의 놀라움은 예수님이 더러운 영을 쫓아낼 때 극대화됩니다. 안식일날 회당에 더러운 영이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아이러니합니다. 안식일은 하느님이 직접 주신 규정(창세 2,2-3; 탈출 16,22-30)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에 대한 충실함을 드러내는 날(탈출 31,13)이며, 회당은 기도와 종교적 모임뿐 아니라 교육 및 재판이 행해지던 장소(마태 10,17; 마르 13,9; 루카 4,16-27; 요한 9.22)였습니다. 더러운 영은 이처럼 종교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시간과 장소에서도 인간을 지배하는 거대한 힘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등장으로 상황은 바뀌게 됩니다. 더러운 영은 예수님을 보고서 소리 지릅니다.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예수님은 말 한마디로 회당의 더러운 영을 쫓아내시어(“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당신이 세상의 ‘모든’ 더러운 영들(“저희”)보다 위대한 분임을 드러냅니다. 제자들과 주위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크게 놀랍니다.

 

예수님이 보여준 ‘새로운 권위’는 세 가지 측면에서 드러납니다. 첫째, 예수님이 지닌 영향력입니다. 더러운 영은 예수님의 등장으로 두려움을 느끼며 그분 말씀만으로 쫓겨나게 됩니다. 둘째, 예수님의 언행일치입니다. 그분은 하느님 나라에 대해 가르쳤으며, 가르친 대로 더러운 영을 쫓아냄으로써 이 세상에 하느님의 주권을 실현했습니다. 셋째, 예수님은 하느님께 기원합니다. 더러운 영을 물리칠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느님이시기에 예수님의 능력이 하느님에게서 비롯되었음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수신자는 제자들이 예수님을 스승 이상의 특별한 분,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으로 체험하여 머지않아 그분을 그리스도이자 하느님의 아들로 고백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과연 제자들은 예수님을 언제쯤 제대로 알아보게 될까요?

 

[2023년 6월 11일(가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광주주보 숲정이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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