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26: 나병환자 치유(마르 1,40-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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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07-02 | 조회수792 | 추천수0 | |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 (26) 나병환자 치유(1,40-45)
한 나병환자가 예수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그가 어떻게 예수님을 알게 되었으며,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되는지 자세한 설명은 없습니다. 하지만 앞선 단락을 통해 퍼즐을 맞추어 볼 수 있습니다. 카파르나움 회당에서 드러난 예수님의 권위는 갈릴래아 주변 모든 지방에 두루 알려지게 되었고(1,28), 나병환자는 그 소식을 자연스럽게 접했을 것입니다. 이후 예수님은 복음 선포를 위해 갈릴래아 전역을 다녔는데(1,35-39), 나병환자가 예수님을 만난 것은 제자들과 함께 카파르나움을 떠나 다른 마을로 이동할 때였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 주목할 만한 점들이 있습니다. 첫째, 나병환자의 ‘믿음’입니다. 나병환자는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예수님 시대 나병은 천벌(天罰)이라 생각했고 오직 하느님만이 낫게 하실 수 있는 불치병이었습니다(신명 28,27.35; 2열왕 5,6-7 참조). 나병환자는 하느님이 원하시면 무엇이든 하실 수 있는 것처럼 예수님도 그러한 신적 권능이 있음을 고백합니다(지혜 12,18 참조).
둘째, 예수님은 ‘가엾은 마음으로’ 나병환자를 직접 ‘만져’ 치유합니다. 율법은 나병환자의 몸에 손을 대는 이는 누구나 부정한 사람이 되기에 접촉하지 않도록 규정합니다(레위 13,45-46 참조). 하지만 예수님은 나병환자를 직접 어루만짐으로써 불치병을 치료할 뿐 아니라 율법 규정을 초월하여 인간의 고통에 공감합니다.
셋째, 예수님은 치유된 이에게 모세가 정한 규정(율법)에 따르라 명령합니다. 나병환자가 겪던 고통은 육체적인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으로부터 단절에서도 비롯됩니다. 율법에 규정된 대로 행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은 그가 치료되었음을 공동체로부터 인정받고 하느님 및 이웃과 친교의 삶을 살도록 하는 초대입니다.
제자들은 율법 규정을 존중하면서도, 율법을 초월하여 인간의 어려움에 다가서는 예수님을 체험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침묵 명령(“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들 눈에 나병 치유는 예수님의 권위를 잘 드러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입니다(1,35-39 참조).
설화자는 치유된 이가 예수님의 침묵 명령에 따르지 않아 예수님이 더 이상 고을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전합니다(1,45). 예수님과 나병환자의 상황이 뒤바뀌어 버린 것입니다. 이에 수신자는 호기심과 긴장감(Suspense)을 유지한 채 예수님이 자신의 의도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더욱 집중하게 됩니다.
[2023년 7월 2일(가해)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광주주보 숲정이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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