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경에 빠지다34: 판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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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08-08 | 조회수1,613 | 추천수0 | |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34) 판관기 여호수아 이후 무질서와 혼돈의 시대
- 판관들은 여호수아 이후 이스라엘에 왕정이 도입되기 전까지 유다인들을 이끈 지도자들이었다. 루벤스, ‘삼손과 데릴라’, 유화, 1609~1610, 런던 내셔널갤러리, 영국.
판관기의 이름은 히브리어로 ‘쇼페팀’입니다. 헬라어 구약 성경 번역본인 「칠십인역」은 ‘크리타이’(Κριται)로, 라틴어 대중 성경인 「불가타」는 ‘유디쿰’(Iudicum)이라고 표기했습니다. 모두 우리말로는 ‘재판관들’이란 뜻입니다.
판관기는 여호수아 이후 이스라엘에 왕정이 도입되기 전 ‘판관들’의 시대가 어땠는지를 알려줍니다. 판관 시대는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을 처음 차지한 때부터 왕정을 받아들일 때까지의 과도 시기를 말합니다. 이 시기에는 이스라엘 모든 지파를 다스릴 모세나 여호수아 같은 인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다소 무질서하고 때로는 무법천지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판관 2,11-19 참조)
판관들은 여호수아가 세상을 떠난 뒤 등장합니다. 하지만 판관 시대가 언제 끝난 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스라엘의 초대 임금인 사무엘 역시 판관으로서 이스라엘을 다스린 것으로 보아 사울이 즉위한 시기 직전까지를 판관 시대라 할 수 있겠습니다.(1사무 7,2-17 참조) 다시 말해 대략 기원전 13세기 말에서 11세기 말까지가 판관 시대였다 정리할 수 있습니다. 고대 근동에서 이 시기는 후기 청동기에서 철기 시대로 넘어가는 때였습니다. 이는 적들이 철병거를 갖고 있어서 이스라엘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진술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판관 1,19; 4,3.13 참조)
판관기는 오트니엘, 에훗, 삼가르, 드보라, 기드온, 톨라, 야이르, 입타, 입찬, 엘론, 압돈, 삼손 등 판관 12명의 활약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판관기에 등장하는 이들 판관은 재판관이기보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끄는 지도자였습니다. 이들 판관 가운데 재판관의 역할에 가장 충실했던 이는 ‘드보라’입니다. 그녀는 백성이 찾아오면 ‘드보라 야자나무’(판관 4,5) 밑에서 재판을 했습니다. 나머지 판관들은 주로 이스라엘 군대를 이끌고 참전했고, 정치 지도자, 예언자의 역할(판관 2,17; 4,4)을 수행했습니다.
판관 시대 이스라엘의 주적은 아말렉, 암몬, 아람, 가나안, 미디안, 모압, 필리스티아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 민족은 동맹을 맺어 이스라엘을 괴롭혔습니다. 특히 아말렉과 암몬, 미디안, 모압은 힘을 합쳐 이스라엘 남쪽과 동쪽을 위협했습니다. 일곱 민족 가운데 가장 골칫거리는 필리스티아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기원전 12-11세기 에게해 주변에서 팔레스티나 남서쪽 연안으로 이주한 해양 민족입니다. 이들을 가자, 아스클론, 아스돗, 갓, 에크론 등 다섯 개 성읍에 정착해 하느님의 계약 궤를 빼앗기도 하고,(1사무 4,1-11) 사무엘과도 싸우는 등 다윗에게 완패할 때까지 이스라엘 백성을 괴롭혔습니다.
판관기는 크게 서론(1,1-3,6), 본론(3,7-16,31), 부록(17,1-21,25)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서론은 판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 배경 설명입니다. 본론은 각 판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부록은 판관 시대에 있었던 주요 사건 몇 가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판관기는 여호수아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판관기는 이스라엘이 이민족들에게 고통을 당하게 된 것은 하느님께 대한 불순종 때문이라고 합니다. 판관기의 시대상은 판관 2장 11-15절에 잘 드러납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의 주류는 “주님도 알지 못하고 주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베푸신 업적도 알지 못하는 다른 세대”(판관 2,10)였습니다. 그들은 주님을 몰랐기에 우상 숭배에 빠졌습니다. 그들은 주님을 버리고 바알과 아스타롯을 섬겼습니다. 이같은 행동은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악한 짓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이 우상을 숭배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이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깨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판관기의 핵심 가르침은 판관 2장 16-3장 6절에 담겨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판관들을 세우시어, 이스라엘 자손들을 약탈자들의 손에서 구원해 주도록 하셨다”(판관 2,16)는 내용입니다. 판관기는 모세 오경과 여호수아기가 그랬듯이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신명 6,4)는 가르침을 이스라엘에 선포합니다. 판관기는 이스라엘이 외침(外侵)을 받는 것은 한 분이신 하느님만을 섬기라는 가장 큰 계명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이 회개하여 우상 숭배를 끊고 끊임없이 하느님께 충실하지 않은 이상 계속 다른 민족들에게 시달림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판관들이 전쟁에서 승리해 이스라엘을 구할 수 있었던 것도 하느님께 충실할 때였습니다.
“판관들은 그들 자신의 힘이 아닌 하느님의 힘으로 이스라엘을 위험에서 구했습니다. 전쟁의 승리는 인간적 능력에 달려 있지 않고 하느님께 순종하는 데에 달려 있다는 것, 승리를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라는 것, 이 모두가 신명기의 가르침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스라엘이 외적의 손에서 벗어나고 나면 어느새 다시 하느님을 잊어버린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판관기는 그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안정된 결말을 보여 주지 않습니다.”(안소근, 「구약 종주-하느님의 얼굴을 찾는 여정」 106-107쪽, 성서와 함께)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8월 6일, 리길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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