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안식일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동물] 신비한 동물 낙타: 사막의 배이며 부의 상징 |1|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08-20 | 조회수721 | 추천수0 | |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안식일
일주일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날은 아마 토요일과 일요일, 곧 주말일 것입니다. 닷새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평일에 못한 색다른 활동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주말을 맞을 때마다 안식일의 존재에 대해 감사하게 됩니다. 주님께서 주신 선물 같은 날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안식일은 하느님께서 세상을 만드신 뒤 이렛날 쉬신 데서 유래한 ‘천지 창조 기념일’입니다. 사실 세상 창조에 대해 이야기하는 창세 1~2장에는 “안식일”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지만, 십계명에선 이를 명시하고 준수하도록 규정합니다(탈출 20,8-11; 신명 5,12-15). 이 안식일은 인간에게 정기적으로 휴식을 보장해준 ‘최초’의 제도입니다. 그 이전의 고대근동(이스라엘과 그 주변)에는 온 백성이 다같이 노동을 멈추고 쉬는 날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쉬는 제도를 받아들인 것도 1895년 들어서라고 합니다. 다만 우리는 성경 시대의 “주간 첫날”(마르 16,9; 요한 20,1.19)에 해당하는 일요일을 주일(主日)로 지내며 휴식을 취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안식일을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지냅니다. 안식일이 저녁에 시작하는 이유는, 예부터 이스라엘에서는 하루의 시작을 해질 무렵으로 보았던 데 있습니다. 창세 1,5 등에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라며 저녁이 먼저 언급되기 때문입니다.
안식일의 휴식은 여러 금령(禁令)으로 규정되었습니다. 이날엔 땔감을 모으거나(민수 15,32-36) 불을 피우는 일을 하지 못합니다(탈출 35,3). 밭갈이와 거둠질(탈출 34,21), 장사 행위(아모 8,5), 짐 나르는 일도 해서는 안 됩니다(예레 17,21-22). 허용되는 건 할례(요한 7,22)나 안식일 기념 전례(레위 23,1-3; 이사 1,13; 호세 2,13 등) 정도입니다. 이렇듯 하느님의 모상으로 지어진 인간이 주님께서 취하신 휴식을 따라한다는 것은 그분의 천지 창조 업적을 기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취하셨다는 ‘휴식’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하느님의 안식은 피로 회복과 거리가 멉니다. 주님의 안식은 ‘세상이 평화롭다’는 방증입니다. 말하자면, 삼라만상의 질서가 잘 유지되고 있으므로 하느님께서 더 일하실 필요 없는 상태, 곧 평화롭게 쉬실 수 있는 상태를 알려줍니다. 십계명에 규정된 안식일 준수의 의미도 이와 연관됩니다. 이스라엘은 주님께서 세우신 창조 질서 유지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미로 안식일 규정을 율법으로 받은 것입니다. 안식일을 지킴으로써 평화로운 세상의 일부가 되고 또한 그것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예수님의 부활 사건이 일어난 “주간 첫날”로 안식날이 바뀌면서, 이날에 하느님 나라를 되새기고 영육의 휴식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스라엘에서는 까다로운 율법 탓에 안식일이 구속처럼 여겨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휴식하기보다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하며 보내곤 합니다. 하지만 정기 휴일이 없던 그 옛날에 선물처럼 주어진 날이고, 특히 창조주 하느님을 닮을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이날의 귀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가 있다.
[2023년 8월 20일(가해) 연중 제20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