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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에 빠지다36: 사무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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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22 조회수856 추천수0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36) 사무엘기


이스라엘의 임금은 주님, 인간은 대리자일뿐

 

 

사무엘기는 하느님만이 이스라엘의 유일한 주님이시고 임금이시며 인간은 하느님의 대리자일뿐 결코 백성의 주인일 수 없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빅토르 비에누리 작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임금으로 선택하는 사무엘’, 유화, 1843, 파리 국립미술학교.

 

 

사무엘기 상ㆍ하권의 히브리어 성경 명칭은 ‘쉐무엘’입니다. 사무엘기는 본디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헬라어 번역본 「칠십인역」은 상ㆍ하권 둘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상권을 ‘바실레이온 알파’(Βασιλειων Α, 제1왕국기), 하권을 ‘바실레이온 베타’(Βασιλειων Β, 제2왕국기)라 이름 붙였습니다. 라틴어 대중 성경인 「불가타」는 칠십인역을 따라 사무엘기를 상ㆍ하권으로 나누지만 ‘왕국’이라는 이름 대신 ‘Ⅰ Samuel’과 ‘Ⅱ Samuel’로 표기했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간행한 우리말 「성경」은 ‘사무엘기 상권’, ‘사무엘기 하권’으로 표기했습니다.

 

사무엘기는 사울과 다윗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 제목은 마지막 판관이자 사제이며 예언자로 이스라엘을 왕정으로 이끈 사무엘의 이름을 따릅니다. 사무엘은 판관 시대와 왕정 시대를 연결해 사울과 다윗을 기름 부어 임금으로 세운 인물입니다.

 

사무엘기는 대략 기원전 1070~970년 사이 100년에 걸쳐 팔레스티나 지역에서 일어난 역사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시기 이집트, 아시리아, 페니키아, 히타이트 등 이스라엘 주변 강대국들은 별다른 분쟁 없이 평화롭게 보냅니다. 반면, 에게 해에서 건너온 필리스티아인들은 가나안 해안 지역을 거점으로 활발히 영토를 넓혀 갔습니다. 필리스티아인들은 늘 이스라엘에 커다란 위협이었습니다.(1사무 4,1-7,17 참조)

 

사무엘기는 △ 필리스타아인들의 억압(1사무 1-7장) △ 사무엘과 사울(1사무 8-15장) △ 사울과 다윗(1사무 16-31장) △ 사울이 죽은 후 다윗이 유다 임금이 됨(2사무 1-4장) △ 다윗이 이스라엘 전체를 다스리는 임금이 됨(2사무 5-12장) △ 다윗을 거스르는 반역(2사무 13-20장) △ 부록(2사무 21-24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사무엘기의 줄거리입니다. 이스라엘의 마지막 판관인 엘리와 사무엘은 이스라엘 백성을 필리스티아의 지배에서 해방시키려 했으나 실패하고 맙니다. 오히려 ‘실로’ 성소에 모셔둔 ‘계약 궤’를 필리스티아인들에게 빼앗기고 맙니다.(1사무 4장) 계약 궤는 일곱 달 뒤에 되돌아왔지만, 성소 파괴로 오지 마을 창고 안에 보관됩니다.(1사무 6,1-7,1)

 

필리스티아인들의 억압에 지친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압과 에돔인들처럼 임금을 달라고 사무엘에게 아우성을 칩니다.(1사무 8장) 사무엘은 유다인들에게 “이스라엘의 운명은 유일한 임금이신 하느님께 충실하고 순종하는 데 달려 있다”고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리고 “인간 임금은 백성으로 하여금 ‘말과 마차’를 신뢰하도록 해 하느님과 멀어지게 할 뿐”이라고 질책했습니다. 그러나 사무엘은 이스라엘 백성의 갈망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어 벤야민 지파 출신 사울을 임금으로 선택합니다.(1사무 9-10장) 사울은 하느님의 요구에 복종하지 않아 하느님께 버림받습니다.(1사무 15장)

 

이와 대조적으로 사울의 계승자 다윗은 하느님을 따르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나탄 예언자를 통해 다윗 왕조가 영원히 지속할 것이며, 다윗 가문 임금들을 하느님의 아들로 입양할 것임을 약속하십니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다윗 가문과 맺으신 계약입니다.(2사무 7장)

 

이 계약으로 말미암아 다윗은 하느님의 대리자, 진정한 임금이 됩니다. 또 다윗을 계승한 임금들이 하느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지만, 그계약 때문에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포기하지 않으시리라는 확신을 표현합니다. 사무엘기에서 다윗은 하느님의 벌을 받은 죄인이자 아들들을 잃고 고통을 겪는 비극적인 인물로 묘사되면서도 구원자 이미지와 결합됩니다.

 

사무엘기는 기원전 9세기 통일 이스라엘이 남북 왕국으로 갈라진 직후 흩어져 있던 여러 자료를 모아 처음으로 편집 작업을 한 것으로 성경학자들은 추정합니다. 이 시기 특별히 다윗 왕조와 그 왕권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주장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무엘기는 다윗이 어떻게 하느님 백성 이스라엘의 임금이 됐는지, 왜 그의 왕조와 왕권만이 하느님께서 인정하시는 유일한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1사무 16,1-2사무 8,18 참조) 이후 히즈키야가 다스리는 동안 (기원전 715-687년) 재편집돼 마지막으로 기원전 6세기에 신명기계 역사가들이 개정했으리라 추정합니다. 이런 이유로 사무엘기는 이스라엘 왕정 제도와 초기 왕정을 예언자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역사 문학 작품’이라고 학자들은 평가합니다.

 

사무엘기가 말하는 왕정 제도의 핵심 사상은 ‘하느님만이 이스라엘의 유일한 주님이시며 임금이시다’는 것입니다. 사무엘기에 따르면 인간은 하느님의 대리자일 뿐 결코 백성의 주인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임금의 첫째 임무는 백성이 하느님과의 계약과 율법에 충실하도록 다스리는 것이라고 소개합니다.(1사무 12,2) 아울러 하느님께서 당신이 선택하신 인물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을 다스리시고 구원하신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1사무 7,6)

 

사무엘기는 또한 다윗과 그 후손에 대한 하느님의 약속을 알려줍니다. 하느님과 다윗 가문의 특별한 관계는 구약의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메시아’, 곧 이스라엘을 구원하기 위해 다윗의 후손으로 올 새 임금에 대한 약속과 희망으로 발전하게 됩니다.(이사 7,1-11,16; 예레 23,5-6; 시편 89,2-53 참조)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8월 20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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