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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경의 장(章)과 절(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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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27 조회수741 추천수0

[빛이 되라] 성경의 장(章)과 절(節)

 

 

오늘날 우리는 성경 본문을 편리하게 읽고 있습니다. 그것은 성경 본문이 장과 절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성경이 장과 절로 구분되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사도 바오로를 비롯하여 많은 성경 저자들이 편지나 복음서를 썼을 때 장과 절을 구분하여 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 성경의 장 · 절 구분은 언제 생긴 것일까요?

 

신약성경은 모두 27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책들은 서기 50~125년 사이에 그리스어로 쓰였습니다. 물론 성경 저자가 처음에 쓴 원본은 현재까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성경 저자가 손으로 쓴 책을 후대의 사람들이 손으로 베낀 필사본들만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필사본은 그리스어 필사본만도 5천 종이 넘는데, 그중 어떤 사본도 동일하지 않습니다. 이 수천 개의 사본들을 비교 연구해서 성경 원본을 재구성하는 일을 성경학계에서는 ‘사본학’ 또는 ‘원전비평’이라 부릅니다. 많은 사본 학자들이 원전비평 연구를 통해서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리스어 신약성경 27권을 완성한 것입니다.

 

이 신약성경 27권은 15세기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하면서부터 출판되기 시작했습니다. 라틴어 성경이 1452년과 1456년 사이에 인쇄되었고, 1514년 스페인 톨레도의 대주교 시메네스의 위임을 받은 학자들이 그리스어 신약성경을 완성하여 출판했으나, 교회의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2년 뒤인 1516년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가 바젤에서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된 신약성경을 출판하여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마침내 1551년 프랑스 파리의 인쇄업자이자 출판업자였던 로베르 에티엔느가 그리스어 성경을 출판하면서 절(節) 구분을 도입하였던 것입니다. 한편 1206년에 이미 파리 대학의 이사장이며 캔터베리 대주교였던 스티븐 랑톤이 장(章)을 표시하여 성경 본문을 구분했습니다. 구약성경의 장과 절 역시 스티븐 랑톤이 13세기에 파리에서 라틴어 성경을 펴내면서 처음으로 구분을 했습니다. 이 라틴어 성경에 붙인 장과 절의 숫자가 히브리어 구약성경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대로 성경 본문의 장과 절의 구분이 이루어졌으며, 이때 생긴 장, 절 표시가 오늘날의 성경 번역에까지 적용된 것입니다. 이 두 사람의 노력으로 우리는 성경 본문을 편리하게 구분하여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경의 장과 절의 구분이 어떤 사상적인 원칙과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경의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경 본문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성경이 수중에 들어오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원전비평에 종사하는 이들은 성경의 원문을 복구하기 위하여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성경을 경외심을 가지고 읽고 묵상해야 할 것입니다.

 

[2023년 8월 6일(가해) 연중 제18주일(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유충희 대철베드로 신부(둔내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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