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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가톨릭과 개신교의 경전 수가 왜 다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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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27 조회수614 추천수0

[빛이 되라] 가톨릭과 개신교의 경전 수가 왜 다른가요?

 

 

본래 ‘구약’이라는 말도 ‘성경’이라는 말도 없었습니다. ‘신약’이라는 말이 생기면서 ‘구약’이라는 말이 사용된 것입니다. 히브리어로 ‘하 세파림’이라 불리는 ‘성경’은 단순히 ‘그 책들’이라는 뜻이며, 그리스어로 ‘타 비블리아’로 번역되었고 그 후 라틴어와 영어를 거치며 ‘바이블’, 곧 ‘성경’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구약성경은 약 1천 년의 기간을 두고 쓰인 책 들인데, 후에 정경화(正經化) 작업을 거쳐 경전이 되었습니다. 모세오경은 기원전 450년경, 예언서는 기원전 200년경에 정경으로 채택되었고, 90년경에 유대인 랍비들이 야브네(그리스어로 얌니아)에서 종교회의를 열어 성문서를 정경으로 확정했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히브리어로 쓰인 39권의 책만을 정경으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팔레스티나 정경’ 또는 ‘히브리어 구약성경’이라 부릅니다. 유다인들은 모세오경인 토라(Torah), 예언서(Neviim: 네비임), 성문서(Kethuvim: 크투빔)의 머리글자(T,N,K)를 따고 거기에 모음을 붙여, 구약을 ‘타낙’(TaNak)이라고 부릅니다.

 

한편 기원전 333년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시아 제국을 물리친 후 고대 근동은 헬라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하였습니다. 따라서 그리스어가 통용어로 사용되자 팔레스티나 본토에서 사방으로 흩어져 살던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은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어로 변역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작업은 기원전 3세기 중엽 당시 헬라 문화의 중심지였던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스라엘 12지파에서 6명씩 뽑혀 각기 번역 작업을 했는데, 번역이 끝난 뒤 서로 대조해 보니 내용이 똑같았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라틴어로 70을 뜻하는 ‘셉투아진타’(LXX)라는 번역본의 이름이 붙여졌으며, 이를 ‘70인 역’ 또는 ‘알렉산드리아 정경, 그리스어 구약성경’이라 부릅니다.

 

70인 역에서는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어로 옮겼을 뿐 아니라 야브네 종교회의에서 제외시킨 15권의 책을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팔레스티나 정경의 입장에서는 이 15권의 책은 정경 밖의 책, 곧 외경(外經)이 됩니다. 한편 예루살렘에서 오순절 성령강림으로 탄생한 초대 교회는 그리스어 구약성경을 정경으로 받아들였고, 이는 로마 가톨릭교회를 통해서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그러다가 6세기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단행한 후 경전을 정하는 과정에서 15권의 책을 외경으로 제외하고, 히브리어로 된 39권만을 정경으로 채택했습니다. 이에 로마 가톨릭교회는 1548년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에서 개신교가 제외시킨 책들 가운데 7권을 경전으로 확정했습니다. 이때부터 가톨릭은 알렉산드리아 정경인 그리스어 구약성경에 따라 46권을, 개신교는 팔레스티나 정경인 히브리어 구약성경에 따라 39권을 경전으로 공식화한 것입니다. 신약성경의 경우, 가톨릭과 개신교 모두 397년 튀니지의 카르타고에서 경전으로 확정한 27권을 똑같이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2023년 8월 13일(가해) 연중 제19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유충희 대철베드로 신부(둔내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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