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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에 빠지다37: 열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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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30 조회수729 추천수0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37) 열왕기


하느님께 불충한 이들, 벌을 받다

 

 

열왕기는 통일 이스라엘이 남북으로 갈라지고 멸망한 것은 임금들이 하느님을 올바로 섬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가르친다. 그러면서 하느님께 순종할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하예즈, ‘예루살렘 성전 파괴’, 1867, 유화, 갤러리에 델 아카데미아 베네치아.

 

 

열왕기의 히브리어 성경 이름은 ‘멜라킴’입니다. 우리말로 ‘왕들’이라는 뜻이죠. 열왕기는 사무엘기처럼 본디 한 권의 책이었습니다. 히브리어 성경을 헬라어로 옮긴 「칠십인역」 번역자들은 멜라킴을 사무엘기의 후편으로 여겨 사무엘기를 두 권으로 나눴던 것처럼 둘로 나눠 ‘바실레이온 감마’(Βασιλειων Γ, 제3왕국기), ‘바실레이온 델타’(Βασιλειων Δ, 제4왕국기)로 이름 지었습니다. 1열왕 1,1─2,46이 사무엘기 하권의 ‘다윗 왕위 계승’(2사무 9,1─20,26) 내용과 연결되고, 사무엘기와 열왕기 모두 연속되는 이스라엘의 왕조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칠십인역을 따르지 않고 ‘ⅠReges’(1열왕기) ‘ⅡReges’(2열왕기)라 했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가톨릭 「성경」은 히브리어 타낙 성경과 라틴어 불가타 성경에 표현에 따라 ‘열왕기 상권’과 ‘열왕기 하권’으로 표기합니다.

 

열왕기는 기원전 970년 다윗의 재임 마지막 해부터 기원전 561년 여호야킨 임금이 바빌론 감옥에서 풀려난 사건까지 북 왕국 이스라엘과 남 왕국 유다 임금들의 실록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임금들이 어떻게 하느님께 불충했는지 이에 하느님께서 그들을 어떻게 벌하셨는지를 들려줍니다. 이 시기는 이탈리아에서 로마가, 아프리카에서 카르타고가 건국하고, 바빌로니아가 아시리아를 정복하던 격동기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400년 왕조 시기 동안 흥망성쇠를 거듭합니다. 통일 이스라엘은 기원전 932년 북 왕국 이스라엘과 남 왕국 유다로 갈라집니다. 유다 왕국에서는 다윗 왕조의 승계를 유지하지만, 이스라엘 왕국에서는 약 200년 동안 9번의 쿠데타가 일어나고, 그때마다 왕조가 바뀌는 혼란을 겪습니다.

 

그러다 기원전 722년 북 왕국 이스라엘은 아시리아 살만에세르 5세의 침공으로 멸망하고, 백성들은 아시리아로 끌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합니다.(2열왕 17장) 남 왕국 유다는 기원전 587년 신바빌로니아 네부카드네자르의 군대에 짓밟혀 패망합니다. 예루살렘은 불탔고, 성전은 파괴됩니다. 다윗 왕조의 통치도 멈춥니다.(2열왕 25장) 그리고 유다 백성들은 바빌론으로 끌려가 유배살이를 합니다.

 

유다교는 예레미야 예언자가 열왕기를 저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성경학자들의 일반 견해는 신명기계 역사서 편집자들이 열왕기를 최종 편집했다고 봅니다. 학자들은 기원전 561~538년 사이에 열왕기가 최종 편집됐으리라 추정합니다. 열왕기 마지막 부분인 2열왕 25,27에 네부카드네자르의 아들 에윌 므로닥이 바빌로니아 임금으로 등극하던 해(기원전 561년)에 유다 임금 여호야킨을 감옥에서 풀어줬다는 내용만 있지, 유배자들에게 예루살렘 귀환을 선포하는 키루스의 칙령(기원전 538년)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입니다.

 

열왕기 저자는 이 책의 편집을 위해 세 가지 사료, 곧 ‘솔로몬의 실록’(1열왕 11,41), ‘이스라엘 임금들의 실록’(1열왕 14,19), ‘유다 임금들의 실록’(1열왕 14,29)을 사용했다고 밝힙니다. 하지만 오늘날 성경학자들은 열왕기가 바빌론 유배 이전 요시야 임금 때 기록된 본문들(1열왕 8,8; 2열왕 8,22; 17,24-34)도 있지만, 많은 부분 바빌론 유배 후반기에 기록됐다고 주장합니다.

 

열왕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솔로몬 통치’(1열왕 1─11장), ‘이스라엘 수도 사마리아 멸망까지의 남북 두 왕국 역사’(1열왕 12장─2열왕 17장), ‘예루살렘 멸망까지의 남 왕국 역사’(2열왕 18─25장)입니다. 열왕기는 늙고 기운을 잃은 다윗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아도니야가 다윗을 이을 야망에 불탔으나 동생 솔로몬이 궁정 음모를 통해 후계자가 됩니다.(1열왕 1,5-53) 이어 솔로몬의 치세는 그가 지은 죄들에 대한 부정적 기록으로 끝맺습니다.(1열왕 2장─11장) 이후 임금들의 실록이 이어집니다. 열왕기는 임금 대부분을 부정 평가합니다. 임금들에 대한 평가 기준은 히즈키야와 요시야 임금이 시행했던 종교 개혁 규정이었습니다. 곧 하느님과 맺은 계약에 얼마나 충실했느냐에 따라 임금들을 평가했습니다.

 

열왕기는 이스라엘과 유다의 임금들 역사만을 전해주는 책이 아닙니다. 임금들과 함께했던 예언자들도 등장합니다. 나탄과 아히야, 엘리야, 엘리사, 미카야, 훌다가 그들입니다. 예언자들은 하느님의 백성을 다스리는 임금이 하느님께 충실하지 못할 때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다시 하느님께 돌아올 것을 촉구합니다.(1열왕 18,17-40; 2열왕 17,13) 또한 그들의 죄에 대한 하느님의 처벌을 선포합니다.(1열왕 14,7-11; 2열왕 22,16-17) 예언자들은 하느님과 율법에 충실하라고 합니다.

 

열왕기는 이스라엘과 유다 왕국이 분열되고 멸망한 것은 하느님을 올바로 섬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임금들이 바알을 숭배해 백성들은 하느님과 멀어지는 길로 이끌었기에 그 죄에 대한 벌로 나라가 망했다고 합니다. 열왕기는 임금뿐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느님께 순종할 것을 호소합니다. 아울러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올바로 섬기는 이들을 보호하실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8월 27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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