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이스라엘의 파수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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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09-12 | 조회수731 | 추천수0 | |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이스라엘의 파수꾼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물을 때 ‘식사하셨어요?’ 하고 인사합니다. 너무 가난해서 끼니를 잇기 어려운 시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선 시대에는 쌀이 화폐 구실도 하였으니, 서로의 살림살이를 걱정해주는 의미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이스라엘에서는 ‘샬롬’ 곧 ‘평화’라고 인사합니다. 여기에도 그만한 배경이 있습니다. 예부터 전쟁 걱정을 하며 바람 잘 날 없는 세월을 보내다 보니,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인사말로 표출된 것입니다.
옛 이스라엘은 열강(列强) 사이에 끼어 있었습니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인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사이에 자리해 있어 외세의 상황에 따라 국운이 좌우되었습니다. 언제 전쟁에 휘말리게 될지 몰랐던 만큼, 그들에게는 높은 데서 망을 보도록 배치된 사람 곧 ‘파수꾼’의 역할이 중요하였습니다(2사무 18,24-25). 그는 주위를 살피다가 전쟁의 기미나 이상한 조짐을 발견하면, 백성이 요새 성읍 안으로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뿔 나팔을 불어 경고하였습니다(예레 4,5-6; 에제 33,2-3; 요엘 2,1).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나팔 소리가 들리면 반사적으로 공포에 사로잡혔다고 합니다: “성읍 안에서 뿔 나팔이 울리면 사람들이 떨지 않느냐?”(아모 3,6) 이렇게 나팔로 백성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하는 파수꾼은 시간이 지나면서 예언자의 상징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징벌을 백성에게 미리 알려야 했던 예언자의 임무가 ‘파수꾼’의 그것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예언자를 파수꾼에 비유한 최초의 인물은 기원전 8세기에 활동한 호세아입니다: “예언자는 나의 하느님을 위한 에프라임의 파수꾼”(호세 9,8). 이후의 예언자들도 이 비유를 사용하였고(예레 6,17; 하바 2,1) 에제키엘서에서는 이 역할이 예언 소명의 중심으로 자리하게 됩니다(에제 3,16-21; 33,7-9). 말하자면, 에제키엘은 주님께서 보내시는 재앙을 백성에게 미리 경고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입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시나이 산에서의 계약을 깨뜨린 죄로 징벌을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오직 회개만이 살 길이었지만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백성에게 그는 뿔 나팔을 부는 파수꾼으로서 참회를 촉구했던 것입니다.
해당 재앙이 하느님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에제 3,17에 나옵니다: “너는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를 대신하여 그들에게 경고해야 한다.” 이 구절의 뒷부분은 ‘나로부터 그들에게 경고해야 한다.’라고 직역됩니다. 그러므로 다가올 징벌이 하느님의 의지에 의한 것이며, 이스라엘 백성이 그에 대비할 수 있도록 에제키엘이 경고해주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바로 여기서, 죄 지은 백성이 징벌을 면할 수 있도록 행동의 변화를 촉구하는 예언 소명의 의미가 밝혀집니다(2열왕 17,13; 즈카 1,4). 또한 벌하시면서도 예언자를 통해 백성을 준비시키신 것이므로 결국 당신 평화로 이끌어 주시는 주님의 섭리도 드러납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가 있다.
[2023년 9월 10일(가해) 연중 제23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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