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경에 빠지다40: 느헤미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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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09-19 | 조회수787 | 추천수0 | |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40) 느헤미야기 모세의 율법 다시 세우고 공동체를 새롭게
- 느헤미야기는 하느님께서 바빌론 포로 생활 귀환자들을 통해 이스라엘을 구원하려 하신다는 것을 강조한다. 사진은 느헤미야가 재건했던 예루살렘 성벽 유적. 출처=Christian VandenHeuvel
느헤미야기는 본디 히브리어 정경에서 ‘에즈라 느헤미야’라는 이름으로 한 책이었습니다. 느헤미야기는 “하칼야의 아들 느헤미야의 말”(느헤 1,1)로 시작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느헤미야는 ‘위로하다’는 뜻을 지닌 동사 ‘니함’과 하느님의 이름인 ‘야훼’가 합쳐진 단어로 우리말로 ‘야훼 하느님께서 위로하신다’라는 뜻입니다. 헬라어 성경 「칠십인역」은 에즈라 느헤미야를 ‘Εσδρα B’(에스드라스 베타)라 표기합니다.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에즈라기와 느헤미야기를 분리해 ‘Nehemias’(네헤미아스)라 했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가톨릭 「성경」은 ‘느헤미야기’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느헤미야기는 에즈라기와 같이 유다인들의 바빌론 포로 생활이 끝난 후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느헤미야가 등장하는 시기는 기원전 445년으로 페르시아 아르타크세르크세스 1세(기원전 465-424년)가 다스린 지 20년째 되는 해입니다. 느헤미야는 바빌론 유배 이후 에즈라와 함께 예루살렘을 재건한 인물입니다. 에즈라가 사제요 율법학자였던 것과 달리, 느헤미야는 페르시아 궁정에서 파견된 유다인 고위 관리였습니다. 그가 주로 한 일은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한 일입니다. 그는 신심 깊은 유능한 정치가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반대자들을 회유할 줄 아는 설교가이기도 했죠.
느헤미야기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느헤미야의 귀국과 예루살렘 성전 재건’(1─7장), ‘율법 선포와 초막절 축제 거행’(8─10장), ‘예루살렘 성벽 봉헌’(11─13장)입니다. 느헤미야는 성벽 복구에 반대하는 유다의 적들과 싸우는 동시에 주민들에게 용기를 북돋고 규율 준수를 촉구하며 이 일을 완수합니다. 예루살렘 성전 재건은 바빌론 포로 생활에서 풀려난 귀환자들이 수행해야 할 첫 번째 과제인 동시에 귀환 목적이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하는 일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관계를 유배 이전의 역사와 연결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들은 먼저 예루살렘 성전 제단을 복구해 하느님께 감사의 경신례를 거행했습니다. 이른바 ‘제2 성전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에즈라가 바빌로니아에서 가지고 온 모세의 율법을 이스라엘 백성 앞에서 선포하고 초막절 축제와 참회 예식을 거행합니다. 이제부터 모세의 율법이 유다교의 중심으로 확실하게 자리 굳히게 됩니다. 모세의 율법대로 경신례와 종교 관습, 사회 질서가 확립됩니다. 모세의 율법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무거운 짐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이며 기쁨의 원천입니다.(느헤 8,8-12) 하느님께서 단 한 번도 이스라엘에게 당신의 계명을 준수하라고 억지로 강요하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마음으로 당신을 섬기고 기쁨으로 율법을 실천하라고 초대하셨습니다. 그래서 에즈라와 느헤미야는 모세의 율법을 중심으로 종교 쇄신을 단행하면서도 단 한 번도 백성에게 율법 준수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이스라엘은 이 율법을 스스로 지켜갈 것을 다짐합니다.(느헤 10,29-30)
예루살렘 성벽이 재건되자 느헤미야가 하느님께 봉헌하는 여러 가지 예물에 관한 규정과 성전에서 봉사하는 이들과 관련된 규정을 재정비합니다. 아울러 유다인들에게 안식일을 철저히 지킬 것과 이방인과 혼인을 금할 것을 명령합니다. 귀환자들은 신앙과 혈통의 순수성을 보존하기 위해 성전 재건을 돕겠다고 나선 이방인들의 도움을 거절합니다.(에즈 4,1-24 참조) 또 에즈라와 느헤미야 역시 하느님께 대한 신앙과 새로운 공동체의 순수성을 보존하는 데 최선을 다합니다.
그래서 느헤미야는 모세의 율법 규정(신명 21,10-14)에 따라 귀환자들과 혼인한 이방인 여인들을 공동체에서 내보내게 하고 혼종혼인을 금합니다.(느헤 13,23-27) 그리고 이스라엘과 이방인을 철저하게 분리시킵니다.(느헤 13,1-3) 느헤미야가 이렇게 조치한 궁극적 이유는 하느님께 대한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함이었습니다. 느헤미야는 이방인과의 공존은 이방 종교와의 공존을 의미하고 결국 종교 혼합주의에 빠져드는 원인이 되리라 판단했기에 모든 이방인과의 철저하고 완전한 분리를 주장한 것입니다.(느헤 13,26-27)
느헤미야기의 핵심 주제는 느헤미야기의 맨 마지막 문단에 함축돼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사제들과 레위인들을 모든 낯선 것으로부터 정결하게 한 다음, 임무를 확정하여 저마다 제 일을 하게 하였다. 또 정해진 때에 바치는 장작의 봉헌과 맏물도 확정하였다.”(느헤 13,30-31) 느헤미야는 하느님께서 바빌론 포로 생활 귀환자들을 통해 이스라엘을 구원하려 하신다고 강조합니다. 유배와 왕국의 패망에서 구원받은 ‘생존자’(에즈 9,8)들인 참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성전을 중심으로 사제와 레위인들의 지도를 받아 모세 율법에 따라 살아가는 유다인들입니다. 그러니 그들은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가치관에 동화돼 “그들이 누리는 평화와 안녕을 좇아서는”(에즈 9,12) 안 되고, 오로지 성전에서 예배를 드리며 율법을 따라 살아야만 합니다.
성경학자들은 느헤미야기의 이 가르침은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드려야 하는 합당한 예배입니다. 여러분은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 여러분 자신이 변화되게 하십시오.”(로마 12,1-2)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9월 17일, 리길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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