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경에 빠지다41: 토빗기 | |||
---|---|---|---|---|
이전글 | [성경용어] 가해 연중 제26주일 전례성경 공부/묵상 동영상 자료 | |||
다음글 | 다음 글이 없습니다. | |||
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10-01 | 조회수597 | 추천수0 | |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41) 토빗기 토빗이 말하는 신앙 실천은 자선과 선행
- 토빗기는 이스라엘을 떠나 이국땅에 흩어져 살아가던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에게 하느님을 섬기고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의로운 일을 하고 자선을 베풀라고 당부합니다. 얀마시스, ‘시력을 회복한 토빗’, 1550년께, 유화, 샤르트뢰즈 박물관, 두에, 프랑스.
토빗기, 유딧기, 마카베오기, 지혜서, 집회서, 바룩서, 에스테르기 일부와 다니엘서 일부는 히브리어 타낙 성경에 수록돼 있지 않습니다. 유다교 정경에 없는 이 책들을 ‘제2경전’이라고 합니다. 쉽게 풀이해 제2경전은 구약성경의 헬라어 번역본에는 수록돼 있으나, 히브리어 성경에는 포함되지 않는 책들입니다. 제2경전이라 해서 그 권위나 중요성이 덜한 것은 아닙니다. 가톨릭교회는 경전으로 인정한 책들을 모두 구약성경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신교는 유다교 정경에 속하는 히브리어책들만을 구약성경으로 인정하기에 토빗기를 비롯한 제2경전을 구약성경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토빗기는 히브리어가 아닌 아람어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에세네파 쿰란 공동체에서 발견한 토빗기 단편들이 주로 아람어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토빗기 전체 내용이 온전히 보존된 본문은 헬라어로 쓰여 있습니다. 우리말 성경에 실린 토빗기 역시 헬라어 성경에서 옮긴 것입니다.
토빗기는 헬라어 성경 「칠십인역」에선 ‘Τωβιτ’(토빗)이라고 합니다. 토빗은 “야훼는 나의 복이시다”라는 뜻을 지닌 히브리어 ‘토브야’에서 나온 말입니다. 책 제목이자 주인공의 이름인 토빗은 하느님께서 당신께 충실한 이들에게 영원한 구원이시며 복이심을 가르쳐줍니다.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Tobias’(토비아스)라고 표기하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간행한 우리말 「성경」은 ‘토빗기’라고 쓰고 역사서에 포함해 놓았습니다. 헬라어 성경은 토빗기를 유딧기와 마케베오기 사이에 두었으나, 불가타 성경은 토빗기를 느헤미야기 바로 뒤, 유딧기 앞에 배치해 놓았습니다.
토빗기는 기원전 8세기(BC 734년)부터 기원전 4세기 이후까지(BC 587년) 일어난 남북 왕조의 멸망, 예루살렘 함락, 성전 파괴, 바빌론 유배와 유배 시대 이후 유다교 신앙을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오늘날 성경학자들은 이보다 훨씬 후대에 토빗기가 쓰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이유는 기원전 2세기께 저술된 집회서와 유사한 부분들(토빗 12,9; 집회 3,30)과 니산 달을 헬라어 이름인 ‘디스트로스 달’(토빗 2,12)로 사용하거나 그리스 화폐인 ‘드라크마’(토빗 5,15)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토빗기에는 부활 신앙이 발견되지 않다는 점, 천사론이 발전돼 전개되고 있다는 점 등을 미루어 헬레니즘 시대인 기원전 200년에서 기원전 170년 사이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토빗기는 납탈리 출신 이스라엘 사람이 유배 생활을 하면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어떻게 극복하게 됐는지를 들려줍니다. 토빗기는 크게 토빗에게 닥친 불행(1-3장), 토비야의 여행(4-9장), 토비야의 귀향(10-12장), 토빗의 찬미가(13장), 종결(14장) 다섯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친족인 토빗과 그의 며느리가 될 사라의 가족이 북 왕국 이스라엘이 멸망한 후 아시리아로 유배를 갑니다. 토빗 가족은 현재 이라크에 있는 니네베에서 살고, 사라 가정은 현재 이란에 있는 엑바타나에서 유배생활을 합니다. 두 가족은 유배지에서도 율법을 충실히 지키는 모범 가정이었습니다. 토빗은 선한 사람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자선을 베풀고, 죽은 동포들의 장례를 치러주었습니다.
그런데 두 가정에 불행이 닥칩니다. 임금의 총애를 받고 높은 관직에 올랐던 토빗은 새 임금이 즉위하자 공직뿐 아니라 모든 재산을 몰수당한 채 죽음을 피해 도망치는 신세가 됩니다. 게다가 얼굴도 모르는 동포를 장사 지내주고 난 직후에는 눈까지 멀게 됩니다. 사라는 혼인만 했다 하면 첫날밤을 치르기도 전에 신랑이 죽어 나갔습니다. 이 일이 7번이나 반복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토빗과 사라의 기도를 들으시고 라파엘 천사를 통해 그들을 고쳐주기로 하십니다.
토빗은 아들 토비야의 장래를 위해 전에 자신이 맡겨놓은 돈을 찾아오도록 그를 메디아로 보냅니다. 이때 사람 모습을 한 라파엘 천사가 토비야와 동행하면서 그가 사라와 혼인하도록 이끕니다. 아내 사라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토비야는 라파엘 천사의 인도로 늙은 아버지 토빗의 병도 고치게 됩니다. 그래서 두 집안은 행복을 되찾습니다.
토빗기는 자선을 강조합니다. 토빗이 유배지에서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실천하는 길은 선행과 자선이었습니다. 그는 주린 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헐벗은 이에게는 입을 것을 주며, 죽어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져 버려진 동족들을 정성스럽게 묻어주는 것으로 자신의 믿음을 실천했습니다. 이러한 행동이 토빗에게는 율법을 지키고 하느님께 충실하게 살아가는 길이었습니다.(토빗 4,11 참조)
토빗기는 이스라엘을 떠나 이국땅에 흩어져 살아가던 당시의 수많은 유다인에게 삶의 지침을 줍니다. 토빗은 죽기 전에 아들 토비야에게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의로운 일을 하고 자선을 베풀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는 이국땅의 유다인들이 하느님께 충실하게 살아간다면 하느님께서 언젠가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흩어진 이스라엘을 다시 예루살렘으로 불러모아 주시리라 믿고 하느님을 찬미합니다.(토빗 13장 참조) 이처럼 토빗기는 하느님을 섬기고 선을 행하라고 권고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9월 24일, 리길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