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경에 빠지다42: 유딧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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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10-11 | 조회수667 | 추천수0 | |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42) 유딧기 유다 민족의 살 길 보여준 용감한 유딧
- 유딧기는 유다 민족이 살길은 하느님께 충실하고 하느님을 구원자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크리스토파노 알로니,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든 유딧’, 1580년께, 유화, 팔라초 피티.
유딧기 역시 히브리어 타낙 성경에 수록돼 있지 않습니다. 유다교 정경에 없는 ‘제2경전’입니다. 유딧기는 헬라어 구약 성경 「칠십인역」에 ‘Ιουδιθ’(유딧)으로 표기해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유딧은 ‘유다인 여자’라는 뜻이며, 이 책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합니다. 「칠십인역」은 유딧기를 역사서로 분류해 에스테르기 다음에 배치해 놓았습니다. 라틴어 대중 성경인 「불가타」는 ‘Judith’로 표기하고 에스테르기 앞에 배치했습니다. 오늘날 가톨릭과 정교회 성경도 이를 따르고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간행한 우리말 「성경」은 ‘유딧기’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유딧기의 원저자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본디 히브리말로 저술했을 것입니다. 성경학자들은 유딧기가 쓰인 시기가 기원전 166년에서 기원전 142년에 일어난 마카베오 전쟁 기간이나 그 이후, 늦어도 1세기 중반 이전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후 「칠십인역」 성경 번역자들이 유딧기를 헬라어로 번역했습니다. 하지만 「불가타」 성경을 펴낸 예로니모 성인은 아람어로 된 유딧기 본문을 라틴어로 번역했다고 합니다.
유딧기는 하느님께서 유딧이라는 여인을 통해 유다인의 존립을 위협하는 침략자들을 물리치고, 당신 백성에게 베푸신 구원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유딧기는 “이 세상의 모든 여인 가운데에서,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가장 큰 복을 받은 이”(유딧 13,18)인 유딧을 찬양합니다. 유딧기는 팔레스티나의 조그마한 성읍인 배툴리아가 포위되는 사건을 다룹니다. 사마리아 지방의 도탄과 이즈르엘 평야 곁 가파른 산비탈 위에 자리한 배툴리아는 예루살렘을 비롯해 팔레스티나의 다른 지방으로 가는 길목들을 내려다보는 전략 요충지였습니다. 신심 깊은 과부 유딧은 배툴리아 성읍에서 나가 적군 진지로 갑니다. 유딧은 적장 홀로페르네스가 만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그의 목을 베어버립니다. 이로써 침략군이 패주하고 맙니다.
유딧기 내용은 역사적 사실과 불일치합니다. 유딧기 1장에 나오는 니네베에서 아시리아인들을 다스리던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은 기원전 605년에서 기원전 562년까지 신바빌로니아를 다스린 왕입니다. 그는 아시리아인이 아니고 바빌로니아 사람입니다. 네부카드네자르는 예루살렘을 함락하고 성전을 파괴한 후 유다인들을 바빌론 포로로 끌고 간 자입니다. 그리고 적장 홀로페르네스와 그의 내시 바고아스는 네부카드네자르가 죽은 지 200년이 지난 후 아르타크세르크세스 3세(기원전 358년~기원전 337년)가 다스릴 때 살았던 페르시아인들입니다. 유딧기 내용대로라면 임진왜란 때 김구 선생과 김좌진 장군이 독립군을 이끌고 일본군과 싸운 셈이 됩니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 성경학자들은 유딧기를 ‘교훈 설화’라고 부릅니다.
유딧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눕니다. 전반부(1─7장)는 아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공격해 배툴리아가 위기를 맞는 상황을 묘사합니다. 아시리아 장군 홀로페르네스가 이스라엘을 침략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는 세상의 신들을 모두 없애버리라는 임무를 받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민족이 네부카드네자르만 섬기고, 말이 다른 종족들과 부족들이 모두 그를 신으로 받들어 부르게 하려는 것이었다.”(유딧 3,8) 유다인들은 항전을 준비하면서 참회하며 기도했습니다. 홀로페르네스는 암몬인 아키오르에게 유다인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아키오르는 홀로페르네스에게 유다인들이 하느님 앞에서 죄를 짓지 않았다면 하느님께서 그들을 보호하시기 때문에 그들을 정복할 수 없다고 일러줍니다. 하지만 홀로페르네스는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배툴리아를 포위합니다.
후반부(8─16장)는 하느님을 경외하는 과부 유딧이 등장합니다. 유딧은 배툴리아 주민들에게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동포에게 모범을 보이자고 권고합니다. 하느님께서 시련을 주신 이유는 우리를 깨우쳐 주시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유딧은 머리에 재를 뿌리고 자루 옷을 입고 하느님께 이스라엘을 지켜주시기를 간청한 후 홀로페르네스에게 갑니다. 유딧은 홀로페르네스가 연회에서 만취해 잠들자 그의 목을 베어 시녀에게 들게 하고 배툴리아로 돌아갑니다. 유딧은 아시리아 군대가 홀로페르네스의 주검을 보고 달아나자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유딧은 유다인들에게 존경받았고, 그녀가 죽은 후에도 오랫동안 아무도 이스라엘을 위협하지 못했습니다.
유딧기는 유다 민족이 살길을 제시합니다. 첫째, 군사력이 아니라 백성이 하느님께 충실하게 살았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유딧 5장 참조) “하느님께 죄를 짓지 않는 한, 징벌을 당하지도 않고 칼에 압도되지도 않는다.”(유딧 11,10) 둘째,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겨레의 보호자이며 구원자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유딧 9장, 11장) 이는 유딧의 기도를 통해 잘 드러납니다. “당신의 능력은 수에 달려 있지 않고 당신의 위력은 힘센 자들에게 달려 있지 않습니다. 당신은 오히려 미천한 이들의 하느님, 비천한 이들의 구조자, 약한 이들의 보호자, 버림받은 이들의 옹호자, 희망 없는 이들의 구원자이십니다.”(유딧 9,11) “당신께서 모든 권세와 능력을 지니신 하느님으로서, 당신 말고는 이스라엘 겨레를 보호하실 분이 없음을, 당신의 온 백성과 모든 지파가 깨달아 알게 하십시오.”(유딧 9,14)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0월 8일, 리길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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