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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에 빠지다46: 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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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07 조회수496 추천수0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46) 욥기


의인 욥의 십자가가 갖는 의미는

 

 

- 욥기가 제시하는 고통에 대한 긍정적 자세는 ‘십자가를 통한 구원’이라는 그리스도교 교의를 잘 설명해 준다. 레오 보나, ‘욥’, 유화, 1880년, 오르세 미술관, 파리.

 

 

욥기의 히브리어 유다교 타낙 성경 명칭은 ‘욥’이며, 성문서로 분류돼 있습니다. 히브리어 ‘욥’은 우리말로 ‘미움받다’, ‘증오하다’는 뜻으로 하느님께 저항하는 욥의 모습과 그로 인해 시련을 겪는 욥의 처지를 반영한 이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욥은 ‘돌아오다’는 뜻의 아람어 ‘아바’에서 유래하기도 해 ‘하느님께 돌아온 사람’이라는 뜻을 지니기도 합니다. 또 욥기를 헬라어 구약성경 「칠십인역」은 ‘ΙΩΒ’으로,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JOB’이라 표기합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펴낸 가톨릭 「성경」은 ‘욥기’라고 표기하며 가톨릭 성경 분류표에 따라 ‘시서와 지혜서’에 포함해 놓았습니다.

 

욥기는 하느님께 축복을 받은 의인이라고 여겨지지는 흠 없는 사람인 욥이 아무 이유 없이 사탄의 시험대에 올라 갖은 시련을 겪다 하느님과의 대화를 통해 인간의 지혜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신비를 들은 후 하느님의 축복을 받고 모든 것을 이전 이상으로 회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욥기는 시련을 겪는 욥(1─2장), 욥과 테만 사람 엘리파츠, 수아 사람 빌닷, 나아마 사람 초파르와의 대화(3─31장), 부즈 사람 바라크엘의 아들 엘리후의 연설(32─37장), 주님과 욥의 대화(38,1─42,6), 모든 것을 회복하는 욥(42,7-17) 다섯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성경학자들은 욥기가 고통을 겪는 한 의인에 대한 고대 민중 설화를 토대로 엮어진 책이라고 봅니다. 이 고대 민중 설화는 기원전 2000년대 말기 근동 지방의 현인들 사이에 말로 전승되다 기원전 11~10세기 사무엘-다윗-솔로몬 시대 때 히브리어로 옮겨졌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러다 바빌론에 포로로 끌려가 유배 생활을 하던 중에 유다인들 중 어떤 이가 이 민중 설화를 토대로 당시 잘 알려진 수난받는 의인 욥 이야기(에제 14,14. 20 참조)를 토대로 욥기를 엮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욥기는 산문체와 운문체, 문화 배경과 종교 개념이 다양하게 드러나 단 한 번에 저술되지 않았습니다. 그 예로 욥기에는 하느님을 ‘야훼’ ‘엘’ ‘엘로하’ ‘샷다이’ ‘아도나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게 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학자들은 욥기가 적어도 세 과정을 거쳐 엮였을 것이라고 봅니다. 먼저 욥의 이야기가 말로 전해져 내려왔고, 다음으로 이 민중 설화를 다른 이야기와 합치는 중간 편집 단계를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욥의 시련 이야기에 욥과 세 친구의 대화, 하느님과 욥의 대화, 욥기 28장의 ‘지혜 찬가’가 추가됐으리라 추정합니다. 끝으로 최종 편집자가 엘리후의 연설을 삽입해 욥기를 세상에 내놓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성경학자들은 이렇게 욥기가 엮어진 시기를 기원전 5~1세기 사이였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럼 욥기의 최종 편집자는 누구일까요? 성경학자들은 바빌론에 포로로 끌려가 유배생활을 하던 유다인 중 예레미야의 고백(예레 11,18-20; 12,1-4)을 잘 알고, 예루살렘 성전에서 불렸던 시편이나 유다 임금들의 궁전에서 전해지던 잠언들을 외우고 있었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욥기의 저자가 예레미야의 제자일 것으로 추측합니다.

 

욥기는 바빌론 포로 생활에서 해방돼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유배자들이 ‘하느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작품입니다. 욥기는 모세오경을 바탕으로 살아가는 유다인들에게 무엇이 지혜인지 가르쳐 주는 책입니다. 욥기의 핵심 주제는 ‘하느님과의 진정한 관계성’입니다. 욥은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시련을 당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 시련을 받았습니다.

 

욥기가 제시하는 고통에 대한 긍정적 자세는 ‘십자가를 통한 구원’이라는 그리스도교의 교의를 잘 설명해 줍니다. “그리스도는 고통을 없애러 오신 분이 아니라 어떤 고통 중에도 우리와 함께 계심으로써 그 고통을 극복하게 하시고, 결국 고통을 넘어서는 구원으로 이끄신다는 종말론적 희망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김혜윤 수녀, 「시서와 지혜서」 143쪽)

 

욥기는 하느님을 창조주이며 역사의 주님으로 고백합니다. 또한 욥기는 하느님의 권능이 모든 피조물을 향한 각별한 배려와 사랑으로 드러난다고 가르쳐줍니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헤아릴 수 없는 하느님의 축복과 피조물들을 향한 선의를 알아채지 못합니다. 욥기는 인간의 지식이 제한적이고 단편적이며 항구성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라고 촉구합니다. 더불어 지혜는 오직 하느님께 속해 있고 인간의 지식은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가르쳐줍니다.

 

성경학자 김정훈 신부는 욥기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욥은 시련을 극복하면서 솔직하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하느님께 드러내고, 하느님 앞에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분명하게 깨닫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신뢰는 인간을 더욱 굳건하고 확실한 믿음으로 이끌었으며, 하느님을 향한 인간의 변함없는 신앙은 세상과 역사의 현장에서 인간을 하느님의 동반자가 되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시서와 지혜서」 46쪽)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1월 5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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