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경에 빠지다48: 잠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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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11-21 | 조회수509 | 추천수0 | |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48) 잠언 하느님 경외함을 바탕으로 한 지혜와 처세술 담겨
- 잠언은 ‘하느님을 경외함’을 지혜의 근본이며 지혜가 추구하는 교육의 근원이라고 가르칩니다. 따라서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도덕적이고 종교적으로 전인적 사람이 되라고 권고합니다. 성년식을 치르는 한 유다인 소년이 토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잠언(箴言)은 ‘가르쳐서 훈계하는 말’ 또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교훈이 되고 경계가 되는 짧은 말’을 뜻합니다. 구약 성경의 제1경전인 히브리어 타낙 성경은 잠언을 ‘미쉴레 쉘로모’라고 하며 ‘성문서’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로 ‘솔로몬의 잠언’이라는 뜻입니다. 헬라어 구약성경 칠십인역은 히브리어 성경 제목을 그대로 옮겨 ‘파로이미아이 살로몬토스’(Παροιμιαι Σαλωμωντοs)라고 합니다.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도 마찬가지로 ‘파라볼레 살로모니스’(Parabolae Salomonis)라고 표기합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우리말 성경은 ‘잠언’이라고 표기하고, 교회 전통에 따라 ‘시서와 지혜서’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잠언은 “이스라엘 임금 다윗의 아들 솔로몬의 잠언”(1,1)으로 시작합니다. 지혜로운 솔로몬 임금을 잠언의 저자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구약 성경은 솔로몬 임금을 잠언과 코헬렛, 지혜서, 아가의 저자로 등장시킵니다. 성경은 잠언의 저자 솔로몬을 ‘이스라엘 임금’과 ‘다윗의 아들’로 소개합니다. 유다인들에게 있어 이스라엘 임금은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임금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중개자로서 ‘하느님 신탁의 전달자’입니다.(잠언 16,10-15)
또 잠언의 저자가 ‘다윗의 아들’이라고 명시함으로써 세속적인 영역에만 머물러 있을 수도 있는 내용을 담은 잠언에 일종의 신성을 부여합니다. 다윗은 ‘주님의 기름 부음 받은 이’로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과 맺으신 계약, 그리고 그분께서 당신 백성에게 내리신 약속을 상기시킵니다. ‘다윗의 아들’의 권위 아래 선포되는 잠언의 지혜는 매우 종교적인 신학을 통해 특히 이스라엘의 고유한 유일신 사상이 근본 바탕을 이룸으로써, 구약 성경의 잠언은 다른 잠언들과 구별된다.(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주석 성경」 1708-1709쪽 참조)
잠언의 저자로 솔로몬을 내세우는 이유는 그가 통치자의 자질과 문학의 재질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금언을 지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1열왕 3,3-14. 16-28; 집회 47,14-17) 또한 잠언 내용 가운데 3개의 묶음에 ‘솔로몬의 잠언’이라는 표제가 제시돼 있어서입니다.(잠언 1,1; 10,1; 25,1) 그렇다고 해서 솔로몬 임금을 잠언 전체는 물론이고 이 모음들의 실질적인 저자 또는 편집자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아울러 솔로몬 임금이 잠언의 핵심 부분을 직접 지었거나 일부를 수집했을 개연성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성경학자들은 이스라엘의 지혜 문학이 솔로몬 임금을 중심으로 본격 시작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에 시편을 다윗에게 귀속시키듯이 솔로몬 역시 지혜 문학의 대부로서 잠언의 일부 또는 전체의 저자로 불릴 수 있는 정당성을 지닙니다.
잠언은 총 31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머리글(1,1-7)과 나쁜 친구들과 낯선 여자를 삼가라는 훈계(1,8-9,18), 376개에 이르는 도덕적 삶에 관한 솔로몬의 잠언집(10,1-22,16), 현인들의 첫 번째 잠언집(22,17-24,22), 현인들의 두 번째 잠언집(24,23-34), 히즈키야 임금의 신하들이 수집한 솔로몬의 두 번째 잠언집(25-29장), 마싸 사람 아구르의 잠언들(30,1-14 ), 수(數) 잠언(30,15-33), 마싸 임금 르무엘의 잠언(31,1-9), 훌륭한 아내에 대한 찬양(31,10-31) 9개의 잠언 묶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잠언의 내용은 의인은 복을 받고 악인은 벌을 받는다는 인과응보의 원칙을 기반으로 세상을 성공적으로 사는 처세와 삶의 비결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도덕적이고 종교적으로 지혜로운 ‘전인적 사람’이 되라고 잠언은 권고합니다. 잠언은 이렇게 가르칩니다. ‘하느님을 경외함’은 지혜의 근본이며 지혜가 추구하는 교육의 근원입니다. 지혜는 사람이 지녀야 할 자질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입니다. 지혜는 인간을 악과 죽음에서 보호하고, 하느님을 경외함과 거기에서 나오는 모든 좋은 것으로 인도합니다.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일정한 도덕적 바탕이 요구됩니다. 곧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주의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인간은 하느님을 믿고 주님의 지혜를 얻어 생명의 길을 선택하고 죽음에 이르는 내리막길을 피하라고 권고합니다. 그리고 속임수와 편법으로 성공하려 하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며 올바르게 행동해 후회 없는 삶을 살라고 당부합니다. 다시 말해 잠언은 지혜는 하느님께 속하고 하느님께서 당신 지혜로써 이 세상을 만드셨으니, 그 지혜의 길을 따라야 생명에 이르게 된다고 가르칩니다.
잠언은 시편처럼 구약 성경 거의 모든 역사를 통해 형성되고 다듬어지고 전승됐습니다. 그래서 성경학자들은 잠언의 뿌리를 이스라엘 공동체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구두로 전승돼 오던 조상들의 지혜를 수집해 기록해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잠언이라고 합니다. 이 수집 작업은 솔로몬을 중심으로 왕정시대 때부터 시작됐지만, 바빌론 유배 이후 31장의 잠언으로 편집됐다는 것이 일반 견해입니다.
잠언의 내용은 가톨릭 신앙에도 반영됩니다. 교회 이렇게 선포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자제력과, 진리와 선을 향해 자신을 다스릴 능력을 주시는 창조주의 지혜와 선에 참여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954항)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1월 19일, 리길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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