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사도행전 읽기38: 바오로의 항소와 마지막 변론(사도 25,1-26,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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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12-13 | 조회수377 | 추천수0 | |
[사도들의 기쁨과 삶을 담은 사도행전 읽기 38] 바오로의 항소와 마지막 변론(25,1-26,32)
사도행전은 총 세 차례 바오로의 회심 이야기를 전해줍니다.(9,1-22; 22,3-21; 26,2-23) 이번 회심 설교는 기존 두 번의 회심 이야기와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고, 아그리파 임금 앞에서 변론하는 바오로의 모습은 헤로데 안티파스 앞에서 심문을 받았던 예수님의 모습을 연상시킵니다.(루카 23,6-12 참조)
바오로의 감옥 생활은 유다인들에게 환심을 사려 한 총독 펠릭스 때문에 2년간 지속됩니다. 그러나 가혹한 수감 생활을 하기보다는 자유로운 구금 상태로 지냅니다. 바오로의 공판은 펠릭스 다음 총독인 페스투스가 다시 이어 나갑니다. 페스투스도 유다 지도자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예루살렘에서 공판을 열고자 합니다. 이때 바오로는 자신의 로마 시민권을 활용하여 로마 황제에게 항소를 합니다. 당시 로마 시민권자는 재심을 요구하기 위해서 또는 부당한 재판을 거부하기 위한 방편으로 재판 초기부터 로마 황제에게 직접 호소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로마 황제에 대한 항소는 바오로의 여정이 어디서 마무리가 될지 예측하게 해줍니다. 이제 페스투스는 바오로를 유다인 임금인 아그리파스 앞에 세웁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십자가 수난의 길을 걸어가시기 전 헤로데 안티파스에게 심문을 받으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또한 “너희를 회당과 감옥에 넘기고, 내 이름 때문에 너희를 임금들과 총독들 앞으로 끌고 갈 것이다.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루카 21,12-13)라는 예수님 말씀을 연상케 합니다. 이처럼 바오로는 예수님의 뒤를 따르면서, 그리스도의 증언자로 마지막 변론을 시작합니다.
바오로의 마지막 변론은 9,1-22과 22,3-21에서 밝힌 자신의 회심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설교는 회심 순간의 구체적인 묘사와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강조됩니다. 그리고 자신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증인이며, 구약 예언자들의 합법적인 계승자일 뿐만 아니라, 열두 사도 대열에 들어서게 된 이방인의 사도임을 부각합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메시아가 고난을 받으셔야 한다는 것과 모세와 예언자에 관한 이야기와 예언자를 믿느냐는 질문 등 유다인에게 민감한 주제들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또한 바오로의 설교는 그리스도교가 제시하는 메시아가 어떤 메시아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분명 유다교의 메시아는 제왕적 메시아입니다. 다윗의 후손으로 이스라엘의 나라를 다시 일으킬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가 제시하는 메시아는 제왕적 메시아가 아닌 고난 받는, 즉 속죄를 위한 희생과 섬김의 메시아입니다. 루카는 이런 뚜렷한 구분을 통해 유다교와 그리스도교가 어떻게 다르고 각각 무엇을 지향하는지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제왕적 메시아를 섬기지 않습니다. 우리 죄를 위해 희생하신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이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천년 동안 이 세상을 지배한다거나 세상의 제사장이 된다는 등의 지배욕을 부추기는 말들은 그리스도의 말씀을 왜곡하는 거짓말들입니다. 오히려 아무런 조건 없이 섬김과 겸손, 희생의 삶을 드러내는 말이 바로 그리스도의 말씀이며,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말입니다.
[2023년 12월 10일(나해)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서울주보 5면, 김덕재 안드레아 신부(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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