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예언자 아모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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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12-19 | 조회수419 | 추천수0 | |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예언자 아모스
베들레헴에서 남쪽으로 8킬로미터가량 내려가면 트코아 유적이 나옵니다. 트코아는 기원전 8세기에 활동한 예언자 아모스의 고향입니다(아모 1,1). 2역대 11,6에선 트코아가 이스라엘의 남왕국 성읍인 베들레헴과 나란히 언급되는데, 이는 아모스가 남왕국 출신임을 암시합니다. 트코아는 서쪽으로 경작지, 동쪽으로 광야 곧 목초지를 끼고 있어, 아모스가 목축도 하고 농사도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아모 7,14 내용과도 잘 어우러집니다.
하지만 아모스가 활동한 장소는 북왕국입니다. 이는 비록 이스라엘이 남북으로 갈라졌지만, 하느님 눈에는 남북왕국이 한 백성이라는 뜻입니다. 아모스는 예로보암 2세 시대(기원전 789-748년 재위 추정)에 활동하는데요(아모 1,1), 이스라엘의 최성기(最盛期)가 다윗과 솔로몬의 시대였다면 아모스가 활동한 때는 이스라엘의 남북왕국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대입니다. 북왕국을 자주 침공하던 아람은 아시리아에게 제압당했고, 아시리아는 이후 무력한 임금들이 재위하며 힘을 잃습니다. 이집트도 그 당시에는 큰 위협이 아니었기에, 남북왕국은 평화롭게 번영하면서 영토도 다윗-솔로몬 시대만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런 번영이 상류층의 재산 축재로만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엄청난 부를 거머쥔 상류층은 호화로운 건물을 짓고 사치를 즐겼는데(3,15; 6,4-6 등), 이런 부유함은 북왕국의 수도 사마리아의 발굴 과정에서 상아 장식을 과하게 많이 단 건물들이 다수 출토된 데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류층은 경신례에도 돈을 많이 들였습니다(4,4-5; 5,21-23). 하느님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야 부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부유해질수록 더욱 욕심을 내며 뇌물 수수와 약자 착취를 서슴지 않았는데(5,11-12; 8,4-6 등), 이에 아모스는 나라의 멸망을 예감하고 그들을 바로잡으려 애썼던 것입니다. 형식만 남은 경신례를 꾸짖고, 하느님과 맺은 계약 곧 율법의 핵심인 공정과 정의를 실천해야 주님의 날에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5,4-7.18-25).
북왕국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구해내 당신 백성으로 삼으셨기에 자신들에게 복만 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모스는 세상 만민이 하느님 눈에 다 똑같다고 선언하며(9,7), 오히려 하느님과 계약 관계에 있는 이스라엘이 죄의 대가를 더 비싸게 치를 거라고 경고합니다(3,2). 왜냐하면 계약을 지키지 않는 이스라엘은 타민족과 다를 바 없을 뿐 아니라, 계약의 의무를 저버린 죗값까지 짊어져야 했기 때문입니다. 곧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루카 12,48)는 것입니다.
아모스는 주님께서 사회적 불의를 바로잡기 위해 당신 도구로 쓰신 인물입니다. 사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 마음도 넓어지고 하느님도 더 찾기 쉬워질 듯하지만, 정반대되는 모습도 자주 나타납니다. 아모스 이후 2,8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역시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으니, 우리는 그가 전달한 신탁에서 교훈을 찾고 성찰할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가 있다.
[2023년 12월 17일(나해)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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