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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9-04-06 조회수3,753 추천수0 신고

산상설교(진복선언) / 행복하여라(복되어라)

 

마태오복음 5장의 산상설교에서 "행복하여라" 는 예수님의 말씀은 '명령'으로 해석해야 하는지요? 문맥으로 보면 감탄형 '행복하구나!'로 해석되는데, 만약 명령이라면 '행복'을 절대적 의무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심리적 저항에 부딪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행복하다'는 우리말에서 형용사로서 명령형 '-여라'는 붙을 수 없는 말이지만, 특별히 시적인 표현 등에서 가끔 쓰이곤 합니다. 

 

+  샬롬(그리스도의 평화)

 

200주년 신약성서 주해서 각주를 발췌해 드리겠습니다. 

 

"복되어라, 영으로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니."(200주년 신약성서 마태 5,3)

 

  어록이나 루카복음에서는 가난한 이들, 굶주린 이들, 우는 이들이 복되다 한다. 이는 가난하고 굶주리고 울기 때문에 복되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은 비록 가난하고 굶주리고 울고 싶도록 서럽지만 곧 하느님의 나라가 오면 불행한 저들이 그 나라를 차지하고 배불리 먹고 웃고 즐길 것이므로 복되다는 뜻이다. 비참한 현실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미래 희망, 곧 종말 축복  때문에 행복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아주 수긍이 가는 선언이다. 

 

"가난이 어떻게 행복과 연결되는가? 아무리 머리를 짜서 궁리해도 이해되지 않을 것입니다. …"(가도와키 「神과 聖書」[분도출판사 1985]119) 하면서 진복선언에 마치 선문답의 역설이 들어 있는 양 풀이하는 것은 진복선언의 진위와는 동떨어진 해설이다. 

 

  마태오는 어록의 진복선언을 넷을 아홉으로 늘렸을 뿐 아니라 윤리적 관점에서 진복선언을 각색했다. 그냥 가난한 이들이 아니고 "영으로 가난한 이들이" 행복하다. 그냥 굶주리는 이들이 행복한 것이 아니고, "의로움에 굶주리고 목마른 이들이" 행복하다는 식이다.

 

  "영"과 "가난한 이들"은 매우 흔한 낱말이다. 그러나 구약 · 신약을 통틀어 두 낱말이 함께 붙어 사용된 경우는 없다. 오직 마태 5,3에만 "영으로 가난한 이들"이란 표현이 나온다. 그러니 그 뜻이 자못 불분명할 밖에. 그러던 차에 1947년부터 발견된 쿰란 문헌에 보면 "영의 가난한 이들"이란 표현이 두 번 나오는데 (IQM 14,7 ;IQH 14,3), 예수 시대 쿰란 수도자들이 그렇게 자처했다. "영의 가난한 이들"의 반대가 완고한 마음인 점으로 미루어 (IQM 14,7) "영의 가난한 이들"은 겸손한 이들이라 하겠다. 쿰란 수도자들은 빈자의 영성에 심취했던 까닭에 "영의 가난한 이들" 말고도 "은총의 가난한 이들"(IQH 5,22), "당신 구원의 가난한 이들"(IQM1 1,9), 또는 "가난한 이들"(4QpPs 37)로 자처하기도 했다. 

 

   다른 해설 두 가지 : 영으로 가난한 이란 실제로는 사유 재산을 소유하더라도 물욕을 버린 사람을 가리킨다는 설이 있다. 가톨릭 수도원에서 즐겨 내세우는 또 한 가지 설로서, 사유재산을 포기하기로 청빈서원을 발한 수도자야말로 영으로 가난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것(영으로 가난함)은 영의 부추김을 받아 자발적으로 가난을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청빈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가난을 체험하고 감수한다기보다 가난을 자신의 숙명으로 여기는 후련한 경지를 말합니다.  …" (神과 聖書 120). 이는 예수회의 영성수련 또는 불가의 선 수행에서 우러나온 깨달음일지언정, 아무래도 마태 5,3의 참뜻과는 먼 발상이다. 

 

  끝으로 우리말 번역 문제 :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공동번역)은 잘못된 번역이다. ① 그리스어 원문에는 "마음이"가 없고 그 대신 "영으로"라고 한다. ② 원문에는 "행복하다"가 맨 앞에 나온다. ③ 공동번역 문장은 우리 어감에 거슬린다. 비록 물질적으로는 가난할지라도 마음만은 풍족하게 살아야지, 마음조치 찌들면 어쩌나. 

(발췌 끝.) 

태그 산상설교, 진복선언, 복되어라. 행복하여라, 영으로 가난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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