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경에 빠지다54: 예레미야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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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4-01-02 | 조회수1,229 | 추천수0 | |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54) 예레미야서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로 이뤄지는 ‘새로운 계약’
- 예레미야 예언자는 남 왕국 유다 말기 다섯 명의 임금이 통치하던 혼란스러운 때에 40년간 활동했던 예언자입니다. 예레미야서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맺는 ‘새로운 계약’을 강조합니다. 이 새로운 계약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됩니다. 미켈란젤로, ‘예레미야’, 프레스코, 바티칸 시스티나 소성당.
히브리어 구약 성경은 예레미아서를 ‘이르메야후’라고 표기합니다. 우리말로 “야훼께서 던지다” “야훼께서 급히 보내다”라는 뜻입니다. 이를 헬라어 성경 「칠십인역」은 ‘이에레미아스’(Ιερεμιαs)로,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예레미아스’(Jeremias)라고 음역했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발행한 우리말 「성경」은 ‘예레미아서’라고 표기합니다.
예레미야서는 기원전 627~587년 약 40년간 남왕국 유다를 무대로 펼친 예레미야 예언자의 활동과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예레미야는 유다 왕국의 므나쎄 임금(기원전 687~642) 통치 말기에 예루살렘 동북쪽 벤야민 지파 땅 아나톳에서 사제 가문의 에비야타르 후손으로 태어났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예루살렘 멸망 40년을 앞두고 20세 청년 예레미야를 당신의 예언자로 부르십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예레미야는 유다 왕국 요시아 임금 13년(기원전 627년)에 부르심을 받아 예루살렘이 바빌로니아에 의해 함락되던 치드키야 11년(기원전 587년)까지 예언자로 활동했습니다.
예레미야가 예언자로 활동하던 40년 동안 유다 왕국은 요시야, 여호아하즈, 여호야킴, 여호야킨, 치드키야 다섯 임금이 바뀔 만큼 정국이 불안하고 멸망으로 치닫던 매우 혼란한 때였습니다. 예레미야는 유다 왕국이 처한 위기를 내다보며 하느님의 뜻에 순응하고 주님께 의탁하지 않으면 백성이 기다리는 ‘하느님의 날’은 구원과 승리의 날이 아니라 패배와 멸망의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예레미야는 ‘말씀의 고독한 예언자’라 불릴 만큼 고난과 고통, 고독으로 점철된 생애를 살았습니다. 그는 평생 가족과 동족, 사제, 예언자, 정치가들로부터 외면당해 ‘외톨이’로 살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했습니다. 그는 외적으로 동포와 동료들의 살해 위협 속에서, 내적으로 본성에도 맞지 않는 예언자의 소명을 수행해야 하는 데서 오는 끝없는 갈등 속에서 자기 사명을 완수합니다.
예레미야는 바빌로니아가 예루살렘을 점령한 후 바빌론으로 가서 편하게 살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합니다. 그는 유다 지방관으로 임명된 그달야와 함께 황폐한 유다에 남습니다. 결국, 그는 친이집트 세력에 의해 그달야가 살해된 후 바룩과 함께 이집트로 끌려간 후 행방이 묘연해집니다.
예레미야서는 이사야서와 더불어 대예언서라 불립니다. 예레미야서는 바빌론 유배 시대 초기에 이미 여러 문서와 기록들로 흩어져 있었고, 신명기계 학파에 속하는 인물이 최종 편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레미야서는 52장으로 편집돼 있습니다. 이를 도입부(1,1-3), 1부 유다와 이스라엘에 대한 신탁(1,4-25장), 2부 예레미야 전기(26-45장), 3부 이민족에 대한 신탁(46-51장), 4부 역사, 부록(52장)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예레미야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주제는 하느님을 두고 거짓 예언자와 참 예언자가 벌이는 첨예한 갈등입니다. 거짓 예언자 무리를 대표하는 하난야계 대부분은 관료와 사제, 제도권 예언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이집트의 후원을 받아 바빌로니아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는 친이집트 세력 구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원전 587년 8월 예루살렘 함락 후 바빌론으로 끌려가진 전에는 ‘예루살렘의 안정과 견고함을 위한다’는 내용의 신탁을, 유배 후에는 ‘왕과 추방된 지도자들이 신속히 돌아온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참 예언자 예레미야를 따른 무리는 아히캄의 아들 그달야와 네리야의 아들 바룩, 신명기계 개혁에 적극 가담한 소수의 궁정 관리들, 키르얏 여아림 출신 우리야, 일부 사제들로 바빌론에 복종하고 그들과 함께할 것을 추구하는 친바빌론 세력 구성을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유배 전 ‘거짓 예언자들은 스스로 조작해낸 환시와 그럴듯한 말로 유다의 부만 축내는 자들’이라고 고발합니다. 유배 후에는 ‘바빌론 유배 기간이 수십 년에 이를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예레미야서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맺는 ‘새로운 계약’을 드러냅니다. 하느님께서 역사에 개입하신 것은 당신 백성을 무조건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뉘우치게 해 그들을 구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합니다.(3,14-18; 16,14-15; 24,4-7)
하느님과 이스라엘은 ‘혼인’ 관계입니다. 신랑이신 하느님께서 열정적인 사랑을 보여주시지만, 신부인 이스라엘은 그 사랑을 배신하는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것입니다.(2,20-25) 따라서 악으로 기울어진 완고해진 마음을 되돌리는 것은 인간 스스로 힘으로는 불가능하며 하느님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죄를 벗기 위한 ‘마음의 할례’가 필요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새로운 마음속에 당신의 법을 새겨주실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인간은 하느님을 바로 알고 그분의 뜻에 따라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31,31-34)
하느님의 이러한 개입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맺는 ‘새로운 계약’이 될 것입니다. 이 새로운 계약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신약 성경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은 이 계약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되었다고 풀이합니다.(히브 8,8-12; 10,16-17)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1월 1일, 리길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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