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요나가 타르시스로 가려 한 까닭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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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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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4-01-23 | 조회수1,006 | 추천수0 | |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요나가 타르시스로 가려 한 까닭은
구약 시대에는 예언자 ‘요나’가 이방인 선교를 맡았습니다. 그 이름의 뜻은 ‘비둘기’인데요, 과거 비둘기가 전령 구실을 하였듯이(창세 8,8-12) 요나도 먼 니네베까지 가서 주님 말씀을 전하였습니다. 비둘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상징이기도 하므로(시편 74,19), 요나는 하느님의 맏아들로서 온 세상에 주님을 알려야 하는 이스라엘(탈출 4,22)의 대표격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그가 애초부터 이방인들이 자기들처럼 하느님의 은총을 누리게 되길 바랬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소명을 피하려고 비둘기처럼 어리석게(호세 7,11) 행동합니다. 하느님이 바다와 뭍을 만든 창조주이심을 고백하면서도(요나 1,9) 그분을 피해 바닷길로 도망가려 한 것입니다. 그렇게 지중해의 야포 항에서 타르시스행 배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왜 타르시스행 배를 탔을까요? 그 이유는 타르시스가 옛 이스라엘에서 세상 끝처럼 여겨진 곳이라는 데 있습니다(시편 72,10-11 등). 이사 66,19에는 타르시스가 ‘주님 영광에 대해 듣지도 보지도 못한 먼 섬들’과 병행어로 소개됩니다. 이후 야고보 사도는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려고 스페인의 산티아고까지 가지요. 타르시스로 추정되는 ‘타르테수스’ 유적지 역시 오늘날 스페인(남부)입니다. 니네베의 정반대 편입니다. 그렇다고 요나가 하느님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타르시스행 배를 탔던 건 아닙니다. 타르시스가 니네베 반대편의 세상 끝과 같은 곳이니 니네베로 가지 않겠다는, 최대한 거기서 멀어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나가 주님의 명령을 거역하려 한 건 요나 1,3에서 잘 드러납니다. “요나는 주님을 피하여 타르시스로 달아나려고 (···) 야포로 내려갔다. 마침 타르시스로 가는 배를 만나 (···) 배에 올랐다. 주님을 피하여 (···) 타르시스로 갈 셈이었다.”한 절에서 “타르시스”가 세 번이나 반복되고 “주님의 피하여”라는 구절이 수미쌍관으로 나옵니다. “내려갔다”는 말은 요나가 항구로 갔다는 의미지만, 주님을 거역하려 했다는 느낌도 전해줍니다. 왜냐하면 지극히 ‘높으신’ 분에게서 멀어지려는 시도를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성전이 자리했던 예루살렘으로 갈 때는 지금도 ‘올라간다’라는 표현을 씁니다(에즈 1,3; 예레 31,6 등). 요나는 하느님 눈에서 멀어지려고 ‘내려갔던’ 것입니다.
하지만 요나라는 이름은 다른 사실도 암시합니다. 집을 잊지 않고 돌아오는 비둘기처럼 그 역시 결국엔 주님께 돌아오리라는 것입니다(호세 11,11). 이런 상징성 때문일까요? 신약 시대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어, 지중해의 야포 항에서 베드로 사도는 이방인을 향한 선교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됩니다(사도 10장).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가 있다.
[2024년 1월 21일(나해) 연중 제3주일(하느님의 말씀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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