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경 속 인물6: 모든 것 희생하고 자녀 얻은 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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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4-02-06 | 조회수772 | 추천수0 | |
[허영엽 신부의 성경 속 인물] (6) 모든 것 희생하고 자녀 얻은 사라
- 얀 프로보스트 ‘아브라함, 사라와 천사’.
구약시대에 여자는 그저 남자의 재산목록 중 하나였고 매매가 가능한 하찮은 존재로 생각됐다. 그래서 여인은 외부 세계와 완전히 격리됐으며 철저히 아버지나 남편의 지배 아래에 있는 존재였다. 구약의 여성들은 종교적으로도 이스라엘의 연중행사인 유월절, 초막절, 오순절 예배에 참례할 수 없었고 성전에도 여성들만의 자리가 따로 존재했다. 당연히 여성들은 당시의 이스라엘 학문의 총체인 율법을 배울 수 없었고 존경받는 율법교사가 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성은 가축을 지키고, 밭일을 하고 식사와 빨래, 옷을 만드는 등 안팎의 일을 다 감당해야 했다. 결혼한 여성이 아들을 낳지 못하면 여성의 사회적, 법적지위에 많은 위협이 되었다. 아이를 못 낳는 것이 여자 혼자만의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결혼한 유다인 여성이 일반 여자 노예와 법적으로 다른 것은 결혼 때 지참금 액수를 적은 혼인증서였다. 이 혼인증서는 훗날 담보가 되어 부인이 남편과 이혼하거나 남편이 죽었을 때 부인에게 지불되었다.
하느님께서 오래전 아브라함에게 하늘의 별들보다 많은 자손을 약속하셨다. 그러나 정작 아브라함 부부가 노인이 되어가는 나이에도 자녀가 없었다. 사라는 가장 믿을 만한 여종, 하가르를 남편의 소실로 들여 아들을 낳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집안 갈등의 화근이 되어 아브라함은 하가르와 이스마엘을 쫓아낸다. 이스마엘은 아랍부족의 선조가 되었는데, 이슬람교에서는 이스마엘이 장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브라함이 결국 사라를 선택한 것은 마음의 빚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대도시를 떠나 이름도 모르는 타지로 가면서 묵묵히 함께 동고동락했고, 기근 때문에 이집트로 내려갔을 때 파라오에게 죽지 않기 위해 사라는 남편이 시킨 대로 ‘남매지간’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남편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사라를 아브라함은 쉽게 버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한창 더운 대낮의 어느 날 아브라함 앞에 나그네 세 사람이 나타난다. 아브라함은 달려가 땅에 엎드려 인사를 하며 물로 발을 씻게 하고 나무 아래에서 쉬도록 한다. 사라를 시켜 고운 밀가루로 반죽하여 빵을 굽게 하고 하인에게 좋은 송아지를 잡아 손님을 극진히 환대했다. 나그네들은 내년 이맘때 다시 올 텐데 그때에는 아내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라 덕담을 했다.
사라는 천막 어귀에서 이 말을 듣다가 어이가 없어 자신도 모르게 빵(?) 터졌다. 이미 둘은 나이 많은 노인들로 임신 가능성이 없었다. 그러자 주님께서 아브라함을 꾸짖었다. 사라가 이미 늙었다며 임신은 말도 안 된다고 웃으며 주님의 권능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사라는 두려워져 “저는 웃지 않았다”고 발뺌을 했지만 “아니다. 너는 웃었다”며 입을 닫게 했다. 어쨌든 나그네에 대한 극진한 대접으로 아브라함과 사라 부부는 우여곡절 끝에 늦은 나이에 자식을 얻는 축복을 받게 된다. “하느님은 불가능이 없으시다.” (창세 16장-18장 참조)
[가톨릭신문, 2024년 2월 4일,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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