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르 5,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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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4-04-25 | 조회수230 | 추천수0 | |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르 5,34)
오늘도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자 엄청난 인파가 몰립니다. 소문에 이끌려 단순한 호기심으로 예수님이 누구인지 보려고 온 사람들도 있지만, 일찍이 그들 가운데서 스승이라 불리던 이들에게서는 보지 못한 권위 있는 가르침을 주셨기에 그분 말씀 안에서 진리와 삶의 의미를 찾고자 달려온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누리고 있는 사회적, 종교적 지위를 빼앗길까 두려워 도대체 예수라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유심히 지켜보기 위해 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때 야이로라 불리던 회당장 한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지금 자기 딸이 너무 아프니 제발 자기 집으로 가서 딸아이의 병을 치유해달라고 간곡히 청합니다. 간절한 그의 모습을 보시고 예수님은 함께 길을 나서십니다.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또 기적을 행하시는 줄 알고 흥분에 싸여 그분을 따라나섭니다. “이러다 다칩니다. 제발 좀 밀지 마세요!” 행여 몰려드는 인파로 예수님께서 다치시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된 제자들은 그분 곁에 바짝 붙어 사람들에게 고함을 칩니다.
마르코는 바로 이 북적거리는 순간 예수님을 통해 또 하나의 놀라운 기적이 이루어졌다고 증언합니다. 군중 속에 파묻혀 겨우겨우 발걸음을 옮기던 예수님께서는 자신에게서 하느님의 권능이 흘러 나갔음을 감지하시고 멈춰 서십니다.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스승님, 이렇게 많은 사람 가운데 누가 스승님 옷을 만졌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 제자들은 심통 난 표정으로 반문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뒤따르던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십니다. 그 순간 한 여자가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며 예수님 앞에 엎드려 울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한 일을 예수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립니다.
여자는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로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멈추지 않는 출혈에서 비롯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그녀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출혈한 여성은 ‘불결’한 상태이기에 성전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타인과 접촉도 불가하다는 율법 규정(레위 15장 참조) 때문에 그녀는 언제나 죄인으로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산을 다 쏟아부어 병을 치료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절망 속에 신음하던 그때, 예수님에 관한 소식을 듣습니다. ‘그분이다. 내 병을 낫게 해주실 유일한 분이시다. 그분만이 다시 살게 해주실 수 있다!’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도 아랑곳하지 않고 군중의 틈을 비집고 예수님께 나아갑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아니 그분의 옷자락이라도 만져보기 위해 그녀는 간절히 손을 뻗습니다. 그 순간 자신을 그토록 괴롭히던 병고가 사라졌음을 직감합니다. 두려움과 기쁨이 뒤섞인 가운데 눈물을 흘리는 그녀에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그분의 말씀에 그녀는 땅에 엎드려 통곡합니다. 육신의 병뿐만 아니라, 그녀의 간절함에 하느님께서 응답해 주셨다는 기쁨에 그녀는 다시 태어납니다. 예수님만이 자신을 치유하실 수 있다는 그 간절한 믿음으로.
[2024년 4월 21일(나해)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서울주보 4면, 이영제 요셉 신부(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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