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엘리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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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4-05-16 | 조회수273 | 추천수0 | |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엘리사
성경에서 죽음을 맛보지 않고 주님 곁으로 간 사람은 둘입니다. 창세 5,24에 나오는 에녹과 2열왕 2,1-18에 나오는 엘리야입니다. 이 가운데 엘리야는 자신의 예언직을 엘리사에게 물려주고 승천합니다. 당시 전문 예언자들이 많았는데도 하느님께서는 엘리야의 후계자로 예언자도 아니었던 엘리사를 택하셨습니다. 그 시대의 예언 소명은 최고 권력자와의 대립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어서 웬만한 사람은 맡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엘리사는 이를 견딜만한 근성과 결단력을 지닌 사나이였습니다. 엘리야는 승천 전에 자기를 따라오지 말라며 엘리사에게 몇 번이나 말하지만(2열왕 2,2.4.6), 엘리사는 스승을 떠나지 않겠다며 베텔에서 예리코로, 또 요르단강까지 따라갑니다. 이렇게 행동함으로써 흔들림 없이 예언자의 길을 갈 거란 점을 증명합니다. 이때 엘리사가 소망한 것도 부나 영예가 아닌 ‘엘리야가 가진 영의 두 몫’이었습니다(9-10절). 결국 엘리사는 스승의 승천도 목격하고 원하는 바도 얻게 됩니다. 엘리야의 승천 이후 동료 예언자들은 엘리사에게 스승의 영이 내린 것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15절).
엘리야의 뒤를 이어 하느님의 사람이 된 엘리사는 예리코에서 첫 기적을 일으킵니다. 예리코 샘의 수질이 나빠 생산력이 떨어진다고 주민들이 불평하자, 엘리사는 소금을 뿌려 물을 좋게 만듭니다(18절). 다만 그 뒤에 이해하기 어려운 일화가 이어지는데요, 베텔로 가던 길에 어린 아이들이 따라와 그를 대머리라고 놀려 대자, 엘리사는 애들 장난이라고 웃어 넘기지 않고 하느님의 이름으로 저주합니다. 그랬더니 암곰 두 마리가 나타나 아이들을 찢어 죽였습니다.
언뜻 오해를 일으킬 만한 이 일화에는 사실 행간에 뜻이 숨어 있습니다. 일단 이야기 속의 아이들은 엘리사가 예언자임을 알아본 듯합니다. 당시의 예언자들은 복장에서 표가 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말 성경에는 “아이들”로 나오지만, 히브리어 [나아르]는 청소년부터 청년까지를 가리킵니다. 그렇다면, 일화 속의 아이들은 나이 적은 어린이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이들이 “대머리야, 올라가라!”(23절) 한 것은 엘리야의 승천을 조롱한 말로 보입니다. 곧 ‘네 스승인 엘리야가 승천했다는데 너도 한 번 올라가 보시지.’ 하고 비아냥댄 것입니다. ‘엘리야의 승천은 순 거짓말이다.’라는 뜻이 내포되었던 거죠. 엘리야의 승천을 조롱한 건 하느님을 조롱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열왕기에서는 이 일화를 예리코 기적 사건과 나란히 배치하여 하느님은 생명을 주기도 하시고, 거두기도 하시는 분임을(신명 32,39; 1사무 2,6 등), 그리고 이제부터는 그분의 대리인 역할을 엘리야의 후계자인 엘리사가 하게 될 거란 사실을 알려줍니다.
예수님의 승천을 기념하는 오늘, 생명을 주기도 거두기도 하시는 창조주의 섭리를 떠올리며 구약 시대에 ‘하늘로 오른’ 엘리야와 그 뒤를 이어 예언자의 삶을 산 엘리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5월 12일(나해)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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