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인간의 창조와 주님의 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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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4-05-21 | 조회수357 | 추천수0 | |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인간의 창조와 주님의 영
예루살렘 구도시의 성전 산에는 황금 사원이 자리해 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뒤, 기원후 7세기 그 자리에 이슬람 사원이 세워진 것입니다. 사원 안에는 큰 바위가 하나 보존되어 있는데, 바로 2역대 3,1에 나오는 “모리야 산”입니다. 솔로몬은 그 위에 주님의 집을 지었습니다. 이 바위는 기초석(foundation stone)으로도 일컬어지는데요, 유다교 전승에 의하면 주님께서 천지창조를 시작하신 데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입니다. 이 바위의 흙을 모아 첫 남자를 만드셨다고 하니, 이 바위는 창세 2장에 서술된 창조 이야기의 배경지이기도 한 셈입니다.
창세 2,7에 따르면, 주님께서 가장 먼저 만드신 피조물은 남자입니다. 하느님께서 흙으로 빚으시고 당신의 숨을 불어넣어 주시니 그가 생명체가 되었습니다. 이는 인간의 중요성과 하찮음을 동시에 알려주는 표현입니다. 세상의 피조물들 가운데 오직 사람에게만 당신의 숨을 불어넣어 주셨다는 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뜻입니다. 반면, 사람이 흙에서 나온 존재라는 점에서, 우리는 겸손도 배울 수 있습니다.
남자를 만드신 다음, 하느님께서는 에덴에 동산을 꾸며 나무를 자라나게 하시고(8-9절) 들짐승과 새들도 빚으십니다. 남자는 그들에게 이름을 붙여 주는데(19-20절), 이것 역시 인간이 만물의 영장임을 드러내는 상징 행위입니다. 성경에서 누가 이름을 붙여 주는 건 그가 곧 지배자임을 의미하는 거였기 때문입니다. 창세 17,5에서는 하느님께서 아브람의 이름을 아브라함으로 바꾸심으로써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에게 영원한 주군이 될 것임을 알리셨습니다. 창세 1장에서도 인간이 만물의 영장임이 드러납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만들어지고(26-27절), 하느님의 축복도 그에게 주어집니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그리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28절).
말하자면, 인간은 창세 1장과 2장에서 모두 피조물 세계의 임금처럼 창조된 셈입니다. 물론 하느님처럼 공정과 정의로 다스려야 하는 임금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공정과 정의란 타인의 몫, 특히 수탈당하기 쉬운 약자의 몫을 부당하게 빼앗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고 착취당한 자를 압제자의 손에서 구해주어라.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괴롭히거나 학대하지… 마라”(예레 22,3). 이는 인간이 지배자이지만 자기 이익을 위해 함부로 다른 피조물을 착취하거나 그 생존권을 마구 박탈할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태초에 당신의 숨을 불어넣어 인간을 창조하신 주님의 활동은 신약 시대에도 비슷하게 이어집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요한 20,22) 성령을 받으라고 하실 때, 같은 동사가 쓰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록 예루살렘 성전 건물은 파괴되어 남아 있지 않지만, 그 이후 우리 모두는 성령을 받아 모신 ‘주님의 성전’(1코린 6,19)이 될 수 있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5월 19일(나해) 성령 강림 대축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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