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새 계약의 예고와 최후의 만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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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4-06-04 | 조회수239 | 추천수0 | |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새 계약의 예고와 최후의 만찬
예루살렘의 시온산 성지에는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는 경당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체결하신 새 계약의 장소로 의미가 깊은 곳이지요. 구약성경에는 “새 계약”이라는 용어가 한군데 등장하는데요, 바로 예레 31,31입니다. 물론 예레미야와 동시대에 활동한 에제키엘도 새로운 계약을 예고했지만, 그는 이를 “평화의 계약”(에제 34,25; 37,26)이라 칭했습니다.
사실 예레미야는 당시 백성들에게 미움과 핍박을 받던 ‘눈물의 예언자’입니다. 진실된 예언을 한 대가로 오히려 조국의 배반자, 거짓 예언자로 몰려 죽음의 위협을 여러 차례 겪기도 합니다. 백성이 예레미야의 예언을 거부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유다 왕국에 만연해 있던 시온 신학 때문입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다윗에게 영원한 왕조를 약속해 주셨으므로(2사무 7,16; 23,5; 시편 89,4-5), 성전과 다윗 왕실이 자리한 예루살렘은 무너질 리 없다는 믿음이지요. 백성들은 이런 시온 신학만 굳게 믿으며 시나이산 계약 준수를 소홀히 하게 됩니다. 시나이산 계약은 율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약속의 땅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조건부’ 계약입니다(레위 26,14-39). 하지만 당시에는 시온 신학을 이용해 평화를 예고하는 거짓 예언자들이 주류를 이루었기에(예레 14,14-15; 에제 13,10) 백성은 소수에 지나지 않은 예레미야와 에제키엘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우매한 군중이 되어 예언자를 핍박합니다. 가짜 뉴스가 성행하는 지금의 시대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언자는 그의 말이 현실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참 예언자임이 드러나지요.
그래도 백성이 망국의 위기를 극복하고 신앙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예언자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이들은 굴하지 않고 망국이 시나이산 계약 위반에 따른 필연적 징벌임을 계속 알렸고, 그 예고대로 백성들이 바빌론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그리고 예언자들은 제2의 탈출과 새 계약 체결을 예언하여 두려움에 빠진 백성에게 구원의 희망을 주며 그들을 살게 합니다. 백성이 유배지에서 죗값을 모두 치르면 하느님께서 그들을 고향으로 다시 불러들여 회복해주시리라는 메시지입니다.
이런 새 계약의 예고는 언제 실현되었을까요? 바로 예수님의 마지막 파스카 만찬상에서입니다(마르 14,24). 이때 예수님께서는 빵과 포도주로 새 계약을 맺으시며 시나이산 계약을 쇄신하셨습니다. ‘새 계약’, 곧 신약은 아브라함 계약을 토대로 합니다. 왜냐하면, 시나이산 계약 자체가 주님과 아브라함의 약속을 기반으로 체결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맺으신 신약의 기초가 되어주는 건 아브라함 계약만은 아닙니다. 다윗의 계약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다윗에게도 영원한 왕조를 약속하셨고, 예수님이 다윗의 후손이심 또한 우연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시온 신학도 틀린 신학이 아니라 백성이 해석을 잘못한 신학일 뿐입니다. 실제로 예루살렘은 영원하고, 다윗 왕조도 예수님을 통해 영원해집니다. 예루살렘에 자리한 최후의 만찬 경당에서는 예수님께서 옛 계약을 쇄신하시며 신약을 세우신 그 역사를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6월 2일(나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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