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르 8,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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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4-06-10 | 조회수346 | 추천수0 | |
[마르코와 함께 떠나는 복음 여행]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르 8,29)
너무 열심히 뛰어온 탓일까요? 제자들 모습이 말이 아닙니다. 그동안 예수님과 함께 갈릴래아 주변을 돌며 쉬지 않고 복음을 선포했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하면서 매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꼈지만, 제자들도 인간인지라 밀려드는 피로는 막아낼 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사실 예수님을 반대하고, 심지어 그분을 죽이려는 종교 지도자들과 기득권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에게 임박한 죽음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갈릴래아 주변에서 행하신 수많은 기적과 가르침을 정리하시며 제자들을 위한 특별한 교육 시간을 마련하십니다.
카이사리아 필리피 마을을 향해 가던 길 위에서 제자들에게 물으십니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평소 사람들의 시선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셨던 스승님께서 왜 갑자기 당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물으신 걸까? 지금 당신이 매우 유명해지셨다는 것을 조금은 의식하고 계신 걸까? 그래서 그걸 확인받고 싶으신 걸까?’ 예수님의 의중이 무엇이었든, 이 말씀에 제자들은 신이 나서 대답합니다. ‘지금 갈릴래아 주변에서 스승님은 엄청 유명하십니다. 죽었던 세례자 요한이 다시 돌아왔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옛날 승천했던 엘리야가 다시 온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새롭게 보내신 예언자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이 따르는 스승님이 이토록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사실 제자들은 어깨를 들먹이며 우쭐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자들의 대답에 예수님께서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십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마르코는 이 상황을 세세하게 묘사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이 말씀에 제자들은 적지 않게 당황했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이 누구냐고? 방금 말씀드리지 않았나? 엄청난 예언자들 가운데 한 분이라고. 잠깐, 그건 사람들 생각이지, 우리 생각은 아니지. 그렇다면 우리 스승님은 나에게, 우리에게 누구시지?’ 순간 그동안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처음 그들을 부르셨을 때, 죄와 고통에 짓눌려 있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시며 그들의 아픔을 치유해 주신 분. 지금껏 보지도 듣지도 못한 하느님 나라의 놀라운 신비를 알려주신 스승님. 베드로는 스승님의 눈빛, 몸짓 하나하나를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자신이 만나고 체험한 예수님이야말로 자기 민족이 그토록 기다려 온 메시아, 곧 그리스도이심을 깨닫게 됩니다.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신앙은 분명 나보다 앞서 예수님을 만난 이들의 고백을 통해 전해집니다. 하지만 신앙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신앙은 예수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요구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예수님에 대하여 했던 신앙 고백을 흉내 내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그것은 신앙이 아닙니다. 그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물으신 것입니다. 너희에게 나는 누구냐고. 그분과 나누는 진정한 친교만이 앞으로 다가올 수난과 죽음 앞에서 그들을 굳건하게 해줄 것임을 예수님은 알고 계셨습니다. 지금,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도 물으십니다. ‘너희에게 나는 누구냐?’ 이 물음에 우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요?
[2024년 6월 9일(나해) 연중 제10주일 서울주보 4면, 이영제 요셉 신부(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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