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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경 입문9: 말씀의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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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10 조회수105 추천수0

[성경 입문] (9) 말씀의 예술가들

 

 

예술을 뜻하는 영어 ‘Art 아트’의 어원은 라틴어 ‘Ars 아르스’입니다. 그런데, 이 아르스는 보통 예술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의미보다 훨씬 광범위한 포괄적인 뜻을 지닌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예술이라는 단어의 뜻을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① 기예와 학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 ② 특별한 재료, 기교, 양식 따위로 감상의 대상이 되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 공간 예술, 시간 예술, 종합 예술 따위로 나눌 수 있다. ③ 아름답고 높은 경지에 이른 숙련된 기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오늘날 ‘예술’이라는 단어는 두번째 의미로 많이 사용되지만, 본래는 세번째 의미가 훨씬 더 일반적인 의미였을 것입니다. 라틴어 성경의 ‘Ars 아르스’에 대응하는 그리스말 성경의 어휘는 ‘τέχνη 테크네’입니다(1열왕 7,14; 지혜 13,10; 14,19; 17,7; 사도 17,29; 18,3; 묵시 18,22 참조). 현대에 흔히 사용하는 Techno 테크노, Technology 테크놀로지라는 용어가 여기에서 파생되었습니다. 고대에는 예술가와 장인(匠人)의 경계가 오늘날보다는 훨씬 모호했다는 말입니다. 예술과 기술의 구분이 없던 옛사람들의 통념 속에서 한 분야의 장인들은 모두 예술가였던 셈입니다. 오늘날에도 기막히게 놀라운 장인의 솜씨를 보면 “와, 완전 예술이네~!”라는 감탄이 자연스레 나오듯 말입니다. 제게는 평생을 철과 씨름하며 철공소를 운영하신 아버님의 철물 제품들도, 하루 종일 도서관 구석에 앉아 준비한 연구성과를 풀어내시는 교수님들의 흥미로운 강의 내용도, 시골 본당의 주방을 책임지셨던 지리산 할매들 손맛이 밴 나물무침도 같은 감동과 감탄을 자아내는, 그 자체로 예술이었습니다.

 

성경의 역사 속에서도 수많은 예술가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예술가들은 전승의 전달자들인 이야기꾼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문자로 남긴 성경의 저자들과 편집자, 필사자들입니다. 인쇄술이 발명된 뒤에는 미려한 활자들을 만들어냈던 이들과 그 활자들을 활판에 올려놓았던 식자공(植字工) 같은 기술자들도 지금의 성경이 있기까지의 위대한 예술가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펼칠 때마다 저는 그 이름없는 장인들을 떠올려 보곤합니다. 특히, 도서관과 박물관에서 마주했던 고대 필사본들은 늘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필경사들 뿐 아니라, 그 필사본 양피지를 아름답게 장식했을 중세 수사님들의 손놀림과 펜 자국, 붓 자국을 담고 있는 색 바랜 잉크에 매료되어 누렸던 호사를 잊지 못합니다. 이런 장인-예술가는 타고난 자질과 오랜 숙련과정을 통해서 완성되었고, 그들은 평생을 하느님 말씀의 전달이라는 사명을 실천했던 것입니다.

 

어디 말씀의 텃밭에 이런 장인들만 있었겠습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 그들보다 훨씬 값진 장인-예술가들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그 말씀을 삶으로 실천했던 사람들입니다. 말씀을 직접 접하기 힘들었던 시대에, 전례에서 귀담아 들었던 성경 말씀 한 구절을 자신의 삶속에 녹여냈던 수많은 신앙인들이 그 말씀밭을 지키고 일군 진정한 예술가들이었습니다. 그들의 거룩한 일상이야말로 말씀이 생생하게 살아 빛나는 예술이었습니다. 그 고귀한 아름다움에 날개를 단 말씀은 수많은 사람들을 구원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하느님께서 선포하시는 성경 말씀은 새로운 삶의 장인-예술인들의 삶 속에서 명작으로 거듭납니다. 하루하루의 삶에서 하느님 말씀의 향기를 퍼뜨리는 바로 그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삶의 대가들입니다. 사목자로서 특히 본당에서 저에게 많은 감동과 영감으로 가르침을 주셨던 많은 ‘말씀밭의 예술가들, 삶의 대가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2024년 7월 7일(나해) 연중 제14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이정석 라파엘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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