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경 입문10: 전승 -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들려준 것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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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4-09-04 | 조회수53 | 추천수0 | |
[성경 입문] (10) 전승 :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들려준 것”
시 78편은 성경 말씀이 우리에게 전해진 과정을 암시합니다. 이 시편에서 ‘가르침’, ‘말’, ‘격언’, ‘금언’, ‘우리가 들어서 아는 것’,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들려준 것’, ‘주님의 행적과 권능’, ‘그분께서 일으키신 기적’ 등의 술어는 모두 같은 것을 가리킵니다. 그것은 시인이 자신의 청중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 내용입니다.
내 백성아, 나의 가르침을 들어라. 내 입이 하는 말에 너희 귀를 기울여라. 내가 입을 열어 격언을, 예로부터 내려오는 금언들을 말하리라. 우리가 들어서 아는 것을 우리 조상들이 우리에게 들려준 것을. 우리가 그 자손들에게 숨기지 않고 미래의 세대에게 들려주려 한다. 주님의 영광스러운 행적과 권능을 그분께서 일으키신 기적들을. (시편 78,1-4)
5절에는 이 시가(詩歌) 속의 화자(話者)가 들려주려는 것이 무엇인지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분께서 야곱에 법을 정하시고 이스라엘에 가르침을 세우셨으니 우리 조상들에게 명령하신 것으로서 이를 그 자손들에게 알리려 하심이다. (시편 78,5)
그것은 법과 가르침이며, 주님의 명령입니다. 조상들이 시인의 세대에게 그 가르침을 전해준 까닭은 다시금 그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같은 가르침을 들려주게 하려 함이며, 그렇게 새로운 세대가 ‘조상들과는 달리’ 하느님께 신뢰를 두고 하느님의 업적을 잊지 않고 그분의 계명을 지켜서 조상들과는 '다른’ 세대가 되게 하려 함입니다.
미래의 세대, 장차 태어날 자손들이 알아듣고서 그들도 일어나 제 자손들에게 들려주게 하시려는 것이다. 이들이 하느님께 신뢰를 두고 하느님의 업적을 잊지 않으며 그분의 계명을 지키어 고집 부리고 반항하는 세대였던 그들의 조상들처럼 되지 말라 하심이다. 그 세대는 마음을 확고히 하지 않고 그들의 정신은 하느님께 신실하지 않았다. (시편 78,6-8)
성경 말씀은 과거(조상들) - 현재(나) - 미래(자손들)의 시대를 관통하며 전해지는 하느님의 가르침입니다. 그 가르침이 ‘과거와 다른 미래’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은 세대를 관통하며 대물림되는 고귀한 유산인 셈입니다. 그러나 그 유산은 고리타분한 옛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시대의 이정표입니다. 아주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그래서 늘 새롭게 드러나야 할 과제입니다. 구원 역사의 시간표 속에서 ‘오래된 미래’이며, 동시에 ‘신선한 과거’입니다. 이 유산을 넘겨주는 이들은 그 요구와 가치에 미치지 못했던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후회 속에서, 자손들은 부디 한 발 더 나아가 보다 더 참되고, 선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하며 스스로도 전해 듣고 실천했던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 시대의 증언이 넘겨지고, 선포될 때, 과거와 미래가 서로 만나는 영원한 현재로 살아계신 하느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하느님은 그렇게 끊임없이 당신의 모상인 인간에게 말을 건네십니다. 성경 속의 하느님의 말씀과 행적은 문자 속에 박제된 기억으로만 머물지 않고 시간의 주인이신 분과의 생생한 만남을 주선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여전히 세상 속에서 완성되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1일(나해) 연중 제22주일(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이정석 라파엘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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