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성경에 빠지다92: 베드로의 둘째 서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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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4-10-16 | 조회수50 | 추천수0 | |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92) 베드로의 둘째 서간 거짓 교사와 불경자 경계하고 거룩한 사람이 돼라
- 베드로의 둘째 서간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거짓 교사와 불경한 자들을 경고하고 거룩한 사람이 되라는 부르심을 받은 대로 주님의 재림 날까지 흠 없이 깨끗하게 살라고 권고하고 있다. 엘 그레코, ‘베드로 사도의 눈물’, 1580, 톨레도 대성당, 스페인.
베드로의 둘째 서간(이하 베드로 2서)의 가장 중요한 자료는 ‘유다 서간’(이하 유다서)입니다. 특히 2장 1절에서 3장 3절까지의 내용은 유다서를 중점적으로 이용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베드로 2서는 원본문인 유다서에 매여 있지 않고 내용상 독자적인 강조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예로 베드로 2서는 주님의 재림이 지체되는 것과 관련해 제기되는 이의를 부각하지만, 유다서에서는 이 문제 자체가 언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표지는 베드로 2서가 유다교 전통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도 유다서보다 후대의 집단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 그래서 이 서간은 유다서에서 나타나는 배타적 경향과 바오로계 서간에서 볼 수 있는 개방적 경향을 조화시키려는 사목적 노력의 결과로, 곧 초대 교회의 여러 성향을 종합하려고 애쓴 데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주석 성경」 931~932쪽)
베드로 2서는 글쓴이가 주님의 거룩한 변모 때에 그 곁에 있었던(1,16) 시몬 베드로 사도라고 밝힙니다.(1,1) 그러면서 자기 죽음이 가까웠다(1,14)면서 유언 형식으로 이 서간을 쓴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립니다. 하지만 베드로 2서에는 누구에게 이 서간을 보내는지 명확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베드로의 첫째 서간(이하 베드로 1서) 수신자와 같다면 소아시아 5개 교회에 보낸 편지였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전한 글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베드로 2서는 베드로 1서와 문체가 너무 다르다는 것입니다. 두 서간에서 같은 낱말은 100개뿐이지만, 다른 낱말은 599개나 됩니다. 또 주님의 재림에 관한 내용도 차이를 보입니다. 이는 두 서간이 꽤 긴 시차를 두고 쓰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증거로 베드로 2서는 교회의 첫 세대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밝히고 있습니다.(3,4) 이는 베드로 2서를 쓴 이가 그 세대에 속하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 2서가 유다 서간을 인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보다 훨씬 후대에 쓰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베드로 2서는 성경 경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도들이나 예언자들을 글과 마찬가지로 바오로 사도의 서간들이 이미 신자들에게 성경으로 읽히고 있다는 것입니다.(3,15-16)
이런 이유로 성경학자들은 베드로 2서가 125년께 헬레니즘 세계의 디아스포라에 살던 유다계 그리스도인에 의해 쓰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리고 교회 역사가 에우세비우스에 따르면 베드로 2서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교회에서 가장 먼저 성경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합니다. 헬라어 신약 성경은 ‘Πετρου Β(페트로 베타)’, 라틴어 대중 성경 「불가타」는 ‘Petri Ⅱ’,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펴낸 우리말 「성경」은 ‘베드로의 둘째 서간’으로 표기합니다.
베드로 2서는 모두 3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베드로 2서는 그리스도인의 소명을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는 생활을 하면서(1,4) 거룩한 사람이 되라는 부르심을 받은 이입니다. 이 삶은 사도들의 증언과 성령의 감도를 받은 말씀에 바탕을 둡니다.(1,21)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재림을 깨어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3,14-18)
베드로 2서는 ‘거짓 교사들’을 경고합니다. 그들은 문란한 교리와 생활을 조장하고 퍼뜨리는 자들입니다.(2,1-22) 그들은 이단자들로 구약의 타락한 천사들, 소돔과 고모라의 주민들처럼 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더불어 베드로 2서는 ‘불경한 자들’을 단죄합니다.(2,1) 이들은 그리스도교로 개종했다가 그리스도교 신앙을 부정하게 된 자들입니다. 그리고 거짓 자유를 퍼뜨려 신앙 공동체를 타락시키려고 하는 자들입니다.(2,19)
이들은 두 가지 이단에 빠진 자들입니다. 첫째, 자기들을 구원해 주신 주님을 부정하고 천사들을 멸시하기 때문에 ‘신학적 이단자들’입니다.(2,10-11) 둘째,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도덕적 이단자들’입니다.(2,14) 성경학자들은 베드로 2서가 이단자로 단죄하는 ‘거짓 교사’와 ‘불경한 자’가 바로 ‘영지주의자들’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뛰어난 지식과 완전한 자유를 천부적으로 타고났다고 자부하면서 육체를 멸시하고 방탕한 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베드로 2서는 주님의 재림이 왜 늦어지는지 과감하게 제기합니다. “그분의 재림에 관한 약속은 어떻게 되었소? 사실 조상들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도, 창조 이래 모든 것이 그대로 있지 않소?”라고 묻습니다.(3,4) 베드로 2서는 이러한 신앙의 결핍을 단호히 단죄하고 구약 노아 시대의 홍수가 앞으로 닥쳐올 마지막 심판의 예형이라고 설명합니다.(3,6) 그러면서 지금의 세상은 불로 파멸되고 그 자리에 ‘의로움이 깃든 새 하늘과 새 땅’이 들어서게 될 것이라 합니다.(3,10-15)
그리고 무엇보다 주님께 시간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주님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습니다”라고 합니다.(3,8) 그래서 주님의 재림이 지체된다고들 하지만 그것은 그분의 사랑에서 오는 인내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주님께서는 모든 이가 회개할 시간을 주고 싶어 하십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종말이 오기까지 모두 거룩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10월 13일, 리길재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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