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파스카 축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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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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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4-12-31 | 조회수70 | 추천수0 | |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파스카 축제
성가정이 성전을 방문한 때인 파스카 축제는 이집트 맏배들에 내린 재앙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기적적으로 구원받은 일을 기념하는 명절입니다. 파스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페싸흐]는 보통 ‘건너뛰다’라는 뜻으로 옮겨집니다. 그래서 한자로 ‘과월절’(過越節)이라고 하는데요, 사실 이보다 더 정확한 뜻은 ‘보호하다’ ‘방어하다’입니다. 그래서 탈출 12,13의 “내가 이집트를 칠 때, 그 피를 보고 너희만은 거르고 지나가겠다.”라는 구절은 ‘그 피를 보고 너희만은 보호하겠다.’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파스카 축제는 또한 “무교절”이라고도 칭해졌는데(탈출 12,15-20 등), 이는 탈출 당일 급히 집을 나가느라 누룩 없는 빵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탈출 12,21에 따르면, 파스카는 본래 가족 단위로 지내던 명절입니다. 곧 초창기에는 파스카를 지내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갈 필요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다 기원전 7세기, 곧 왕정 시대 후반부에 들면서 국가적 축제로 탈바꿈합니다. 당시 남왕국을 다스리던 요시야 임금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신명기로 추정되는 율법 두루마리를 발견한 뒤, 그 율법 규정(신명 16,2.7 등)에 따라 모든 경신례를 성전에서 지내는 것으로 통합하였기 때문입니다(2열왕 23,21-23). 이후, 파스카를 비롯한 주요 명절들도 성전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기원후 1세기 역사가 요세푸스의 「유다 전쟁사」에 따르면, 당시 곧 예수님 직후 시대에 파스카를 지내려고 예루살렘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삼백만 명가량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는 과장된 수치이지만, 엄청난 인파가 모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파스카 축제는, 무교절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농경 절기이기도 하였습니다. 이즈음 이스라엘에서는 보리 수확을 시작하였습니다(탈출 9,31-32 참조). 하지만 보리 수확철임에도 백성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는데요, 왜냐하면 파스카 이후 건기로 접어들면 농부들이 걱정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직 한창 밀이 자라는 중인데, 이때 비라도 내리면 밀 농사를 망칠 수 있었습니다(1사무 12,17 참조). 그래서 옛 이스라엘에서는 파스카의 마지막 날 온 공동체가 모여 이런 아슬아슬한 기간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와 새 성전을 봉헌한 후, 곧 제2성전기에 들어 이런 분위기가 바뀌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때부터는 농경에만 의지하지 않고 상업에 종사하는 이들도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수의 백성이 파스카 때도 걱정 없이 성전 순례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목수 요셉도 파스카를 맞아 가족을 데리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어린 예수님이 성전을 방문한 일에는 이런 배경이 숨어 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박사, 광주가톨릭대학교 구약학 교수, 전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서 「에제키엘서」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 「구세사 산책: 에덴에서 약속의 땅까지」
[2024년 12월 29일(다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의정부주보 2면, 김명숙 소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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