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경에서 희년을 보다: 예리코에서 맞이한 해방의 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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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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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5-06 | 조회수115 | 추천수0 | |
[성경에서 희년을 보다] 예리코에서 맞이한 해방의 해
창녀 라합의 도움으로 예리코가 이스라엘에 의해 정복될 때, 그 스토리도 해방의 해인 ‘희년’ 모티프로 서술되어 흥미롭습니다. 여호수아기 6장에 따르면, 이스라엘 백성은 정복 전 계약 궤와 뿔 나팔을 앞세워 예리코 성을 하루에 한 번씩 돌고, 이레째 되는 날에는 일곱 번 돕니다. 그린 다음 뿔 나팔을 불고 함성을 지르자 예리코 성이 무너지는 기적이 일어나, 그곳을 주님께 완전 봉헌물로 바치게 됩니다. 이때 분 뿔 나팔은 하느님 예배 때 자주 쓰인 악기로, 주님의 현존을 신호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호수아기 6장의 뿔 나팔[쇼파르]는 ‘숫양’을 뜻하는 히브리어 [요벨]이 함께 쓰인 형태입니다(4.6.8.13절). 요벨은 레위기 25장 9절에서 ‘희년’의 뜻으로 쓰인 단어입니다. [요벨]이 이렇게 뿔 나팔과 함께 쓰인 예는 탈출기 19장 13절의 “숫양 뿔 나팔”에도 존재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상징성을 전달합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 탈출에 성공한 직후 시나이산 아래 섰을 때 주님의 현현을 신호하며 ‘요벨’ 소리가 울려 퍼졌고, 백성이 주님의 약속대로 가나안을 차지하는 첫 과정에서도 ‘요벨’ 소리가 재차 울려 퍼졌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호수아기의 요벨 소리는 가나안을 주시겠다는 하느님의 약속이 드디어 실현되었음을 신호하는 셈입니다.
또한, 희년이 일곱째 해인 안식년을 일곱 번 지낸 뒤 맞이하는 해이듯이(레위 25,8) 예리고 정복에도 같은 상징수가 반복됩니다. 사제들이 분 뿔 나팔의 수가 일곱이고, 백성이 다 같이 예리코 성을 돈 날수도 이레입니다. 이렛날에는 일곱 번 돕니다. 이런 특징은, 가나안의 첫 성읍인 예리코에서 하느님이 당신 백성을 위한 희년, 곧 ‘해방의 해’를 준비하셨음을 알려줍니다.
여호수아기 6장에서 말하려는 바는 이스라엘 집안이 이집트 종살이에서 벗어나 주님께서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땅을 차지하게 되는 첫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당시 예리코에 울려 퍼진 뿔 나팔 소리는 희년의 요벨 소리처럼 이스라엘과 창녀 라합의 해방을 완전히 확정 짓는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2025년 5월 4일(다해) 부활 제3주일(생명 주일) 수원주보 4면, 김명숙 소피아(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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