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문상 예법cpbc 기자입력 2002.09.11.02:33 수정 2002.09.11.02:33 ○질문 : 교우 집에 문상할 때마다 예절이 달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또 어떤 신자들은 상가에 가도 분향과 배례를 하지 않고 위령의 기도만 하는데 이는 올바른 것인가요. 교회에서 정해준 절차나 예절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오현달(67, 베드로 크리솔고) 서울 방화3동본당.
“산이 저문다. 노을이 잠긴다. 저녁 밥상에 애기가 없다. 애가 앉던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 먼 들길을 애기가 간다. 맨발 벗은 애기가 울면서 간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림자 마저 아른거린다.”
시인 김광균(1914-1993)이 먼저 하늘나라로 간 자식을 기르며 노래한 시 ‘은수저’다. 이 시에는 부모, 자녀, 배우자 등 사랑하는 가족을 떠난 보낸 심정이 절절히 녹아있다. 이처럼 가족의 죽음은 엄청난 상실감과 고통을 가져온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한국사회는 유족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문상을 중요시해 왔다. 유교의 엄격하고 복잡한 문상 절차가 이를 잘 말해 준다.
일반적으로 문상(問喪)은 상가(喪家)에 가서 고인(故人)에게 예를 올리고 유족을 위로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 교회에서의 문상의 의미는 고인을 위해 기도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동시에 참석자 모두가 그리스도교적 삶과 죽음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는 자리이다. 그래서 신자들은 분향과 배례 같은 전통적인 문상 예절 외에 고인을 위한 기도(위령기도)를 중요하게 여겨왔다.
그런데 어떤 신자들은 문상할 때에 분향과 배례 후에 기도를 바치고 성수를 뿌리는가 하면, 분향과 배례를 생략한 채 위령기도만 바치고 성수를 뿌리는 신자들도 있다. 이런 문상 예절의 순서와 관련하여 교회의 공식적인 세부 지침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참고로 200주년 사목회의 의안에서는 분향 배례(기타 합당한 의례), 기도(위령기도), 성수 뿌림, 유족 위로 등을 제안하고 있다(전례의안 153항 참조).
문상의 절차와 예법은 지역별, 가풍별, 종교별로 조금씩 다르다. 신자 가정이 아닌 일반 가정에 문상할 땐 천주교식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상가의 가풍을 존중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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