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서로 모순되는 성서말씀은?! | 카테고리 | 성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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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성서와함께 | 작성일1999-02-01 | 조회수6,759 | 추천수7 | |
'성서 묻고 답하기'를 보고 어떤 분으로부터 전자메일이 날라 왔습니다.
창세 15,2에는 "아브람이 말씀드렸다. '야훼 나의 주여, …'"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출애 6,3에는 하느님께서 모세를 부르면서 "나는 야훼다. 나는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전능의 신으로 나를 드러낸 일은 있지만 야훼라는 이름으로 나를 알린 일은 없었 다."고 기록되어 있어 서로 모순이라는 내용의 질문이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야훼라는 이름으로 알린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아브람이 야훼라고 부를 수 있겠냐는 지극히 당연한 의문이었습니다.
성서에는 이처럼 서로 모순되는 내용이 곧잘 나옵니다. 예컨대, 창세 4,26에는 "에노스가 비로소 야훼의 이름을 불러 예배하였다"고 하지만, 이미 창세 4,1에 하와가 "야훼께서 나에게 아들을 주셨구나!"며 환호성을 올립니다. 또한 창세 1장과 2장에서 세상을 창조한 순서와 내용이 서로 달리 나옵니다. (자세한 내용은 "성서와함께"에서 펴낸 『보시니 좋더라』-창세기 해설서 참조)
신약에 들어와서도 예수님의 족보가 복음서에 서로 다르게 제시됩니다. 마태 1,1-17에서는 '예수 - 요셉 - 야곱 - 마딴 - 엘르아잘 …'로 나오는데, 루가 3,23-38에서는 '예수 - 요셉 - 엘리 - 마땃 - 레위 …'로 나옵니다. 아버지 이름은 같지만 할아버지 이름서부터 달라서 신앙인들을 곤혹케 하죠. 성서 내용이 서로 모순된다고 말하기에는 불경스럽고, 성서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고 참 난처하죠. 그래서 어떤 이들은 아예 물음을 제기하지 않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서 자신의 신앙을 더 돈독하게 하는 이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성서가 하늘에서 떨어진 책이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성서는 기원전 1000년서부터 기원후 100년에 이르는 오랜 과정에 걸쳐 수집되고, 기록되고, 수정되고, 다듬어져서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각 지역공동체에서 자신의 신앙유산을 정리하다 보니 서로 잘 부합하지 않는 부분도 있게 된 셈입니다. 기온이 떨어졌을 때는 "두텁게 옷을 입으라"고 이야기하지만, 기온이 올라갔을 때는 "가볍게 옷을 입으라"고 말하는 법입니다. 그런데 그 말씀이 나오게 된 배경과 상황을 모를 때에는 이 두 말씀은 서로 모순되게 마련입니다.
성서 말씀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자가 제시해 준 두 말씀, 창세 15,2과 출애 6,3이 쓰여진 상황은 서로 다르다고밖에는 달리 말할 수가 없습니다. 성서학적으로는 서로 다른 문서전통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창세기서부터 신명기까지의 다섯 권을 보통 모세오경이라고 하는데요. 모세오경은 4개의 문서(JEDP)를 바탕으로 종합편집되었다는 의견이 정설입니다. 이 문서는 기원전 10세기서부터 6세기에 이르는 500년 동안에 기록된 내용입니다. 따라서 세부적으로는 서로 모순되는 구절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느님의 구원역사를 보여주는데 조금도 손색이 없습니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거시적인 시야가 우리 신앙인들에게 요청되는 셈이죠.
"여러분의 가장 고귀한 믿음의 터전 위에 스스로를 세우십시오"(유다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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