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55답] 히브리란 말은... | 카테고리 | 성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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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성서와함께 | 작성일1999-04-16 | 조회수4,256 | 추천수2 | |
히브리란 말은 일반적으로 유다인 내지 이스라엘인을 연상시키지만, 본래부터 그런 뜻으로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바빌론 유배 이후 히브리란 말이 이스라엘 민족을 가리키는 용어(요나 1,9)로 변화되었지만, 원래 히브리란 어떤 특정 민족이나 백성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뿌리뽑힌 사람들을 통칭하는 폭넓은 개념이었지요(1사무 14,21 참조). 언어적으로 볼 때 히브리('ibri)는 고대 동방세계의 여러 문헌에 나오는 아피루('apiru), 하비루(Habiru), 하피루(Hapiru) 등과 같은 의미입니다. 하비루 등은 대개 다른 곳에서 이민온 사람들이라 법적인 보호와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며 생활하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약자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던 것이지요.
히브리들은 어떤 나라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정한 사회의 법적인 영역 밖에서 독특한 삶이 양식을 누렸습니다. 마리나 누지에서 출토된 문서 등을 보면, 그들은 용병이나 노예로 일하기도 하였고, 무법적인 약탈자가 되기도 하였으며, 몇몇 사람들끼리 힘을 합쳐 기존 질서에 대항하려고도 하였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일정한 땅에 정착하여 살고 있었던 사람들은 히브리들을 매우 비천하게 보아 가까이 하기를 꺼려 했지요(창세 43,32). 또한 집권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히브리들은 소속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체제에 도전적인 불순분자로 보였습니다. 따라서 히브리였던 야곱의 자손들이 불어나자, 파라오는 이들이 적대국에 붙어 반란을 일으킬까 우려하여 탄압하기 시작하였던 것이지요(출애 1,9-22 참조).
성서에서 볼 때 이스라엘의 조상인 아브라함 역시 아버지 데라를 따라 우르를 떠난 뒤 하란 및 가나안 지역을 떠돌아 다니던 히브리였습니다(창세 14,13). 에집트에 내려간 야곱의 후손들은 히브리로서 갖가지 고통과 억압을 받던 가운데, 출애굽 체험을 통해 그들의 하느님이 바로 히브리들의 하느님, 힘없고 고통받는 약한 이들의 하느님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우치게 되었습니다(출애, 9,1·13; 10,3 참조). 이로부터 이스라엘 민족은 자신이 예전에 히브리였음을 고백하면서(신명 26,5), 그들이 살고 있는 시대의 히브리라 할 수 있는 과부와 고아와 떠돌이들을 돌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신명 10,18-19 참조). 왕국시대 이후 억압정치와 풍요로운 경제의 그늘 밑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예언자들은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히브리의 하느님임을 외치면서 이들이게 관심을 쏟을 것을 촉구하였지요(예레 34,14).
히브리란 말은 구약시대에 이스라엘인들을 경멸하는 의미로 주변 국가들이 사용하였고(1사무 29장 참조), 신약시대에는 단순히 이스라엘 사람을 뜻하는 용어로 변용되었지만(필립 3,5 참조), 오늘날에는 히브리어, 히브리 문학 등 이스라엘의 문화적인 측면을 가리킬 때 사용되고 있습니다.
* 위의 글은 월간 <성서와함께> 127호(1986년 10월)에 실린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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