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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뱀>의 상징 [Re : 508] 카테고리 |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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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1-04-08 조회수3,572 추천수1 신고

 + 찬미 예수님 !

 

 

[ 뱀의 상징 ]

 

1. 근동지방,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등을 비롯한 고대 사회에서의 <뱀>의 상징 :

   - 고대 사회에서 뱀은 풍산, 다산, 번식력, 신비스러움, 지혜, 생명과 죽음, 인간의 보호, 질병의 치료 등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상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다신교 사회에서는 뱀을 신으로 숭배하기도 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이집트에서는 뱀의 여신인 "부토"는 파라오를 보호하는 신으로 숭배되었고, 가나안 지방에서는 대표적인 풍산신인 "바알"의 상징이 바로 뱀이기도 했습니다.  아랍인들도 뱀에게는 영이 깃들어 있다고 하여 숭배하였고,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창조 설화(길가메쉬 서사시)에도 뱀이 등장하여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 바빌론 유배 이전의 이스라엘인들은 뱀에 대하여서는 대체적으로 이러한 주변 국가들의 생각들을 받아들이고 있었고, 아니면 단순한 하느님의 창조물 중의 하나라는 정도의 인식만 있었습니다.

 

2. 그리스도교에서의 "악"의 상징으로서의 뱀 :

   - 이스라엘인들이 뱀을 "악의 화신 혹은 대변자"로 여기기 시작한 것은 이스라엘 민족의 바빌론 유배(기원전 586~539년) 이후입니다(지혜2,24 참조).  이러한 사상은 초대 그리스도교에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이러한 전통의 결과로 그리스도교에서는 뱀을 가장 간교한 동물로 여기게 된 것입니다.

   - 바빌론 유배 기간 동안에 이렇게 인식이 바뀐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유배 기간 중의 이스라엘인들은 첫째, 자기네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또 민족들이 흩어지지 않고 단합하기 위해서는 자기네를 지배하고 있는 바빌론이 숭배하는 것들에 대한 평가 절하가 필요했습니다.  즉 자기네 민족의 우월성을 과시해야 했고, 이는 곧 자기네들이 섬기는 신 야훼 하느님의 우월성을 강조해야 했기때문에 바빌론이 숭배하는 천체(해, 달, 별)나 뱀에 대해서는 단순히 하느님의 창조물에 불과하다거나 부정적인 묘사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둘째, 주변 다신교의 세력으로부터 끊임없이 위협을 받고 있었던 이스라엘인들은 야훼 하느님에 대한 유일신 사상을 굳건히 하기 위하여 우상숭배적 요소를 지니고 있었던 바빌론의 뱀숭배 사상을 단호히 배척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뱀숭배 사상이 그들의 유일신 사상에 상당히 위협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 성서의 가장 첫머리에 위치한 <창세기>에서는 "뱀"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창세기>의 원역사 내용의 시대배경은 유배 이전의 시대인데도 뱀이 부정적인 모습으로 묘사된 까닭은 <창세기>가 비록 성서에서의 위치는 제일 앞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저술되고 편집된 것은 바빌론 유배 기간 동안이었습니다.  출애굽기나 다른 모세오경의 작품들보다도 오히려 더 늦게 저술되고 편집되었기 때문에 후대, 즉 바빌론 유배 시대에 형성된 이스라엘인들의 "뱀 배척 사상"이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었습니다.

 

 

[ 구리뱀 ]

   

1. 민수기 21장 9절, "모세는 구리로 뱀을 만들어 기둥에 달아 놓았다.  뱀에게 물렸어도 그 구리뱀을 쳐다본 사람은 죽지 않았다."

   - 여기서 "구리뱀"은 위험한 광야의 길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살길로 인도하시는 하느님의 보호하심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 이처럼 "구리뱀"이 오히려 "생명과 보호"를 상징하는 대상으로 묘사되어 있는 이유는 고대 사회에 있어서의 뱀에 대한 긍정적인 사상(생명, 인간의 보호, 질병의 치유 등)이나, 주변 국가의 뱀숭배 사상을 이스라엘 백성들이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참고로 "불뱀"(민수21,6; 참조 "스랍" 이사6,2)은 "하느님의 분노와 처벌"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에서의 진군이 하느님의 해방 계획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백성이 저지른 잘못과 그 잘못의 결과를 상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불"은 구약성서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요한 복음서 3장 14-15절, "구리뱀이 광야에서 모세의 손에 높이 들렸던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높이 들려야 한다.  그것은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려는 것이다."

   - 신약의 요한 복음사가도 민수기를 인용하여 "구리뱀"이라는 심상을 "구원과 영원한 생명"의 표지로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께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 여인에게 밟힌 뱀 ]

 

1. 성서에서의 묘사

   - 창세기 3장 15절, "나(하느님)는 너(뱀)를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네 후손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도리어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히리라."

   - 이 대목은 뱀에게 내리신 하느님의 처벌입니다.  죄를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뱀이기 때문에 하느님은 뱀에게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으시고 곧바로 심판하시고 계십니다.  바빌론 유배 당시의 뱀(종주국인 바빌론을 상징함)에 대한 두려움과 미움, 우상숭배에 대한 배척의 목적이 드러나고 있는 대목입니다.

 

2. 해석

   - "여인의 후손"과 "뱀의 후손" 사이에 일어나게 되는 끝없는 투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결말없는 싸움은 하느님께서 내리신 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벌은 여자의 후손에게 더 유리한 결말을 엿보이게 합니다.  즉 뱀은 머리를 밟혀 치명상을 입지만, 여자의 후손은 발꿈치를 물릴뻔 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즉 악(뱀의 후손)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여자의 후손)의 승리를 예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리옹의 주교였던 이레네오(130~202년)는 "여자"와 "여자의 후손"이란 표현은 뒤에 나타나실 메시아에 대한 언급, 즉 "여자"는 "성모 마리아"를, "여자의 후손"은 "예수 그리스도"를 뜻한다고 해석하였습니다.

   - 이러한 이레네오의 해석을 근거로 그리스도교에서는 이 구절, 곧 창세기 3장 15절은 "원복음, 원초복음, 최초의 복음"(Protoevangelium)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즉 뱀에 대한 처벌의 선고 안에서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구원 의지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승리가 담긴 첫 복음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견해는 오늘날 가톨릭 교회뿐만 아니라 개신교에서도 받아들이고 있는 견해입니다.

   - 또한 이레네오의 이 해석은 가톨릭 교회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성모신심의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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