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Re:성경에 위배된다는... | 카테고리 | 성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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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장준영 | 작성일2005-10-08 | 조회수1,027 | 추천수0 | 신고 |
길어질 것 같아 댓글 대신 따로 글을 드립니다.
우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성서는 생명을 살리는 구원의 복음이지 토씨 하나로 정죄하고 판단하는 율법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구약의 유다인들이 예수님께 야단맞은 까닭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구약 시대의 유다인들만 그랬던 것은 아니지요. 그리스도교 2천년 역사동안 거의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해 오지 않았는가..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이해할 수 있기는 합니다. 신앙공동체를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객관적인 기준이 설정되어야 하고 그 근거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표준인 성서와 성전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의 법도 그러하겠지만, 글자로 된 법 이전에 그 법을 제정한 근간이 되고 법이 목표로 하는 바 그 정신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고, 그 근간과 정신에 비추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일부 성서근본주의자들처럼 성서는 하느님의 말씀이다, 하느님은 틀릴 수 없는 분이다, 그러므로 성서는 일점일획도 잘못이 없고 따라서 성서(의 문자)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다,, 는 식의 논리는 복음의 정신인 살림과 사랑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결과를 낳고 맙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죄'를 어떻게 정의내릴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절도, 폭력, 간음, 사기, 살인 등의 형법적, 행위적 죄를 '죄'로 여겨 온 것은 성서의 글자를 율법, 법률로 생각해 온 까닭이 아닐까요.
물론 이것들은 죄이긴 하지만, '죄 자체'라기보다 성서가 말하는 인간 실존의 모습, 즉 '원죄'의 결과로서의 행위, 열매라고 생각합니다. 남보다 높아지려 하고 더 가지려 하는 이기심, 탐욕.. '자기사랑'이 원죄가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절도폭력간음사기살인.. 등등의 행위들도 나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에 관해서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합니다. 교회의 가르침과 교회법과는 맞지 않기에 논란이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 사견임을 밝히고 감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사회법, 교회법으로도 결격사유가 없고 성사혼으로 맺어진 부부관계가 있다 칩시다. 그런데, 이 결혼이 사랑이 전제되지 않았고, 사랑이라 할지라도 상대보다 자신을 더 생각하는 이기적인 왜곡된 사랑(이런 사랑이 우리 주위에는 얼마나 많습니까. 저 또한 그런 가운데 한 사람일지 모르겠습니다만)이라면, 그 혼인이 주님께서 기뻐하실 사랑이요 부부관계일지 저는 의문입니다.
위험한 말씀이 될 것 같습니다만, 결혼하지 않았으나 정말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연인이 그 사랑의 도를 넘어서서 혼전 성관계를 맺었다 칩시다(즉, '합법적'이지 않은 거지요). 물론, 서로가 서로를 정말 깊이 사랑한다면 신중해야 하겠고 둘 사이의 관계와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정말 나보다 그를 더 사랑하는 참된 사랑이라면 어떻게 성서와 교회의 가르침을 어기고 간음할 수 있냐는 식의 비현실적 반론은 사양하겠습니다)
또 다른 경우를 대비해 놓고 생각해 봅시다. 합법적 관계인 결혼한 부부 사이의 강압적 성관계는 현재의 실정법 안에서(아직까지는), 그리고 교회법 안에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두 경우를 놓고 볼 때, 어느 편이 하느님 보시기에 더 옳을지 저는 참으로 의문입니다. (무작정 둘 다 나쁘다는 막무가내의 양비론 역시 사양하겠습니다)
동성 사이의 사랑도 그렇습니다. 나보다 그를 더 아끼고 그를 위해 희생하는 사랑인데, 그 사이가 동성간이라면.. 자기 기준 따라 오고가는 이기적인 사랑이 난무하는 요즘 세상의 그 흔해빠진 사랑보다 더 '성서적'이지(옳지) 않을까요? 단지, 동성간의 사랑이기 때문에 구약 율법처럼 돌로 쳐죽이거나 불에 태워 죽일 몹쓸 죄인이라고 정죄해야 할지...?
'교회의 박사'이신 토마스 데 아퀴노 성인은 주지하다시피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법적 세계관을 신학에 도입하였지요. 동성애가 죄가 된다는 것 역시 자연의 순리에 어긋난다는 취지에서였는데, 교회의 가르침이고 제 공부가 깊지 못하기에 저도 정면으로 반론은 제기하지 못하겠습니다만,
동물 사이에도 10% 정도는 동성애가 발견되고, 동성애는 인류 역사상 보편적인 것이었는데 왜 이를 자연의 순리에 어긋난다고 해야 하는지 전 참 궁금합니다. 어떤 한 가지 거시담론적인 법칙으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세상, 우주의 현상을 묶어 설명하려는 것 자체가 폭력이고 교만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교회의 공동체적 삶을 위해 교회의 교도권도 필요하고 교회법 등도 요구가 됩니다. 얼마간의 객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제기되는 의문에 대해(인류의 지식과 지혜가 쌓일수록 더 많아질 것입니다) 교회가 모두 답을 줄 수도 없겠지요. 하지만,
교회는 이러한 질문들에 답을 주려는 책임있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 왔고, 동성애에 관한 문제 역시 가장 열심히 고민하고 있는 사안 가운데 하나입니다. 비록 동성애가 죄라는 입장은 변함이 없긴 하지만, 불과 수십년 전까지 유지되어 왔던, '가장 망칙한 범죄'라는 식의 시각은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민감하고 위험한 예들을 많이 들었습니다만, 그렇다고 간음해라, 동성애가 '적법'하다, 교회의 가르침, 교회법 등이 사람을 옭아맨다, 는 식의 주장을 하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성서는 사람을 구속하는 율법이 아니고, 설령 율법과 법률이라 하더라도 그 법의 문자 이전에 법의 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려는 취지였습니다.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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