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Re:한영대역 성경본에 관한 질문 | 카테고리 | 성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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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장준영 | 작성일2006-04-11 | 조회수1,050 | 추천수0 | 신고 |
답글 드리다 보니 지나치게 길어져서 따로 글을 답니다.
NIV는 미주와 호주 등의 보수권 개신교 성서학자들이 번역한 성서인데, 때문에 보수주의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한국 개신교회에서 유독 선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좋은 번역이긴 합니다. 말도 부드럽고 쉬우면서 품위있고, 번역의 수준도 높습니다. 희랍어 신약 표준판인 세계성서공회판의 본문비평 각주에 수록되는 권위있는 번역본 가운데 끼어 있을 정도니까 절대 허튼 번역은 아니지요.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성서 번역의 교파나 신학적 배경이 번역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는 겁니다. 성서가 교리의 원천이지 교리적 입장으로 성서 번역 과정에서 성서를 재단해서는 안되겠죠. 성서 번역가는 앞에 놓여 있는 성서 원전의 토씨 하나까지 '최대한' 곧이곧대로 번역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때문에 성서 번역에 있어서 그 번역의 교파적 배경에 관한 문제는 그렇게까지 불안해 하실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나라같이 보수근본주의 개신교와 반개신교적(?)인 천주교가 대부분인 상황에서는 서로의 번역을 참고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세계 개신교의 주류인 비보수적인 쪽들은 천주교 번역들도 많이 보고 거꾸로 천주교에서도 개신교 번역을 많이 참고합니다. 다만, 실제의 경우에 있어서는 신학적 성향과 교파적 배경이 성서 번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게 아닙니다. 성서란 복잡하기 이를데 없는 문서들의 집합이고, 때문에 성서 번역은 성서학이라는 거대한 신학 분야의 최종 결과물, 꽃이라 해도 좋을 작업이죠. 아무튼, 뉴 인터내셔널 버전 등 개신교 번역을 기피하실 필요는 없고 마음 놓고 보셔도 될 듯 합니다. 설령 개신교적 입장이 번역에 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천주교의 교의를 부정하는 번역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러 번역을 참고하셔야 하고, 말씀드리겠지만 천주교의 권위있는 교회 공인역을 기준으로 삼으시면서 참고 수준으로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또한, 전례에 사용되는 여부도 중요하고, 그리고 개신교 번역은 히브리어가 아닌 희랍어로만 전승되는 구약의 상당 부분을 빼 버렸으므로 천주교의 입장에서는 성서 전체를 볼 수 없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미국 영어로 된 번역이면서 미국 천주교회의 공인본이자 신구교 공히 권위있는 번역으로 인정하는 것은 뉴 아메리칸 바이블입니다. 미국 주교회의의 번역이고 신구교 모두, 그리고 세계 성서학계가 인정하는 권위있는 번역입니다. 뉴 인터내셔널 버전처럼 직역과 의역 사이에서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했지만, 신학적으로는 보수적이지도 급진적이지도 않습니다. 미국 천주교의 권위있는 학자들이 망라된 번역이죠. 교파적 차이를 접어두고서라도, NIV보다 추천할만 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성서 번역에 있어 교리적 문제는 그렇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만, 참고로 말씀드리면 RSV와 NRSV는 신구교가 공동번역을 하면서 천주교용은 성서 전체에서 수십군데의 미미한 단어 정도의 번역 차이를 두고 발행되었습니다만, 그런 서로간 판본의 차이들이 서로의 교리를 배척하는 성격의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아무리 반천주교적인 보수근본주의 개신교의 번역이라 해서 성서 번역을 통해서 천주교의 교리에 반하게 성서 원문을 옮길 건덕지가 개신교 성서 66권 가운데 과연 있을까 싶습니다.
굿뉴스 바이블은 가톨릭 번역이 아니라 미국성서공회, 즉 개신교 번역입니다. 영국의 대표적 번역인 뉴 잉글리쉬 바이블과 그 개정판도 개신교 번역이지만 굿뉴스 바이블처럼 제2경전이 포함되었습니다. 아마도 영미권은 개신교라 하더라도 성공회가 제2경전을 보는데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신구교가 서로의 번역을 참고하기 때문에 그렇게 번역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굿뉴스 바이블은 쉽게 풀어 쓰다 보니 의역이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공동번역처럼 말이지요. 예루살렘 바이블은 본래 프랑스 도미니꼬회 성서학자들의 번역이고 영국, 독일 등에서 원문 대조를 하면서 불어역을 기준으로 하면서 각자의 말로 옮긴 것입니다., 신구교 모두 인정하는 아주 뛰어난 번역이고 권위있는 주석도 달려 있습니다만 영국 영어이고 역시 의역에 편향되었습니다. 단, 음미해도 좋을 정도로 문학적으로 뛰어나기도 합니다.
라임즈 두에 역본은 히브리어 희랍어 원전에서 옮긴 번역이 아니라 라틴어 불가타의 번역이니 重譯이지요. 뉴 아메리칸 바이블이 나오기 전에는 천주교에서는 히브리어 희랍어 원전에서 직접 옮기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현대 성서비평학이 교회의 인정을 받으면서 그 규제가 풀렸고 성서 번역도 원전에서 직접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때문에 성서비평학과 성서 번역은 개신교 쪽이 그 터를 닦아놓은 겁니다.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교리, 전통을 가톨릭 교회(서방 천주교회와 동방 정교회)가 닦아 놓았기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면, 반대로 근대 성서학과 성서 번역에 있어서는 개신교 학계의 업적은 인정해야 합니다. 물론 그러한 뿌리는 불가타를 번역한 예로니모 성인을 비롯한 교부와 학자들이겠지만 말입니다.. 불가타가 천주교의 공인역이긴 해도 어디까지나 번역입니다. 천주교에서 성서를 번역할 때 히브리어 희랍어 원전에서 직접 옮겨도 아직까지 불가타를 중요한 기준으로 참고하긴 합니다만, 현대의 천주교 번역본들은 불가타에 일치하게 번역하지만도 않습니다. 비근한 예로 가장 최근의 새번역 성경만 해도 그렇거든요.
아무튼, 성서학과 성서 번역은 개신교(우리나라같이 보수근본주의 개신교를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그런 부류는 세계 개신교의 소수집단일 뿐이죠)의 학문적 성과를 존중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신학교 성서학 시간에 불트만이니 디벨리우스니, 폰라트니 다 배우고 졸업하고 서품 받으셔서 신부님들 되시고 강론하시며 성서, 교리 공부도 시켜 주시는 겁니다...
잡설이 길었습니다만, 뉴 아메리칸 바이블을 구하실 수 있으면 좋겠구요, 좀 기다리면 새번역 성경과의 영한 합본도 나올듯 싶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한글성서, 영어성서를 따로 펼쳐 놓고 보시구요.. 쉬운성경과 NIV는 모두 보수권 개신교의 번역이라 제 편견으로는 썩 내키지 않습니다. 뉴 아메리칸 바이블은 필리핀 바오로딸수도회에서도 찍어내어 판매하구요, 바티칸 홈페이지 등에서도 전체가 제공됩니다. 성서 공부를 깊이 하시다 보면 여러 번역들을 참고할 필요에 부닥칠 경우가 있는데, NIV는 그 때 참고하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보셔도 됩니다만, 기본이 되는 영어 번역본은 아무래도 실제로 미미하나마 교파의 교리적 입장이 번역에 영향을 주므로 천주교의 교회 공인역, 그리고 신학적으로 주류적이고 편향되지 않은 학자들의 번역, 또 직역과 의역의 균형을 취한 번역을 고르시면 될 듯 합니다.
결국.. 뉴 아메리칸 바이블이 가장 무난하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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