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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재범 쪽지 캡슐 작성일2008-10-06 조회수694 추천수0 신고
가톨릭출판사, 120년 출판문화 되짚기 [ 출처 : 가톨릭신문 ]
 
가톨릭출판사는 창사 120주년을 맞아 8월 28일 오전 10시 서울 중림동 가톨릭출판사 마리아홀에서 한국 가톨릭교회의 출판 문화 전반을 되돌아보는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 기념미사 등 개최

가톨릭출판사가 창사 120주년을 맞아 8월 28일 ‘가톨릭 출판문화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한국 교회 출판 문화의 새로운 전망을 모색했다.

가톨릭출판사는 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집전으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120주년 축하식과 축하연을 마련했다.

특히 이날 심포지엄은 가톨릭출판사의 설립 역사 뿐만 아니라 교리교육, 성서, 영성, 가톨릭철학, 현대신학 등 각 분야별로 교회 출판의 역사를 정리, 평가함으로써 한국 천주교회 출판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심포지엄에 이어 거행된 기념미사에서 정추기경은 “가톨릭출판사는 120년간 가톨릭 출판의 모범이 돼 왔다”며 “하느님의 뜻을 활자로 전하는 종사자들은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하느님 사업에 매진해달라”고 당부했다.

가톨릭출판사는 이날 심포지엄에 앞서 지난 6월과 7월 창사 120주년 기념 독후감 대회, 7월에는 어린이 문학교실 문학기행을 실시했고, 8월 16일에는 가톨릭출판사 역사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마련했다. 또 9월 7일부터는 가톨릭 지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톨릭문화학교’를 개강한다.

가톨릭출판사 사장 박항오 신부는 “심포지엄의 목적은 120년 동안 가톨릭교회의 출판 문화의 역사를 점검하자는 것”이라며 “그 동안의 교회 출판 문화를 반성하고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출판사 12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발표 요지)

가톨릭 출판문화의 어제와 오늘

가톨릭출판사는 창사 120주년을 맞아 8월 28일 오전 10시 서울 중림동 가톨릭출판사 마리아홀에서 한국 가톨릭교회의 출판 문화 전반을 되돌아보는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가톨릭 출판문화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은 가톨릭출판사의 설립 기원에서부터 교리와 교리교육, 성서 및 성서신학, 영성신학, 현대신학, 가톨릭철학 등 총 6개 분야별로 한국 가톨릭 출판의 역사를 살펴봤다.

가톨릭출판사의 120년 역사는 한국교회 출판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한국교회의 발전과 함께 교회 출판은 양과 질 모두에서 큰 발전을 이뤄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교회 출판의 역사를 학문적으로 성찰하고 교회의 사목적, 학문적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기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학술 심포지엄은 가톨릭출판사와 교회 출판물들의 역사를 통해 한국 교회 출판의 역사를 정리하고, 미래의 출판 사도직을 향한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다음은 주제 발표 요지이다.


선교사들, 신앙교육 위해 나가사키에 인쇄소 열어

◎교회사 부문/‘가톨릭출판사 설립 기원에 관한 연구’-장동하 신부(가톨릭대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수)

병인박해로 중국으로 피신한 선교사들은 차쿠에서 시노드를 개최하고 조선 밖에서 선교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작업은 사전과 문법서 편찬이라고 생각했다. 조선교구 제6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리델 주교는 이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리델주교는 1876년 ‘한불자전’과 ‘한어문전’의 원고를 탈고한 뒤, 드게트 신부와 블랑 신부를 대동하고 조선 입국을 위해 출발했으나 시기상조라고 판단, 두 신부만을 입국시켰다. 박해 후 10년 만에 입국한 선교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숨어있는 신자들을 찾는 일과 찾아낸 신자들을 신앙으로 다시 일으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교리서, 기도서 등 신심서적 간행이 가장 시급했다.

중국으로 귀환한 리델 주교는 코스트 신부에게 인쇄 문제를 위임하고 한불자전과 한어문전을 간행토록 지시, 코스트 신부는 이 책들을 간행하기 위해 홍콩, 상해, 요코하마, 나가사키 등에 도움을 청해 인쇄소를 물색했다.

1877년 9월 16일 리델 주교가 조선에 도착하자마자 첫째, 인쇄소를 설립해 교회서적을 출간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1878년 1월 체포됐고, 6월 석방돼 7월 중국 차쿠의 조선교구 대표부에 도착했다. 그러나 그의 체포로 인해 인쇄소의 일은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1878년 부주교로 임명된 블랑 신부는 인쇄소 설립을 시도했다. 그는 첫째, 박무주를 통한 작업의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둘째, 1879년에는 최양업 신부의 셋째 동생인 최우정에게 소규모 인쇄 작업을 하도록 했다. 1882년 2월 이전, 일본의 코스트 신부가 ‘공과’를 찍어 조선에 보냈다. 한편 블랑신부가 최우정을 책임자로 국내에 설립한 인쇄소는 1882년경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의 주도 하에 1879년 봄부터 그가 사목을 관장하던 전라도 지역에 설립됐고 1882년 초에 이르면 ‘공과’ 제2권을 500부 발행하는 인쇄소로 성장했다.

일본의 조선교구 인쇄소는 단순한 인쇄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출판사와 같은 성격과 기능을 갖고 있었다.

블랑 주교는 국내와 국외에 각각 한 곳씩의 인쇄소를 두었고, 나가사키 인쇄소가 국내로 들어와 인쇄를 시작할 때까지 이 인쇄소는 유지됐다.

한편 코스트 신부는 한불자전과 한어문전의 인쇄가 요코하마에서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1878년 요코하마에 도착했다. 1880년 12월 한불자전을 출간했고 이듬해 5월에는 한어문전도 출간했다.

리델 주교는 나아가 교리서와 기도서 발간을 재지시했고 코스트 신부는 기도서를 발간하다가 나가사키로 이주하게 됐다. 1881년 6월 나가사키에 도착, 9월 경리부를 인쇄소를 겸해 운영하기로 하고 11월 6일 나가사키에 정착했다.

1881년 11월 21일 조선교구는 완전하고 독립적인 활판 인쇄 기술을 갖춘 인쇄소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이로써 조선교구의 출판과 관련해 나가사키 인쇄소는 교구의 새로운 도약이 이뤄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사용되던 목판이나 필사 책들은 사라지고 활판으로 인쇄된 교리서와 기도서 등 교회 서적 공급이 가능하게 됐다.

1885년 가을, 코스트 신부는 블랑 주교의 지시에 따라 나가사키 경리부를 폐쇄하고 인쇄소도 서울로 옮기기로 해 11월 15일 조선에 입국했다. 서울로 옮겨온 나가사키 인쇄소는 처음 새문안 정동에 위치했다가 종현에 인쇄소를 위한 단독 건물을 지어 이사했다.

가톨릭출판사의 기원을 1886년에 두고 있는 것은 의문이다. 나가사키의 인쇄소는 당시 교구장 리델 주교가 공식적으로 설립한 교구 인쇄소이고 그 책임자로 코스트 신부를 임명했으며 1881년 11월 21일 정식으로 조선교구 인쇄소로 가동시켰다. 이 교구 인쇄소가 1885년 서울로 이전했고 이듬해 정동에 인쇄소를 가동했다. 이는 교구 인쇄소로서의 연속성을 지니는 것이다. 따라서 1886년을 가톨릭출판사의 기원으로 삼는 것은 설득력이 없고 리델 주교 지시로 나가사키에 세워진 인쇄소를 기원으로 삼는 것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계층별·대상별 교리서 출판 주도

◎교리·교리교육 부문/ ‘가톨릭출판사 교리서 출판 역사에 대한 고찰’-정신철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실천신학 교수)

20세기 교리교육 흐름을 한국 가톨릭교회는 어떻게 수용했는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기점으로 교리서의 출판 방향이 바뀐다. 이전에는 문답식 교리서가 주류였는데, 공의회를 기점으로 외국의 교리서를 번역, 출판해 보다 쉽고 이성적으로 신앙을 납득하게 유도했다.

이는 박도식 신부의 교리서 ‘무엇하는 사람들인가?’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맞는다. 문답식 형태를 대화식으로 바꾸고 인간학적 방법에 기초한 이 교리서는 한국 교회 교리서 구성 변화의 첫 번째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 1967년 주교회의 인준 ‘가톨릭교리서’가 예비자 교리교육의 기초를 이루는데, 이 교리서는 ‘복음선포적 교리교육’의 모습을 따른다. 70년대와 80년대를 지나며 대상별, 계층별 교리서 출판이 주류를 이루고 교회의 입문 성사를 받기 위한, 기본적 교리를 이해하기 위한 교리서들의 출판이 완료된다.

이 시기를 지나며 한국교회는 세계적 교리교육 흐름을 많이 수용하고자 노력했고, 이런 노력을 다양한 형태의 교리서 출판으로 이뤄졌다.

90년대를 넘어서면서 소공동체 운동으로 사목 전반의 방향이 전환됐고 이에 따른 교리서와 교재들이 출판됐고 보편교회에서 출판된 ‘가톨릭교회 교리서’의 번역을 시도해 지역에 맞는 교리서 출판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러한 역사를 보면서 한국 천주교회는 보편교회의 흐름을 적극 수용하고 적용하고자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경향 속에서 가톨릭출판사의 교리서 출판의 특징은 우선 인지도가 높은 저자에 의존한 교리서를 많이 출판했다는 것이고 교리교육의 기본인 예비자 교리교육을 위한 교리서 출판에 역점을 두었다는 것, 타출판사와 비교해 다양한 계층별, 대상별 교리서 출판을 선도, 주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이 가능했던 이유는 가톨릭출판사가 교리교육에 관한 지속적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과 교리교육에 관계된 학문적 서적을 출판했다는 것, 또 새로운 형태의 교리서를 출판하고자 하는 노력과 교리교육 전문기관과의 연계를 가졌다는 점에서 가능했다.

앞으로 더 알찬 교리서를 출판하기 위한 사전점검, 전문화된 사목에 필요한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대상을 위한 교리서의 출판, 그리고 다원주의 시대 안에서 신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니게 하기 위한 재교육 교리서 출판이 필요하다.


성경 이해 돕는 기획출판 돋보여

◎성서·성서신학 부문/ ‘가톨릭출판사 간행 성서 관련 도서의 성격과 분류’-백운철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 , 이용결(월간 ‘성서와 함께’ 편집부장)

가톨릭출판사의 역사를 전반기(1886~1959)와 후반기(1960년 이후)로 나눠 살펴본다.

전반기에 펴낸 성경 관련 도서들 가운데 선두는 ‘성경직해광익’이다. 이는 한글로 번역돼 필사되던 것으로 성경 완역본이 아니라 주일미사를 위한 복음서의 발췌본으로 대다수 순교자들의 집에서 발견됐다. 이 책은 1892년 이래 활판본으로도 인쇄돼 20세기 내내 보급됐고 한글 문화를 대표하는 100대 서적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중요하다. 1910년 ‘사사성경’과 1922년 ‘종도행전’은 한국교회 최초의 신약성경으로 공동번역 성서가 나올 때까지 ‘복음성서’라는 제명으로 계속 간행됐다.

성경 본문 외에 이해를 돕는 책들도 꾸준히 발간됐다. ‘성교감략’(1883)이 대표적인데 6차례나 간행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삽화를 넣은 ‘소년 셩서’(1925)와 이를 재쇄한 ‘젊은이의 성서’(1940)도 간행됐다.

후반기에 펴낸 도서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60년대 들어 근대화가 시작되고 변화가 가속화됐다. 60∼70년대 구약성경 중 최민순 신부가 옮긴 ‘시편’과 ‘아가’가 나왔고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구약성서는 한 국인 성서학자 스스로 원문에서 옮기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성경의 이해를 돕는 책들도 다양하게 나왔다.

특히 이 시기에 분도출판사와 성바오로출판사가 창립, 교회 출판 활동에 활력을 보탠다. 80년대는 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2군데의 전문 출판사가 생기며 성서 사도직 운동이 크게 신장했고 가톨릭출판사는 새 사옥을 마련, 새 도약을 꾀한다. 80년대 들어 22종을 펴내는데 의미 있는 기획출판과 전문적인 성경 관련 도서들이 발간된다. 90년대에는 비중 있는 성서신학자와 도움자료들을 적극적으로 펴냈다. 2000년대 들어 성경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저변이 넓어졌다. 그 열매는 2005년에 나온 가톨릭 공용 ‘성경’의 출간이다.

1300여종의 출간물 가운데 성경 관련 도서는 74종으로 8%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성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교회의 사회 참여가 강조되면서 이에 대한 출판물 역시 질과 양 두 측면에서 크게 발전하고 있다. 영성의 시대를 맞아 영성의 원천인 성경에 대한 관심을 이끄는 선도적인 출간물들을 계속 펴낼 것으로 믿는다.


‘인간 중심주의’ 전환 두드러져

◎영성신학 부문/ ‘가톨릭출판사 120년, 그 영성분야 서적들의 영성신학적 의미’-박일 신부(가톨릭대학교 영성신학교수 )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기점으로 한국교회의 상황 및 그 시기의 가톨릭출판사의 영성 서적들과 동시대 출판물들을 살펴본다.

한국교회는 해방까지 교회 재건과 선교에 관심을 두었고 일제하에서는 정교분리를 고수하고 기초적 교육 사업을 전개했다. 영성적 배경은 보수적, 종말론적, 개인 구령적, 순교의 성성이었고, 신심 유형으로는 성체신심, 순교자 신심, 성모 신심, 대사 및 은사회의 신심 활동이 전개됐다. 발간도서들은 신심 묵상서적 6권, 성찰 및 고해성사 안내서 2권, 성인전 2권 등 영성 분야에서는 약 10권이 1945년 이전에 출판됐다.

공의회까지 한국교회는 격변 속에서 정치 및 사회 참여의 모습을 보였다. 성모, 순교자 신심이 있었지만 뚜렷한 다른 신심은 보이지 않았고 영성적으로는 아직도 신비신심적, 수덕적, 내세적, 개인구령적 경향을 띤 이전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발간 도서는 약 67권으로 완덕 및 묵상지도서 35권과 성인전 23권이 대부분이다.

공의회는 영성의 주요한 세 가지 원천으로의 회귀의 장이었다. 즉 성서, 전례, 그리고 교회성의 회복이다. 공의회 이후 영성의 조류는 성령의 재발견 속에 영성신학의 학문성 부각, 영성에 대한 갈증 폭증, 신앙의 체험 추구의 경향, 신비신학의 부활, 세상 속으로의 잠입과 참여의 경향, 인간중심주의적 전환과 가난한 사람들의 우선적 선택, 연대성 부각, 공동체적 영성의 경향 등이다.

1989년까지 대략 총 87권이 출판됐다. 완덕 및 묵상 지도서 44권과 성인전 20권이 대부분이었으나, 이 시기에는 개인 체험의 표현 관련 출판이 16권으로 지난 시기에 비해 현저하게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이 시기 영성 서적들은 공의회 정신이 담긴 영적 경향, 즉 인간과 삶, 세상 안에서의 하느님 체험의 추구, 성서 중심적 묵상의 시작, 성령, 공동체 및 형제애라는 주제의 등장 등 전체적으로 인간중심주의적 전환의 시작이 괄목할만하다.

1990년 이후 2005년까지 총 178권이 출판됐다. 완덕 및 묵상 지도서 79권과 성인전 34권으로서 출판서적의 양도 많으나 이 시기에는 영성신학서 14권 및 개인 체험의 표현 관련 출판이 32권으로 현저하게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그리스도교적 인본주의의 정착, 직접적 하느님 체험, 복음화, 세상과 현실의 포용, 대중적 신심과 영성의 증가 등의 경향을 나타내지만 전보다 많이 증가된 사회 참여의 측면은 여전히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교회론’ 편중 현상 극복해야

◎현대신학 부문/ ‘현대신학’-박준양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의신학 교수)

출판 시기별로 볼 때 국내 저술서는 90년대 이후 발간이 급성장했다. 하지만 국내 저술이 번역서의 절반 정도로 국내 가톨릭 현대 신학 연구는 주로 외국 서적 번역 위주로 이뤄져왔다. 번역서도 저술서와 비슷한 성장세를 보이는데, 2000년대 출간된 외국 서적 번역은 드물다.

조류별 분석을 보면 종교 신학과 환경신학 분야 발간 비율이 높은데 외국 번역서에서 해방신학 관련서가 가장 많다. 여성신학과 아시아 신학 관련서는 국내 저술은 미진하나 번역서에서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계속 성장세이다.

질적 분석 방법에서는 양적 분석과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이라는 두 차원에서 평가된다. 먼저 불연속적 접근에서는 출판사별로 기획된 시리즈나 총서를 참조한다. 기획발간된 단행본들은 내용적 우수성으로 인해 강의 교재나 참고 도서로 사용되면서 신학의 소개와 보급, 연구 저변 확대를 통해 신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예컨대 가톨릭문화총서(가톨릭출판사), 신학총서와 아시아신학총서(분도출판사), 신학성서와 종교대화강좌(성바오로/바오로딸) 등을 들 수 있다.

연속적 접근은 양적 분석의 결론을 바탕으로 심화시킨 것이다. 여기에는 첫째 번역 문화의 공헌 및 한계와 관련해, 우선 현대 신학 분야의 발전에 외국 신학 서적의 번역이 결정적으로 기여했지만, 원문에 충실한 번역, 번역 원서에 대한 존중 등 몇 가지 한계도 지적돼야 한다.

둘째, 신학 분야별로 편중된 현상 극복이 필요하다. 교회론 분야가 전체 25%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언급돼야 한다. 이는 과도기적 현상이지만 신학 발전을 위해서 고른 출판 활동이 요청된다.

셋째, 한국 신학의 계발을 통한 아시아 신학 발전에의 기여에 대해, 종교 신학과 환경신학 분야와 연계돼 한국 신학의 계발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한국 신학의 계발은 궁극적으로 아시아 신학 발전에 대한 기여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넷째, 신학 연구의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 신학 연구층의 다변화 및 저변 확대, 그리고 그와 연결된 출판 문화의 확산을 통해서만 한국에서의 신학 발전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한국 신학계와 출판계는 대승적 목표를 향해 협력하고 과제를 공유하면서 상호 발전과 상호 상승적 길을 걸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현대 신학 분야와 관련한 한국 가톨릭 출판계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정보화 시대의 진행, 독자들의 감각적 감성적 선호도의 급증으로 상당한 지적 탐구 노력을 요하는 신학 서적들을 출판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고전과 연구문헌 출간 노력을

◎가톨릭철학 부문/ ‘가톨릭 철학 관련 서적의 출간 현황과 가톨릭출판사의 역할’-박승찬 교수(가톨릭대학교 서양철학)

출판사 규모나 설립 취지 등을 고려할 때 가톨릭출판사가 가톨릭 철학 관련 서적 출판에서 맡고 있는 비중이 크지 않았고(총 2권), 특히 2천년대 이전 발간 서적이 11권에 불과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는 분도출판사(총 51권)나 성바오로/바오로딸 출판사(합계 38권)와의 현격한 차이는 논외로 하더라도, 일반 출판사인 서광사의 발간양의 절반에 불과하고 이문출판사, 철학과 현실사, 가톨릭대 출판부 등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질적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가톨릭 철학 발전에 기여한 가톨릭출판사의 역할은 크다고 할 수 없다.

이런 경향의 이유는 가톨릭 계통의 영성서적과 신심서적 출간에 집중하고자 했던 편집 및 출간 경향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심층적 이유로는 가톨릭 철학의 중요성에 대한 자각이 충분하지 않았음을 생각할 수 있다. 교회 안에서 오랜 역사를 거치며 발전해온 가톨릭 철학이 지닌 보화를 우리나라 학문계와 공유해야 하는 작업을 가톨릭교회의 대표적 출판사인 가톨릭출판사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런 가운데 가톨릭문화총서의 발간은 획기적 변화였다. 조직신학, 실천신학, 역사신학, 문화, 교회문헌 등과 함께 6가지 대표 분야로 포함된 ‘토미즘 분야’는 취약했던 가톨릭 철학 분야 기초를 공고히 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가톨릭철학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항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가톨릭계 출판사들은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신앙과 이성’에 따라 진정한 형이상학적 차원을 다루는 철학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스도교 철학 전통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그리스도교 고전들과 주요 연구 문헌들을 활용 가능하도록 출간해주는 작업이야말로 가톨릭계 출판사들이 헌신해야 할 과업 중의 하나이다.

특히 고전 번역의 경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가톨릭계 출판사들이 특정 분야를 나눠 맡고 지속적인 기금 조성을 통해 우선적으로 그리스도교 고전 번역 사업을 지원해주길 기대한다.

구체적 제안을 해본다. ① 그리스도교 고전들을 고전어 원전으로부터의 직접 번역 ② 번역 용어 통일 위한 노력 ③ 우수한 번역자 확보 위한 지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전문가를 양성하는 ‘고전 번역 전문가 양성 과정’ 설치 ④ 중요 고전 번역시 서적 심사 제도 등을 도입해 완성도 확보 ⑤ 일반 사회 미디어를 통한 홍보 작업과 도서 판매 전략 마련과 같은 이러한 모든 노력은 가톨릭 철학, 그리스도교 철학의 중요성을 공감할 때에만 구현될 수 있다.

박영호·오혜민 기자 young@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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