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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렇게 그들은 이집트인들을 털었다(탈12,36) 카테고리 |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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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성수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18 조회수524 추천수1 신고

 야훼께서는 일찍이 예고하신 대로(4,22-23; 11,4-6) 에집트 땅에 있는 모든 맏이들을 모조리 쳐죽이셨다(12,29). 모세나 아론 등 중재자를 통하지 않고 야훼께서 손수 하셨고, 자연환경을 이용한 재앙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하셨다(지혜 18,14-16 참조).

 

이 재앙에서 맏이와 맏배를 과녁으로 삼은 것은 맏이와 맏배를 남다르게 생각했던 고대 관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13,2.12.13.15; 22,28-29; 34,19; 레위 27,26; 민수 3,13.40-46; 18,15; 신명 15,19 참조). 땅에서 난 맏물(23,19; 34,26; 레위 23,17; 민수 28,26)과 가축의 맏배처럼 여인의 몸에서 난 맏이도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자비로운 첫 선물로 여겨졌고, 이에 대한 감사의 뜻에서 하느님께 돌려드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맏물․맏배․맏이는 유달리 신성시되고 귀중하게 여겨졌다. 맏이의 장자권과 상속상의 우선권은 사회에서 인정되고 법률로도 규정되었다(창세 43,33; 신명 21,17 참조). 또 맏이는 재산을 위탁 관리하거나 분쟁을 판결할 책임도 지녔다.

 

 이런 배경에서 볼 때 열째 재앙은 야훼께서 자신의 맏이인 이스라엘 백성(4,22)을 죽이고 괴롭힌 파라오에 대하여, 똑같은 방식으로 그의 맏이를 죽이신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예언자 예레미야는 이스라엘을 아끼시는 야훼의 사랑을 이렇게 읊었다. “이스라엘은 나(야훼)에게 깨끗이 몸바쳤었지. 소출 가운데서도 맏물이라, 집어 먹고는 아무도 죄를 면치 못하여 재앙을 당하고야 말았다.”(예레 2,3)

 

마침내 에집트 땅은 곡성이 자자한 죽음의 땅이 되었다. 파라오의 고집, 유아살해와 억압정책이 자초한 결과였다. 공존을 거부하고 상대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정책은 결국 자신에게도 죽음을 가져왔다. 막다른 벼랑에 몰린 파라오는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자기 앞에 나타나면 죽여버리겠다는 모세를 한밤중에 스스로 불러서 모든 요구조건을 무조건 승낙한다(12,31-32). 그 막강한 위세를 자랑하던 파라오가 억눌리던 이의 지도자인 모세에게 “나를 위하여 복을 빌어 달라”(12,32)고 사정한다. 더 이상의 재앙이 없게 해달라는 간청이다. 서로의 입장이 거꾸로 된 셈이다.

 

 에집트인들도 자기네가 모두 떼죽음을 당하는 줄 알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어서 떠나 달라고 재촉하였다(12,33). 또 이스라엘 백성이 달라는 대로 내어 주었다(12,36). 이스라엘 백성은 미처 빵반죽이 부풀기도 전에 반죽 그릇째 옷에 싸서 어깨에 둘러메고 나섰다(야휘스트는 이리하여 과월절에 자연스럽게 누룩 넣지 않은 빵을 먹는 무교절이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그들이 출발한 때는 밤중이었다(따라서 아침까지 음식을 남기지 말라는 12,10의 규정이나 아침까지 문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12,22의 지시는 후대 예식의 반영임이 한층 명확해진다).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가 일러준 대로(11,2) 에집트인들에게 은붙이와 금붙이와 옷을 ‘내라’고 하였다. 이때 이스라엘 백성은 거짓 핑계로 그들에게 ‘빌린’ 것일까? 아니면 누구나 되돌아오지 못할 줄 알고 ‘달라’고 한 것일까? 본문은 야훼께서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에집트인들에게 환심을 사게 해주셔서 그들이 스스로 내주었다(11,3; 12,36)고 설명한다.

 

 그러나 성서는 곧 이어 “이렇게 그들은 에집트인들을 털었다”(12,36)고 기술한다. 마구 빼앗았다는 말이다. 이를 이스라엘 백성이 쫓기듯 도망간 것이 아니라 승리자로서 전리품을 가지고 당당히 떠난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하고, 또는 최후의 복수라든가 아니면 그동안의 무보수 노동에 대한 대가(신명 15,13-15)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한편 후기 유대 전승이나 일부 학자들은 이 ‘털었다’는 단어가 좀더 일반적인 형태로는 ‘누구를 위험에서 끄집어내다’, ‘구하다’는 등의 뜻을 가진다고 보아(예: “…자기들의 목숨이나 겨우 ‘건질 수’ 있으리라” 에제 14,14), 이 구절을 달리 풀이한다. 즉 “이렇게 하여 그들은 에집트인들을 구했다”고. 이스라엘 백성이 헤어지는 마지막 순간에 자기들의 정당한 몫을 요구하고 그것을 선물로 받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친구로서 대등한 위치에서 떳떳하게 떠날 수 있었고 그를 통해 에집트인을 구했다는 것이다

 

(이때 받은 금․은붙이는 후에 성소를 만들 때 쓰였는데, 어찌 보면 이것을 내준 에집트인들도 함께 참여하였다고 볼 수도 있다).

 

 지혜서 저자는 그 내용을 이렇게 적었다. “에집트 사람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기들에게 고통을 받고도 앙갚음을 하지 않은 데 대해서 고맙게 생각하였고, 그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에 대하여 용서를 청하였다”(지혜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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