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Re:기름부음받은이의 뿔 | 카테고리 | 성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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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성수 | 작성일2009-06-10 | 조회수499 | 추천수0 | 신고 |
구원의 상징인 뿔
(사진설명)
미켈란젤로(1475~1564년), 모세, 1513~1515년, 대리석 235m, 빈쿨리의 성 베드로 대성당, 로마. 자료제공 = 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성미술 감독) 우리말에 '뿔이 났다'는 말은 대단히 화가 난 상태를 나타내는 속어다. 그런데 르네상스 시대 위대한 작가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조각 작품인 모세상을 보면 재미있게도 머리에 뿔이 돋아 있다.
왜 모세 조각상 머리에 뿔이 나도록 조각했을까? 모세가 화가 난 것을 표현한 것일까? 그 해답은 성서 번역과 해석에서 찾아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이집트를 탈출한 모세는 어느날 시나이 산에서 증거판 두 개를 들고 내려왔다. 그런데 아론과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를 쳐다보니 얼굴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두려워서 모세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출애 34,29-35 참조). 모세의 빛나는 얼굴 상태를 가리키는 히브리어 본문 동사는 두 가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우선 '얼굴 살결이 빛나다''영광스럽게 되다'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또한 '뿔이 나다'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예로니모 성인이 자신의 구약성서 라틴어 역본인 룗불가타룘에서 이 대목을 '그의 얼굴에 뿔이 돋은 것'이라고 번역했다. 그래서 미켈란젤로는 이 성서 구절에 근거해서 모세상을 조각했을 것이라 추측된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본래 의미에 적합하지 않아서 대부분 후대 주석가들은 '모세 얼굴이 빛이 났는데 그 형태가 뿔 모양이었다'라고 해석하게 되었다고 한다.
모세 얼굴이 빛나는 것은 야훼 하느님께서 그와 함께 계시고 하느님 영광이 모세 위에 머물렀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예로부터 동물의 뿔은 공격과 방어 무기로 사용되어 물리적 힘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또한 사람들은 뿔에 초자연적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대 메소포타미아 미술에서 신적 존재는 힘의 상징인 뿔을 끼워 넣은 관으로 장식했다. 헬레니즘 시대에도 권력가들은 자신 초상을 이마에 뿔이 있는 모습으로 메달이나 동전에 새기는 것을 좋아했다.
옛날 사람들에게는 가축 중에서도 농사를 짓는 데 가장 소중한 동물인 황소가 자연히 풍요의 상징이 되었다. 그래서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가나안 등지에서는 황소 우상을 숭배했다. 광야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에게 반기를 들고 만들었던 우상도 금송아지였다.
그래서 구약 성서에서 '황소 뿔'은 하느님의 힘, 우리들을 지켜주는 표징으로 왕이 '백성들을 보호하거나 원수를 물리치는 것'의 상징으로 종종 사용되었다(신명 33,17: 시편 75,4-5 참조).
이스라엘에는 황소 뿔에 기름을 담아 그 기름을 왕이나 예언자, 사제에게 붓는 의식이 있었다. 이것은 기름부음을 받는 자에게 하느님의 힘을 실어 준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예루살렘 성전 제단 네 모서리에도 장식으로 뿔이 달려 있었다. 따라서 성경에서 '뿔'은 능력과 강함의 표시이며, 하느님 은총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그래서 다윗은 적군과 싸움에서 승리한 후 감사하는 노래에서 야훼 하느님을 '승리를 안겨주는 뿔'(시편 18,2)이라고 노래했다.
특히 황소 뿔은 '하느님 힘의 상징'으로 자주 쓰였다. 시편에 보면 '하느님께서는 악인의 뿔을 꺾으시고 의인의 뿔은 높이 들어올리신다'(시편 75,10 참조)고 했다.
고대 미술이나 민속 신앙에서 악마가 동물적 특징을 띠는데 그 중에서도 뿔은 악의 힘을 상징하기도 했다. 요한 묵시록에 나오는 유명한 여자와 용 이야기에서 큰 붉은 용이 가진 열개 뿔(묵시 12,3 참조)은 사탄과 악의 힘을 나타내고 있다.
<평화신문, 제760호(2004년 2월 15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성서못자리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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