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요셉신부의 매일복음묵상/연중 제 25 주간 화요일 -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한몸이 되어... | 카테고리 | 성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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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타한인성당 | 작성일2010-08-07 | 조회수538 | 추천수1 | |
창세기 아담과 하와의 창조 이야기가
단순한 인간의 창조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그리스도로부터 교회가 창조되는 이야기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요한 묵시록에서 하느님의 어린양과 천상 예루살렘이 성령님 안에서 혼인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 것처럼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혼인이 모든 창조사업의 완성을 이루게 됩니다.
이렇게 그리스도는 신랑으로서 신부인 교회와 혼인을 하리라는 예언이 창세기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 (창세 2,24)
그런데 이상하게 교회와 혼인하게 될 신랑인 그리스도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야 한다.’는 내용까지 예언되어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인간과 한 몸이 되기 위해 아버지를 떠나 인간의 육체를 취함으로써 세상에 오시기 됩니다.
그리고 오늘 예수님은 “누가 내 어머니이며 누가 내 형제냐?”며 어머니를 떠나십니다. 이는 이미 예고 된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성전에서 예수님은 삼 일 동안 당신을 찾아 헤매던 요셉과 마리아께 “왜 나를 찾으셨습니까? 내가 아버지 집에 있어야 하는 것을 모르셨습니까?” 하시며 미래에 교회에 혼인하기 위해 당신들을 떠나셔야 할 것을 미리 준비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정말 부모에게 매이면 참으로 아내와 혼인하여 한 몸이 될 수 없듯이 저도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참다운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야 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처음으로 걸림돌이 된 것은 저의 아버지였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유일하게 대학에 다니고 있는 저에 대한 기대가 크셨습니다. 그것을 잘 아는지라 신학교에 들어가겠다는 말을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 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에게는 못 꺼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약주를 드시고 기분이 좋으실 때 방에 들어가 신학교에 들어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매우 화를 내셨습니다. 저는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었지만 아버지는 밤새 잠을 못 이루시다가 새벽에 저를 깨우시더니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그러시지 않아도 마음대로 하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루카 14,26)라는 말씀처럼 가족의 뜻이 하느님의 뜻에 우선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버지만이 제가 사제되는 것을 반대하셨기 때문에 어머니는 저의 사제직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사제가 된 이후로 어머니의 지나친 사랑이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자들이 말하기를, 제가 보좌신부로 있는 성당에 오셔서 사무실에서 저의 어머니라 하시며, “삼용이, 여기서 말썽 안 피워요?”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도 신부님인데 말썽 안 피우냐는 어머니의 말씀에 신자 분들이 웃으셨다고 합니다.
위신을 너무 세울 필요도 없지만 이렇게 위신이 일부러 깎일 필요도 없다는 생각에 저는 어머니에게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제가 있는 성당에 오시지 말아달라고 청했습니다.
“어머니, 제가 사제가 되면 이제 신자들의 목자가 되고 아버지가 됩니다. 어머니가 성당으로 저를 찾아오시면 마마보이가 되는 것도 같고 신자들 보기에도 좀 그러니 성당으로는 찾아오지 마세요. 제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집에 내려갈게요.”
어머니도 이 말씀에 동의하셨습니다.
그런데 한 번은 사제관에 있는데 핸드폰이 왔습니다. 어머니였습니다. 저는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성당에 저를 보러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 번쯤은 마음을 아프게 해 드리는 것이 앞으로도 낫겠다싶어 전화로 그냥 돌아가시라고 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서 실망하시고 다시 돌아가시는 모습을 생각하니 저도 가슴이 아팠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꾸 찾아오실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참으로 사제가 되기 위해 부모를 떠나려 한 것은 맞지만 이것이 하느님을 뜻을 따르기 위함이지 부모님이 정말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부모님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뜻을 더 사랑하는 것뿐입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이가 당신의 어머니요 형제들이라고 하셨지만 이것은 성모님을 업신여기는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성모님만큼 아버지의 뜻을 따른 이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내려오실 때 아버지의 뜻에 “Yes!”하신 것은 이 세상에 내려와 십자가의 고통까지 다 받겠다는 의미로 Yes를 하신 것처럼, 성모님의 Yes도 처음부터 구속자로 오시는 그리스도의 어머니로서 당해야 할 모든 고통을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Yes를 하신 것입니다.
따라서 성모님의 Yes, "Fiat!"은 예수님 다음으로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는 가장 완전한 순종이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사람!”이 당신의 가족이라고 말씀하셔도 성모님은 기분이 상하실 이유가 하나도 없으셨습니다. 왜냐하면 당신만큼 아버지의 뜻을 따른 사람이 없으니 당신만큼 어머니 될 자격을 지닌 사람도 없음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의 혈육관계는 하느님을 앎으로써 약해지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은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이기에 그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은 오히려 하느님을 공경하는 것입니다. 물론 가족이 하느님의 뜻보다 위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신랑으로서 교회와 혼인하기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났지만 마지막엔 교회를 아버지와 어머니 집에 데려와 살게 합니다. 그러니까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혼인하여 신부를 다시 아버지의 집으로 데려와 살게 하는 것처럼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남이 결코 영원한 이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더욱 행복한 가정을 위한 일시적인 떠남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 일시적인 이별은 더 풍요로운 가족을 위한 것이니 오히려 부모님께 참으로 효도하는 길입니다. 하느님께서 부모님을 공경하라고 했으니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가는 이들은 아버지의 뜻대로 부모를 더 공경하게 됩니다.
따라서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교회에 나가 당신들을 조금은 떠나는 것 같아 보일지라도 자녀들을 놓아 주어야합니다. 결국엔 꼭 껴안으려고 하는 것보다 더 큰 효도를 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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