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늘 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 카테고리 | 성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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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타한인성당 | 작성일2010-08-27 | 조회수522 | 추천수0 | |
<하늘 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마태 25, 1-13)
-- 유광수 신부 -
오늘 복음에서 "하늘 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씀을 생각하면서 하늘 나라의 특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처녀가 신랑을 맞으러 나간다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이며 가슴 설례이는 일인가! 처녀의 모든 생각과 마음은 온통 신랑을 맞는데 쏠려 있을 것이다. 얼마나 기다려왔던 시간인가!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처녀가 신랑을 맞으러 나가는 기쁨이 있어야 한다. 아니 그런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고 그리스도인의생활이라는 것이다. 이런 기분을 갖고 이 세상에서 살아간다면 아직 완성된 하늘 나라는 아니지만 이미 우리는 하늘 나라에서 사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저 자리로, 여기에서 저기로, 이 시간에서 저 시간으로,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옮겨가는 것이 인생이다. 매 순간 고정된 시간 속에 사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그러나 어디에서 어디로 옮겨가느냐 하는 것은 어떤 인생관,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천차 만별일 것이다.
신앙인은 누구인가? 신앙인은 하느님으로부터 왔다가 다시 하느님께로 가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신앙인은 언제 어떤 자리로 옮겨가던지 그의 여정은 예수님이 그러하셨듯이 항상 아버지께로 가는 여정이어야 한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알파요 오메가이시며, 시작이요 마침이신 예수님에게로 나가는 여정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여정은 신부가 신랑을 맞으러 나가는 것과 같이 우리의 신랑이신 예수님을 맞으러 나가는 여정이어야 한다.
수도자나 성직자도 마찬가지이다. 성직자나 수도자가 혼자 사는 생활에 머문다면 허전할 것이고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독신의 의미가 없을 것이다. 성직자 수도자의 독신의 의미는 좀 더 적극적으로 신랑이신 예수님을 맞으러 나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우리 모든 신앙인들이 마치 "하늘 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처럼 신앙생활을 한다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고 사랑스럽게 생활할 수 있겠는가? 그분을 맞으러 나가는 생활이 곧 영성생활이요, 신앙생활이다.
우리의 구원은 미래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가에 달려 있다. 매순간이 우리의 신랑이신 예수님께로 건너가는 시간으로 살았는가 아니면 예수님에게서 멀어지는 시간을 살았는가에 달려 있다. 따라서 구원은 현재의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신자라고 해서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마치 신랑을 기다리던 열 처녀가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기름을 준비한 슬기로운 처녀들만 하늘 나라에 들어 갈 수 있듯이 말씀을 듣지 않고 생활하지 않은 신자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말씀을 듣지 않고 생활하지 않은 그리스도인이 신랑이신 예수님이 누구인지를 모르듯이 신랑도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실 것이다.
또한 어리석은 처녀들이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우리 등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다오."라고 하였을 때 "안 돼.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도록 하여라."고 하였듯이 기름은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말씀은 각자 자기가 받아들여 자기가 생활하는 기름이지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말씀은 모든 이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그 말씀은 받아들이고 생활한 이만이 기름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 자기 것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대신해서 다른 사람의 등을 채워 줄 수 없다. 아무리 주유소에 기름이 많이 있어도 각자 자기 차에 기름을 넣어야 하듯이 등잔인 우리 자신에게 기름을 넣어야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자기 등잔에 기름을 넣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가다가 꺼져 버리듯이 말씀을 우리가 계속해서 먹지 않으면(기름을 넣지 않으면) 하늘 나라에로 계속해서 갈 힘이 없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매일 말씀을 먹어야 한다. 이 말씀을 먹는 이만이 처녀가 신랑을 마중 나가러 가는 설레임과 기쁨과 행복감을 맛볼 수 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자기 등잔에 기름은 넣지 않고 등잔이 꺼져간다고 외쳐대기만 하는 신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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