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선택의 기준은 ''그분의 뜻'' 인간이 빠지기 쉬운 함정 중에 하나가 권력입니다.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구는 근본적인 것이기에 어떤 이들은 직접 대통령이 된다던가 아니면 판검사가 됨으로써 이러한 욕구를 추구합니다. 그러나 애석한 것은 권력은 모든 사람에게 쉽게 개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관계를 맺음으로 권력 욕구를 간접적으로 충족시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학연 혈연 지연 등도 따지고 들어가면 이러한 권력욕구란 또 다른 면이 숨어 있다 합니다
남녀 심리를 보면 남자들은 대체로 직접적인 방법을 선호하는 반면 여자들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권력 욕구를 충족시키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합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대통령의 아내가 되면 그 사실이 자랑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 사실에서 만족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반면 대통령의 남편은 그 사실이 자랑스러울 수는 있을지언정 만족한 삶을 선사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이러한 여성의 권력성취가 남자의 인생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합니다. 그러기에 남녀 심리에 따르면 높은 지위에 있는 여성들일수록 남성들의 이러한 심리를 이해하고 남성들 속에 뿌리박혀 있는 상하관계라는 잠재의식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만 가정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질 수 있다고 충고합니다. 그리고 권력욕과 관련하여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점은 거부와 반항 자기를 낮춤의 거부도 이러한 권력욕의 표현이기에 본능적이라는 점입니다
때문에 권력추구 그 자체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러한 권력이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논리를 넘어서는 감정적 차원의 욕구가 될 때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거기에는 여러 가지 파열음이 생길 수밖에 없고 결국 자신과 공동체에게 엄청난 폐해를 가져옵니다. 공동체 불행의 많은 부분이 여기에 원인이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겸손은 개인과 사회를 위해 너무나 중요한 덕목이 되는 것인데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겸손은 다만 하느님을 의식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아마 이점이 어쩌면 오늘 기념하는 예수님의 세례사건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일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내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례자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으신 사건을 기념합니다
이 세례 사건은 무엇보다 먼저 새로운 시대 구원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면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만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신다는 사실과 하늘이 열린다는 사실 그리고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란 표현은 모두가 새로운 구원의 시대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시작됨을 보여주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복음을 통해서 묵상할 바는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셨다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사실 왜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셨고 그분 세례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설명한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사실은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 특히 요한의 세례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신이 죄인임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요한의 세례는 회개를 위한 세례였기 때문임). 그리고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예수님 당시 세례는 스승이 제자들에게 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기에 세례를 받는다는 사실은 요한 앞에 자신을 낮추는 겸손의 행위입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예수님의 세례는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순명이 예수님 세례가 외면적으로 가지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예수님은 어디에서 이러한 겸손의 모습을 가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을까요! 우리는 그 해답을 세례를 전하는 마태오 복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세례를 사양하는 요한에게 『지금은 내가 하자는 대로 하여라. 우리가 이렇게 해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마태 3 15)라고 대답합니다. 하느님의 원하심이 세례를 받는 이유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 앞에 아니 하느님을 의식하는 사람 앞에 교만함이 차지할 자리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인간 사회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우선 하느님의 자리를 우리 삶의 현장에 마련하는 것일 것이고 오늘 기리는 예수님의 세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우리가 판단과 선택의 기준을 하느님의 뜻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우리에게 교훈으로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