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질문 2번에 대한 답변 | 카테고리 | 성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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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타한인성당 | 작성일2011-03-06 | 조회수521 | 추천수1 | |
[성경 속의 동식물] 14 - 죽음과 생명을 동시에 상징하는 뱀
허 영 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사진설명)
뱀처럼 이중적 가치를 지닌 동물도 드물 것이다. 뱀은 사람들이 지극히 혐오하는 대표적 동물인 반면에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존재로도 인식되니 말이다.
몸통과 꼬리가 가늘고 길며 사지가 없이 기어 다니는 뱀은 두가닥으로 갈라진 혀를 항상 날름거리며 먹잇감을 찾는다.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뱀을 징그러운 동물로 꼽는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뱀을 악의 화신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다신교 사회에서는 뱀을 신으로 숭배했다. 이집트인들은 뱀의 여신인 ''부토''를 파라오를 보호하는 신으로 숭배했고, 가나안 지방의 대표적 풍산신인 ''바알''의 상징도 뱀이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뱀이 모든 악을 물리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주기적으로 낡은 허물을 벗기에 영생과 치유의 상징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전설에는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는 요괴로도 등장하지만 임산부가 꿈에서 뱀을 보면 길한 태몽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뱀을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지만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는 훌륭한 보양식으로 식도락가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기도 한다.
성경에서 뱀은 50여 차례나 언급되는데 그 역할도 다양하다. 뱀이 성경에 처음 등장하는 창세기는 하느님께서 만드신 들짐승 가운데 가장 간교한 존재라고 소개한다(창세 3,1). 에덴동산에서 살던 아담과 하와는 뱀의 유혹을 받아 하느님이 금지하신 나무 열매를 따 먹고 하느님을 피해 숨는다. 이 때문에 하느님의 저주를 받은 뱀은 사는 동안 줄곧 배로 기어 다니며 먼지를 먹어야 하는 가련한 존재가 됐다(창세 3, 1-15).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생활에 등장하는 뱀은 무척 인상적이다. ''죽음''의 상징이었던 뱀이 역설적으로 ''구원''의 수단이 된 것이다. 모세의 지도아래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의 고통을 겪으면서 하느님과 모세를 거슬러 대들고, 하느님께서는 불평하는 백성들에게 불 뱀을 보내신다.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뱀에 물려죽자 그들이 모세를 찾아와 하느님의 진노를 거둬주시도록 기도해 달라고 간청한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놓게 하셨다. 뱀에 물린 사람들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민수 21, 4-9).
신약성경에서는 구리 뱀이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이 됐다. 예수님은 니코데모에게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요한 3, 13-14)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이 열두 제자를 파견하시며 뱀에 비유해 당부하신 말씀은 흥미롭다. 제자들에게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같이 순박하게 되어라"(마태 10, 16)고 말씀하신 것이다. 물론 신약성경에서 이 부분을 제외하고 뱀은 일관되게 부정적 의미로 언급되고 있다. 신약성경은 뱀을 죽음의 세력, 하느님에 의해 짓부서져 사도들의 발아래 밟히는 사탄으로 표현한다(로마 16, 20).
선악 두가지의 의미를 다 가진 뱀의 양립적 성격은 교부들에게도 잘 나타나고 있다. 밀라노의 성 암브로시오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나무에 걸린 뱀"이라 불렀다. 중세시대에는 지혜를 의인화해 묘사할 경우 뱀이 그 상징이 됐다. 또 비잔틴이나 콥트 교회 주교들의 지팡이 손잡이 부분에는 뱀 모양이 있는데, 이것은 뱀처럼 지혜롭게 회중을 인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성경에서 뱀은 간교하고 교활하지만 또한 지혜로운 동물로 묘사되고 있다.
[평화신문, 제885호(2006-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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